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챔피언십에 도전한 한국 선수들은 40명 가까이 되지만 이들 가운데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아본 선수는 단 두 명이다. 김수철이 초대 밴텀급 챔피언으로, 옥래윤(33, 팀매드)이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벨트를 획득했다. 옥래윤은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노력과 실력으로 타이틀을 손에 넣은 파이터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벨라토르와 UFC를 경험하고 챔피언까지 지낸 에디 알바레즈를 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옥래윤은 한국인 최초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챔피언이란 기록 이후 또 하나의 기록을 갖게 됐다. 한국인 최초 원챔피언십 3회 타이틀전 기록. 그는 기록은 '붙이기 나름'이라며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타이틀을 다시 손에 넣어 본인의 실력을 원챔피언십을 통해 세계 알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이하 인터뷰 전문
- 원챔피언십 데뷔할 때 기억나는지?
코로나 팬믹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막 더블지FC에서 챔피언이 되었을 때였죠. 점점 코로나가 심해지고 있었거든요. 해외에 나가는 건 더 힘들 때였습니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야 했죠. 11월 더블지FC 챔피언이 되고 1월? 2월인가 원챔피언십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3주 정도 놔두고 경기 오퍼를 받았습니다. 상대가 원챔피언십 데뷔전인데 다른 단체 챔피언 출신이더라요. 기간이 한 3주밖에 안 남고 약간 좀 꺼려지긴 했는데 당시 시합이 불투명할 때라 가지고. 언제 들어올지 모르잖아요. 3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뛰게 됐습니다.
- 당시 코로나 팬믹이라 경기 준비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4월에 마랏 가파로프와 데뷔전에서 승리하고 나서 한국에 오자마자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당시엔 2주 무조건 해야 했거든요. 자가격리 하고 있는데 에디 알바레즈 오퍼가 왔습니다. 자가격리 때 친구한테 부탁해서 맥주 문 앞에 사다 달라고 해서 승리 축하 겸 마시고 있었거든요. 2주 동안 격리하느라 체육관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2주 후에 바로 경기를 뛰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원챔피언십이 에디 알바레즈와 계약하고 그 선수를 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좀처럼 상대를 구하기 힘들었나 봅니다. 솔직히 저도 약간 고민하다가 '에디 알바레즈와 싸우는 기회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하기로 했습니다.
- 경기 잡혔을 때 기억난다. 밖에 나가지 못해서 맨몸 운동만 했다고
밖을 나갈 수가 없어서 맨몸 운동 위주로 했죠. 누가 올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서. 밖에 나가 달리기라도 하고 싶은데 그때는 너무 단속이 심해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핸드폰에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시켜야 했던 그런 상황이었죠. 자가격리 풀리자마자 바로 출국을 했던 것 같아요.
- 사실 에디 알바레즈와의 대결에서 언더독이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때를 기억해 본다면?
에디 알바레즈와 경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고 이랬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마주치니까, 바로 앞에 선수가 있으니까 '어쩌면 할만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사이즈가 라이트급에 비해서는 좀 크고 키가 좀 작은 선수들한테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제가 좀 많이 크더라고요. '할만하겠다 이길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첫 경기 때도 급오퍼로 가서 원챔피언십을 놀라게 했는데 에디 알바레즈 선수를 이겨버리니까 원챔피언십이 뒤집어졌다
에디 알바레즈를 밀어주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떡밥으로 갔을 수도 있는데 이겨버린 거죠. 알바레즈는 돈을 많이 주고 데려온 선수라 키워야 했죠. 제가 이기니까 뭔가 저희 쪽에서만 축하하고 다른 데서는 축하가 아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찬물을 얹은 느낌?
- 그런데 계속 승승장구하니까 타이틀전까지 이르게 됐다.
그때는 제가 어떻게 보면 상황이 잘 맞은 것 같아요. 에디 알바레즈 선수도 그전 경기에서 무효 경기가 나와서 저랑 붙었던 거고. 챔피언 크리스천 리 선수와는 3전째 바로 타이틀전을 했는데요, 크리스천 리 선수가 랭킹에 있는 선수들을 다 이겼더라고요. 다시 붙을 선수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붙게 됐습니다. 상황 자체가 너무 잘 맞게 흘러와서 운 좋게 덕기도 경기가 성사됐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아요.
- 운도 운이지만 명분도 있었다. 에디 알바레즈를 이겼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어요. 모든 게 착착 다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데뷔전 이겼고 에디 알바레즈와 붙었던 것도 이겼고, 당시 챔피언과 할 사람이 저 밖에 없었고. 모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 타이틀전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다만 위기 상황도 있었죠. 그 경기를 돌아본다면?
제가 위기에 몰린 장면이 원챔피언십 SNS에 자주 올라옵니다. 그거 보면 저도 신기합니다. 어떻게 나왔는지. 그 상황 자체가 그립을 풀기에는 너무 늦어가지고 먼저 발 그립 풀어가지고 제 몸을 돌려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상대방 발이 앞에 딱 있더라고요. 그래서 발을 치워냈죠. 근데 발 치워내면은 다시 그립을 잡을 수 있는데 제가 등을 이용해 상대를 케이지로 계속 밀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올라타지 못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서 탈출을 했는데 연습한 것이 나왔다기보다는 숨이 조여지니까 살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격투가로서의 생존 본능?
네,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 방어전을 다시 크리스천 리와 붙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는지?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면 다른 랭킹 애들도 다 이겼고 방어전을 몇 번 한 상태였죠. 그리고 제가 이겼을 때도 논란이 있었던 상황이라서. 무엇보다 사실은 쉽게 이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하고 '뭐 하면 하는 거지' 이런 상황이었어 가지고 저는 상관은 없었어요.
- 방어전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그때 경기를 돌아보시면?
제가 1라운드 때 그라운드 니킥을 맞고 안와골절이 왔거든요. 그때부터 거리 잡고 경기를 풀어가려 했는데 애를 좀 먹었던 게 있어가지고. 경기 후반 갈수록 그것마저 적응이 돼가지고 경기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한 번 이긴 상대이기 때문에 2차전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안 넘어질 자신도 있었고 타격으로 이길 자신도 있었기 때문에 2차전은 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타격 위주로 풀어 나올 줄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한번 방어하고 테이크다운 하면서 1차전 비슷하게 하면서 본격적으로 나가봐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상대가 준비를 잘했더라고요. 정신 못 차리고 많이 맞았죠.
- 크리스천 리 대결 후 뛰었던 경기가 원챔피언십 첫 미국 진출 대회였다. 승리까지 했고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는데.
원 챔피언십도 처음 미국을 간 거고 저도 미국, 시차가 많이 나는 시합은 처음이었습니다. 상대가 미국 선수라서 미리 시차 적응해야겠다 싶어서 2주 일찍 출국했거든요. 가서 좋은 경험도 하고 시차 응도 하고 했는데 근데 미국에서 뛰시는 분들 보면 진짜 대단한 느낌이에요. 시차 적응하는 게 진짜 쉽지가 않더라고요. 제가 원래 어디서 잠을 잘 못 자고 그런 것이 없는데 시간이 바뀌는다는 것 자체가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운동을 하려니까 진짜 너무 힘든 거죠. 적응하느라 일찍 갔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전에도 팀 알파메일에 훈련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너무 고생을 많이 해가지고. 무조건 돈을 좀 많이 들더라도 일찍 가서 적응하자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일찍 가도 그게 잘 안되니까. 일찍 가니까 돈만 많이 쓰고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지금도 미국 시합 나간다고 해서 비자도 받으라고 하긴 하던데... 아...미국 시합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너무 힘들어가지고.
- 상대가 러시아의 알리베크 라술로프라는 선수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KO 피니시율도 높더라. 레슬러인 줄 알았는데 KO승이 6개가 되더라. 근데 KO승이 좀 있는 것치고는 타격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더라. 그래서 테이크 다운 디펜스 잘하면서 점점 풀어 나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이렇게 해도 막상 붙어 보면 또 할 만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에도 그냥 자신감 있게 그냥 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원챔피언십에서 많이 띄워 주는 듯. 옥래윤 선수가 정상으로 가기 위해 꼭 넘어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다.
상관없어요. 이래나 저래나 상대는 정해졌고 그 선수가 잘하는 것도 정해져 있습니다. 상대가 레슬링을 엄청 잘해요. 다게스탄 느낌으로 레슬링하고 그라운드 앤 파운드 이런 거 잘하고 좋아하고. 근데 저도 그런 선수들이랑 많이 붙어봤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약간 까다로운 게 이전 선수들보다는 사이즈가 크다는 거? 그런 게 좀 약간 걱정돼서 체력적으로 좀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있는데 체력 훈련도 이번에 빡세게 해서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후반 가면 치는 건 레슬러들이거든요. 그래서 체력 운동 열심히 했습니다.
- 이번에도 주위에선 옥래윤 선수를 언더독으로 보고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게 어차피 이기면 장땡이라서. 그전에 무슨 말 하든 그렇게 신경을 안 씁니다. 항상 언더독이었고 그걸 다 이겨냈거든요. 이번에도 이기면 되는 거라서 그전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렇게 신경 써서 듣지 않습니다.
- 이번에는 어떤 경기 보여주고 싶으신지?
예전에는 레슬러를 만나면 그래플링에 신경을 많이 썼었거든요. 그걸 신경 쓰다 보니 타격이 제대로 안되더라요. 너무 소극적으로 되고 잘 못 들어가고 그랬죠. 오히려 그런 선수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어떻게 경기를 풀어 가야 되는지 대한 걸 좀 더 연구하고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막상 경기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전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경기는 공격적으로 해볼 생각인데 경기의 상황에 들어서는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뀐지는 모릅니다.
- 모든 라운드 소화하고 싶으신지? 아니면 초반에 끝내고 싶으신지?
이번에는 무조건 빨리 끝내고 싶고 한 3라운드 정도까지만 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는데 그 이상 지나가면 저는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것만 바라고 경기를 하진 않을 거예요. 이번에는.
- 이번 경기가 타이틀전으로 바뀌었다.
이번 경기는 좀 일찍 오퍼를 줬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미국 비자를 미리 받아 놓으라고 했어요. 9월에 큰 시합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이번에 이기면 타이틀전을 주려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2주 만에 타이틀전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건 제 추측인데 아마도 9월에 크리스천 리에게 타이틀전을 주려 했는데 안 한다고 했던 것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왜냐면 바뀔 이유가 없거든요.
- 이번에 이기고 9월에 타이틀전해서 다시 정식 챔피언 되면 좋은데 아쉽다.
추측입니다만 아마도 크리스천 리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잠정 타이틀전을 준 것 같습니다. 한다고 했으면 이번 경기를 굳이 잠정 타이틀전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선수로 원챔피언십에서 3번 타이틀전을 하는 선수가 됐다.
근데 그런 타이틀, 이런 건 붙이기 나름이라 그런 건 상관이 없어요. 중요한 건 이번에 제가 5라운드 경기를 6번째 하는 거더라고요. 거기에 대한 불안감이 좀 있어요. 힘들겠구나, 열심히 또 싸워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옥래윤 선수의 커리어를 원챔피언십에서 마감하고 싶으신지, 아니면 다른 무대도 진출하고 싶으신지?(멤버십 질문)
원챔피언십 챔피언이 되면 자동 계약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챔피언 될 거라서 다른 단체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같은 라이트급의 박시원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멤버십 질문)
박시원 선수 너무 잘하시던데요? 저는 동양인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신체가 타고 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서양은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너무 좋으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줘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시원 선수는) 신체 조건도 너무 좋고 지금도 엄청 잘하고 계시잖아요. 이번에 다게스탄 간다는 것도 봤거든요.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엄청나게 잘하실 것 같은데요.
- 한국 라이트급 선수 TOP 5(본인 포함) 뽑아보신다면?
순위는 그렇고 잘 하시는 분 5명을 이야기해도 될까요? 우선 저와 박시원 선수, 김경표 선수, 기원빈 선수. 그리고 박대성 선수입니다.
- 여기서 팀매드 라이트급 유망주 소개해 줄 분이 있다면?
명제욱 선수요. 명제욱 선수가 이제 거의 다 회복이 돼가지고 경기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민, 김도현 선수. 이 선수들도 잘합니다. 이제 라이트급은 없고 블랙컴뱃에서 잘 하고 있는 방성혁이나 지혁민, 이 친구들도 잘 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인사
이번에 잠정 타이틀전을 하게 됐는데 잘해서 꼭꼭 벨트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랭크파이브=정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