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파이브=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약사 파이터' 손진수(31, 코너맨)가 돌아온다. UFC에서 마리오 바티스타에게 판정패하고 5년 5개월 만에 펼치는 복귀전이다.
손진수는 오는 12월 8일 일본 도쿄 뉴피어홀에서 열리는 '딥(DEEP) 123'에서 20승 5무 20패 전적 베테랑 테라시마 코스케(36, 일본)와 밴텀급으로 맞붙는다.
설레는 데뷔전을 준비 중인 손진수를 지난 4일 백승민 관장이 운영하는 체육관 '코너맨'에서 만났다. ▲약사 면허를 따는 과정 ▲굳이 파이터로 복귀하는 이유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손진수: 안녕하세요. 구 UFC 밴텀급 파이터, 현 약사 면허 보유자 손진수라고 합니다.
이교덕: 여권 소지자와 비슷한 느낌인데?
손진수: 네, 맞습니다. (웃음)
이교덕: 약사로 지금 활동을 하고 계신 겁니까?
손진수: 아니라서 사실, 약사 면허 소지자라고 제가…. 약사로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교덕: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요?
손진수: 여기는 백승민 선수가 아니라, 이제 관장님이 되셨죠. 백승민 선수가 차린 코너맨이라는 체육관이고요. 제가 여기서 주로 개인 훈련이나 미트 트레이닝이나 수업 같은 것을 이쪽에서 자리를 잡고 하고 있습니다.
이교덕: 작년인가? 제가 이윤준 감독님한테 여쭤본 적이 있어요. 손진수 선수가 많이 올라왔냐? 그러니까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일단 체력이 바닥이다…
손진수: 아! 맞아요, 맞아요. 많이 올라왔어요, 많이 올라왔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복귀가 늦어졌던 이유 중에도 아마 제가 만족할 만한 체력을 만드는 게 요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내가 원래 경쟁하던 풀로 3~4개월이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었었는데 처음엔.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지금은 체력적으로는 거의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교덕: 이번 상대 테라시마 코스케. 이름 딱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손진수: 솔직히… DEEP 쪽에서 잘 맞춰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공백기가 5년 5개월 정도인데 5년 5개월이면 짧은 공백기가 아니잖아요. 치고 올라오는 신성들을 주면은 매우 시험적인 대진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DEEP 쪽에서 조금 배려를 해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선수가 나이가 있지만 사실 저보다 공백기가 없어요. 근래에도 시합을 뛰던 선수라서 어쨌든 날이 서 있을 거다. 시합에 대한 경험이 날이 서 있을 거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경계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교덕: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한번 요약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지냈는지. 일단 UFC 두 번째 경기 마리오 바티스타한테 패배를 하고 나서 해지 통보를 받고….
손진수: 그쵸…
이교덕: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겠지만 메일이 왔잖아요?
손진수: 네네네, 션 셜비한테 메일이 왔죠.
이교덕: "고마웠다."
손진수: 고마웠다는 말은 없었어요.
이교덕: 궁금한 게, 메일 몇 줄 옵니까?
손진수: 한 다섯 줄 왔나? 되게 짧아요. 네 줄, 다섯 줄 돼요. 엄청 짧아요. 딱 용건만 보냅니다. "네가 뛸 수 있을 로스터가 확보가 안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와요.
이교덕: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다 이런…
손진수: 그런 거 없고. 그런 노고에 감사하다는 건, 보너스 받으면 메일이 와요. 데이나 화이트한테 그런 식으로 오는데, 그런 거 이외에는 굉장히 드라이하게 온다.
이교덕: 그때가 2019년이잖아요?
손진수: 2020년 1월입니다. 퇴출은.
이교덕: 메일을 받은 건?
손진수: 네
이교덕: 메일을 이제 받았을 때, 위에서 떨어진 느낌일 거잖아요. '운동을 내가 이걸 해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을 것 같은데.
손진수: 사실은 저한테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UFC 퇴출은 저한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큰 빅이슈는 아니었어요. 왜냐면 어느 정도 예상도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어쨌든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떠나서 2연패를 했고 그래서 '퇴출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때 더 힘들었던 거는 제가 2019년 12월에 디스크가 완전히 나가면서 아예 오른팔을 거의 쓸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부터가 저의 나락의 시작이었죠.
이교덕: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바닥으로….
손진수: 완전히, 그렇죠. 완전히 바닥이었다, 그땐.
이교덕: '내가 다시 이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의심도 했었습니까?
손진수: 못 돌아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그때 겹쳐서 제가 팀에서도 나왔을 상황이니까, 그때 완전히 홀로서기를 하고 있을 때라, 사실 이야기할 데도 없고 코로나도 터지고 그 당시에 그렇다 보니까 제 자신의 그릇을 조금 넓히는 계기가 됐죠, 그때가.
이교덕: 그래서 다시 동기부여? 에너지를 충전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손진수: 사실 그거는 마땅히 없었던 것 같고 그냥 계속 찾아다녔죠. '내가 어떻게 해야 몸을 낫게 할 수 있게 있을까'를 계속 찾아다니다가 한 지금으로부터 거의 2년 전쯤부터 뭔가 이제 그때부터 보였어요. 계속 두드리니까, 문을 계속 두드리다 보니까 열린 거죠. 아, 몸이 나아지고 있구나, 돌아갈 수 있겠구나. 그때부터 약간 조금 힘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교덕: 그때 디스크나 이런 부상은 완치라고 봐야 되나요?
손진수: 일단 현재로서는 '예전의 느낌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느낌은 전혀 없고. 네, 괜찮다.
이교덕: 약대 시험은 언제 공부해서? 사람들이 되게 신기해 하는 거거든요.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준비를 해서 약대 시험 통과를 해가지고 (약사가) 되는 거 자체가….
손진수: 입학했을 때?
이교덕: 네. 언제 그렇게 공부를 했어요?
손진수: 그거는 조금 장기적으로 준비를 했었고 그때가 2018년도인데. 2018년도 제가 8월에 시험을 봤어요. 근데 사실 시험을 준비한 거는 2017년도 11월에 제가 시합을 하고 그 이후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을 했고 2018년도 4월에 제가 DEEP 타이틀전을 해요. 그래서 2018년도 2월까지는 공부랑 훈련을 병행을 합니다. 공부하고 훈련하고, 훈련 쉬는 시간에 또 공부하고 약간 이런 식으로 병행을 하다가 그리고 2월부터는 DEEP 타이틀전에 올인을 해요. 그래서 공부를 안 했죠, 그땐. 그래서 4월 말에 또 타이틀전이 끝나고 나서 그때부터는 공부에 올인을 합니다.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그렇게 해서 이제 시험을 봤죠.
이교덕: 자신 있었습니까?
손진수: 없었죠. 아, 자신이… 그니까. 그래도 자신이 아예 없다는 아니었고, 어느 정도 될 것 같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래도 좀 사이즈가 보인다. 이건 있었고.
이교덕: 약사로 그대로 살아도 되잖아요?
손진수: 그렇죠.
이교덕: 굳이 왜 이 힘든 길을 다시 돌아와야 될 이유가 있었어요?
손진수: 그러니까 사람들… 사람이 다 비슷하겠지만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돌아왔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거창하고 제가 생각할 땐 그러니까 그것보다 훨씬 더 소박한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거는 내가 더 올라갈 수 있고 내가 아직 사람들한테 보여줄 게 많은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되게 조금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그게 그래도 그걸 못 보여주고 내가 케이지에서 내려왔다는 거 자체가 너무 아쉬운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케이지에 올라가는 게 아닌가.
이교덕: 주변에서 반대는 안 합니까? 와이프도 그렇고 부모님들도….
손진수: 부모님들은 엄청 반대하시죠. 여전히 반대하고 한 번도 찬성을 했던 적이 없고.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사실 뭐… 그냥 최대한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데 와이프가 든든하게 응원을 해주고 있어서.
이교덕: 다행입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