[랭크파이브=인천, 정성욱 기자] MKF는 국내에서 15년 동안 대회를 치러온 전통의 입식격투기 단체다. 2007년 첫 대회를 치른 이후 1년에 2~3회 꾸준히 이벤트를 치렀다. 올해 12월 MKF는 총 상금 2,500만 원을 걸고 국내 65kg급 최강을 가리려 했다. 입식격투기의 붐을 일으키고 단체, 협회를 구분하지 않고 출전해 국내 최강자를 가리겠다는 의도였다.
MKF의 계획은 돌연 무산됐다. 오픈 토너먼트로 많은 선수들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그 누구도 나오려 하지 않았다. MKF 김동균 대표는 "문파, 계파 같은 거. 옛날에 K-1으로 인해 없어졌는데 또다시 따지기 시작한 것 같다. 선수 본인, 팀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허락'을 받아야지만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선수, 팀이 반응을 안 한 것 같다"라며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김 대표는 아쉬워했다. 그는 "많이 답답하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서로 융합이 안 되고 공유도 안 되고. 서로 간에 이렇게 담쌓고 그 안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니까. 그게 가장 (입식격투기)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MKF는 12월 대회를 단체 챔피언을 선발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김우승과 오두석의 신구 대결, 구태원과 김인재의 'MKF 60kg급 초대 타이틀전' 등 총 4개 경기를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MKF에서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선수들이 거의 다 나온다. 고교격투대전 1대 챔피언 김우승이 복귀전을 오두석 선수랑 한다. 신구 대결의 느낌이다. 김인재와 구태원이 '고교격투대전 챔피언 vs MKF 에볼루션 잠정 챔피언'의 구도로 MKF 60kg급 초대 타이틀전을 벌인다. 그리고 MKF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강범준과 손광태가 대결한다. 이번 대회 자체는 역대급으로 수준이 높을 것 같고 흥미진진할 것 같다"라며 대회를 소개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얼마 만에 여는 대회인지?
2019년에 MKF vs 라이즈 대항전을 치르고 3년이 넘었다. 코로나 때문에 대회 준비를 하다가 취소되고 준비하면 또 취소가 되고 해서 우여곡절이 좀 많았다.
-그래도 작은 대회는 종종 열었던 것 같은데.
챌린지 대회를 노바 전용 경기장에서 몇 차례 했다.
- 그래도 명맥은 어떻게라도 이어가려 했다.
맞다. 정식 대회는 올해가 돼서야 가능했다. 작년까지는 아예 하지도 못했다.
- 이번 12월 대회는 일찍 발표했는데 이유가 있었나? 이번 대회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좀 바뀐 것 같은데.
올해 연말쯤에 65kg급으로 토너먼트를 개최하려 했다. 한국 입식 강자를 뽑아 챔피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나름 제안을 했는데 전혀 관심이 없더라.
- 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제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을 거다. 문파, 계파 같은 거. 옛날에 K-1으로 인해 없어졌는데 또다시 따지기 시작한 것 같다. 선수 본인, 팀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허락'을 받아야지만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선수, 팀이 반응을 안 한 것 같다.
- 상금도 적지 않았다. 우승자가 1천만 원을 갖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근데 그것조차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잘 모르겠다. 큰 상금이라도 걸면 나는 그래도 관심도 보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렇다고 내가 개인적으로 일일이 다 전화해서 '앵벌이'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기사까지 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연락이 없어서 깨끗이 정리했다. 이건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 좀 답답하지 않나? 이런 현실에 대해서.
많이 답답하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서로 융합이 안 되고 공유도 안 되고. 서로 간에 이렇게 담쌓고 그 안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니까. 그게 가장 (입식격투기)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
- 그런 챔피언들이 좀 의미가 있나 싶다. 서로 벽을 쳐놓고. 그냥 속된 말로 '동네 챔피언' 아닌가?
예전 K-1처럼 오픈돼 있는 상태에서 나와서 서로 겨루면 누구라도 인정을 안 할래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챔피언 아닌가? 지금 같은 경우는 각 협회나 단체 챔피언들이기 때문에, 물론 실력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픈된 무대가 있으면 사람들이 출전해 주고 그래야 되는데. 솔직히 단체도 많고 챔피언도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 입식격투기 한국 최강이라고 하면 좀 애매하지 않나?
맞다. 그걸 하려면 다시 K-1이 부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 적지 않은 상금이었는데 참 아쉬운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젠 안 한다.
- 실망을 좀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대진 짜서 12월 대회를 발표했다.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인가?
재도약이다. 코로나 이후 3년의 공백이 있었다. 공백으로 인해 뒤처진 것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의미. 근데 사실상 국내 입식격투기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내가 MKF를 한 15년 정도 이끌어 왔는데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가 좋아지고 이런 건 있었겠지만 입식격투기 어떤 그런 참여도나 관심도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 내가 알기론 MKF, 입식격투기에 적지 않은 돈을 많이 투자한 걸로 알고 있다. 나름 고교격투대전을 통해 좋은 선수들도 발굴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식격투기가 종합격투기에 비해 심할 정도로 쳐져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맞다. 많이 쳐졌다. 매우 심할 정도로. 사실 이제 그만할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뭔가 발전하는 게 보이고 성장하는 게 느껴져야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이지 않나? 자꾸 도태되고 있고 오히려 더 뭔가에 가로막혀 있다 보니까, '굳이 내가 해서 뭐 하지'라는 생각만 들더라. 이게 좀 많이 답답하더라. 자꾸 일본하고의 갭 차이는 커지지. 종합격투기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아마추어 단체가 운영하는 것 같고. 자존심도 상하고. 어떻게 보면 이쪽의 선배로서, 이쪽의 대회 관계자로서 굉장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 입식격투기가 점점 도태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코로나'가 이유라고 얘기해 봤자 이거는 변명의 거리도 안된다. 누구한테나 다 공평하게 적용된 거니까. 글쎄... 종합격투기는 내가 알기로는 선을 그어서 출전을 하고 안 하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근데 입식은 그런 일이 많다. 이게 도태되는 이유가 아닐까? 왜냐하면 서로 실력을 안 겨루니까. 좋은 선수는 분명히 있다. 근데 좋은 선수 한 사람이 있으면 상대할 다른 선수가 있어야 경쟁이 된다. 그리고 경쟁이 되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는 거고. 이렇게 서로 간에 발전, 성장이 되는 건데, 좋은 선수가 있어도 경쟁할 사람이 없는 거다. 무언가에 가로막혀서.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의미가 없어진다. 이러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들 대회를 열어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 한편 그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입식격투기가 망가져 있으니까 선수들도 침체되어 있는 느낌. 프로 의식이랄까?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프로라고 하면 스스로를 좀 홍보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입식격투기 선수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느낌이 있다. 대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 부분도 느낄 듯한데.
이게 종합격투기하고 입식격투기의 가장 큰 차이인 거 같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그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자기 PR도 할 줄 알고 자기의 상품 가치를 높일 줄도 안다. 근데 입식 같은 경우는 위계질서가 강해서 그런 느낌도 있다.
- 대표님도 옛날 관장님이시지만 최근 들어서 많이 좀 바뀌신 느낌이 있다.
맞다. 나도 예전에 선수들에게 그랬던 것 같다. 선수들도 항상 조심했고 좋은 얘기만 했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식상한 인터뷰만 나갔고.
- 대회를 운영하시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대표로서 프로모터로서 요청하는 것 아닌지.
그렇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은 고집해도 좋지만 나쁜 것은 빨리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좋은 것을 쫓아가야 하는 게 맞는 거고. 나도 몰랐고 이게 맞는 건지 알고 해왔다. 헌데 지금은 그러지 않으면 발전하고 성장할 수가 없으니까.
- 12월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 것 같다.
자기의 솔직한 마음들, 뭐 이미지 따지지 말고 내가 상대방의 생각했을 때 솔직한 감정을 인터뷰 기회가 있으면 가감 없이 말했으면 좋겠다. 그다음에 단체한테도 어떤 얘기 하고 싶은 것 있으면 과감히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고. 물론 모두 받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받아줄 수 있는 건 받아주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거 있으면 웃으면 넘기는 거고. 선수와 단체도 그러면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다. 단체는 '얘가 또 이런 면도 있구나'라고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거고. 어차피 선수들은 스스로 포장할 줄 알아야지 누군가 포장해 해주길 바라면 안 된다. 일단 자기부터 포장해서 팔릴만한 상품이 돼야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앞으로 MKF에서 선수를 쓸 때 자기를 포장할 줄 아는 선수들에게 관심을 더 가질듯하다. 실력은 기본이고.
맞다. MKF도 앞으론 선수들을 노출시키고 포장하고 싶은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선수가 나와야지 단체도 사는 거니까. 단체도 이만큼 노력을 하고 있으니 선수는 받아 갈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훈련을 하는 노력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대회장에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 야한다. 선수들을 위해 무대를 만들고 파이트머니를 마련했는데 관객들까지 대회사에서 데려와야 한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대회사도 홍보를 통해 대회를 알리는 노력을 한다. 근데 거기까지다. 선수들도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오게끔 만들어야 할 노력도 필요하다. 근데 지금까지 선수들은 그러지 못하더라. 내가 대회를 개최하면 선수들은 그저 무대에 올라와서 단순히 시합만 뛰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더라.
대회에 들어가는 예산이라는 게 한두 푼이 아니다. 근데 누가 보러 오지도 않은 그 무대를 뭐 하러 만들까? 가수 콘서트에 사람들이 안 온다면 뭐 하러 무대를 만들까? 입식격투기도 선수들을 보러 오게끔 만들어야 된다. 그러려면 선수가 그만큼 열심히 실력을 쌓고 사람들한테 자신을 알려서 보러 올 수 있게끔 해야 된다. 이런 것이 잘 맞아떨어져야지 대회사도 정기적으로 대회를 할 수 있는 거다. 선수는 더 많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거고.
- 입식격투기 선수들이 좀 수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민감한 이야기를 하자면 단체 대표들이 티켓을 많이 팔아달라고 팀과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상 앵벌이나 다름없다.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 사실상 일반인들에게 티켓을 판다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체육관에 있는 관원들에게 인기가 없어 티켓을 팔지 못하는 선수가 일반인들에게 티켓을 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티켓을 대회사에서 강매해선 안된다.
일반인들에게 인기 있는 종목이라면 쉽게 티켓이 팔리겠지만 격투기는 그 정도가 아니다. 야구나 축구나 농구, 모두 인기 스포츠가 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왔겠나?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들만 왔을 거다. 그럼 우리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근데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관객들이 안 오는 것은 대회사 문제 아니냐. 대회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관객이 오고 안 오고가 사실 그건 대회사만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나?
뭐 길거리에다가 링 설치해 놓고 대회 한다고 그러면 많이 올 거다. 그런데 그럴 게 아니지 않나. 갖춰져 있는 공간에서 대회를 한다면 관객 수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대회사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회를 보러 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 아닌가? 나는 무대를 만드는 데에 더 노력하는 사람이지, 관중을 동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 12월 대회는 어떻게 즐겼으면 하는지?
대진이 나쁘지 않다. MKF에서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선수들이 거의 다 나온다. 고교격투대전 1대 챔피언 김우승이 복귀전을 오두석 선수랑 한다. 신구 대결의 느낌이다. 김인재와 구태원이 '고교격투대전 챔피언 vs MKF 에볼루션 잠정 챔피언'의 구도로 MKF 60kg급 초대 타이틀전을 벌인다. 그리고 MKF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강범준과 손광태가 대결한다. 이번 대회 자체는 역대급으로 수준이 높을 것 같고 흥미진진할 것 같다.
- 마지막 한 마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다. 무대 만들고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와서 보는 사람들이 없으면 그거는 성공한 대회가 아니다. 대회사도 선수들도 많이 노력할 테니 많이 오셔서 큰 소리로 선수들 응원을 부탁드린다. 경기장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크게 울리는 그런 대회를 생각하고 바라고 있다.
MKF 얼티밋 빅터 06
- 2022.12.17 인천(장소 미정)
[65kg] 오두석(오스타짐) vs 김우승(무비짐)
[60kg 타이틀전] 김인재(부산태한) vs 구태원(야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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