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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레슬러 조경호가 말하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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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레슬러 조경호가 말하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세대교체’
  • 이무현 기자
  • 승인 2023.06.08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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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호는 오는 10일 경기도 김포 WWA 오피셜짐에서 열리는 '세대항쟁'에 출전한다. ⓒ이무현 기자
조경호는 오는 10일 경기도 김포 WWA 오피셜짐에서 열리는 '세대항쟁'에 출전한다. ⓒ이무현 기자

[랭크파이브=평택, 이무현 기자] ‘더 베스트’ 조경호(35, ROK)는 최근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약 3년 만에 WWA로 복귀한 데 이어, 5월에는 WWE에서 활동한 ‘레전드’ 타지리와 경기를 치렀다.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더 큰 산을 만난다. 오는 10일 열리는 WWA 세대항쟁에서 김민호와 팀을 이뤄 김종왕, 홍상진과 태그팀 경기로 맞붙는다. 

‘세대항쟁’이라는 대회명에 걸맞게 한국 프로레슬링의 불문율을 깨고 WWA 최초로 선후배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특히 WWA 월드 헤비급 챔피언 홍상진이 직접 김민호와 조경호에게 ‘역 도전’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많은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조경호는 이번 시합이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랭크파이브와 인터뷰에서 “외국 유학을 마치고 WWA에서 국내 활동을 시작했었다. 이번 대진표를 받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나를 WWA에 복귀하도록 허락해주신 선배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민호와 오랜만에 팀을 이뤄 행복하면서도 긴장된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선배들 사이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타지리와 경기보다 더 떨린다”라며 싱숭생숭한 마음을 전했다. 

WWA의 첫 선후배 대결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 중인 조경호를 지난 6일 평택 PWS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아래는 조경호와 일문일답

ⓒ대한프로레슬링연맹

-지난 4월 열린 WWA의 복귀 흥행에서 의미심장한 마이크워크를 했다. 

WWA가 코로나19로 활동을 멈췄던 기간 동안, 외부 활동에 집중하면서 WWA의 선배, 친구와 멀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복귀 흥행에 나를 다시 받아준 선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컸다. 꼭 전하고픈 이야기도 있어 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후회되는 일이 있다. 과거 건방졌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나 자신이 한국에서 가장 프로레슬링을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에는 그 자신감이 나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자만심이었다. 지난 대회에서 김종왕 선배와 경기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올드하다고 생각했다. 젊고 열정이 넘쳤던 때라 빨리 세대교체가 돼야한다고 말했었다. 그때는 부정했지만, 선배들에게 당시 젊은 세대들은 형편없어 보였을 거다. 돌이켜보면 선배들이 옳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감하는 시간이 다르다. 선배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힘들게 활동하며 한국 프로레슬링을 받쳐주신 건데 그때는 잘 몰랐었다. 

-이번 시합에 앞서 지난 대회에서 김종왕과 맞붙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나이가 체감이 안 될 정도로 대단했다. 경기 전까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걱정했는데, 링에서 180도 달리지는 모습에 감탄했다. 전성기때 더 빛을 보지 못하신 게 아쉽다. 환경이 받쳐줬다면, 훨씬 높은 곳까지 올라가셨을 거다. 

나도 어느덧 선배 나이가 되고 후배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저문다고 생각했는데, 김종왕 선배를 보며 후배들에게 더 단단한 벽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또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도 젊은 세대들은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대단하셨고,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오는 10일 열리는 WWA 세대항쟁에서 김민호와 태그팀으로 뭉친다.

PWS와 WWA에서 김민호의 경기를 보면서 ‘역시 민호는 민호구나’라고 느꼈다. 민호가 한국 프로레슬링의 얼굴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의 경우 외국에서 데뷔한 터라 늘 동기가 없어 아쉬웠는데,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2년 선배인 민호를 내 동기라고 생각했다. 

잠시 사이가 멀어졌었지만, 친구이자 라이벌로 오랜 기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서로 통하는 감정이 있을 거로 믿는다. 내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시합이 민호와 극동 챔피언십이기도 하다. 

WWA의 막내였던 민호와 나도 어느덧 후배들을 위해 한국 프로레슬링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들의 레슬링을 하고 싶다. 민호와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링에서 보여주고 싶다. 8년 전 이왕표 회장님의 은퇴식에서 보여줬던 것만큼 뜨거운 감정을 재현하고 싶다.

ⓒ이무현 기자

-김민호와는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간접경쟁도 피할 수 없을 텐데. 

당연히 비교될 거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 전력에서는 내가 많이 밀리지만, 나도 김민호 못지않은 강함을 보여줄 거다. 민호가 한국 프로레슬링의 ‘최강’이라면 ‘최고’는 나이고 싶다. 특히 홍상진, 김종왕 선배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강자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홍상진, 김종왕과 태그팀 경기로 싸운다.

솔직히 타지리와 시합보다 더 떨린다(웃음). 긴장되는 만큼 열심히 준비 중이다. 홍상진, 김종왕 선배는 WWA의 메인이벤터이자, 월드 태그팀 챔피언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이왕표 회장님의 총애를 받으셨던 선수기도 하다. 

이번 시합이 WWA 최초의 선후배 대결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왕 선배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질 정도로 강했는데, WWA 월드 헤비급 챔피언인 홍상진 선배와 부딪히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두 분이 팀으로 뭉쳤을 때, WWA 태그팀 챔피언의 전력이 어떤지도 느껴보고 싶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시대가 민호와 나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선배들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3세대 프로레슬러 한태윤도 오랜만에 프로레슬링에 복귀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한태윤 선배 역시 국내 3세대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다. 과거 많은 조언을 얻기도 했고,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다. 오랜만에 복귀전인 만큼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직접 링에서 부딪히고 배워보고 싶다. 

-ROK 소속으로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궁극적으로는 코리안탑팀과 팀매드처럼 선수를 육성해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활동하는 프로레슬링 팀을 만들고 싶다. 

국내 프로레슬링이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이나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갈등을 빚고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느껴온 피로를 풀어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단체와 관계없이 편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선수를 양성해 국내 모든 단체를 돕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팀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식상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 프로레슬링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매 경기 관객분들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경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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