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18:13 (목)
실시간
핫뉴스
[단독 인터뷰] "이정영과 경기는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 9연승 무패 하이더 아밀
상태바
[단독 인터뷰] "이정영과 경기는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 9연승 무패 하이더 아밀
  • 이교덕 기자
  • 승인 2024.07.21 0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랭크파이브=이교덕 기자

이정영은 '코리안 타이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처럼 어디서든 당당하다. 특히 케이지 안에서는 공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

이정영은 만날 상대를 사냥할 동물에 비유하곤 한다. <로드 투 UFC(Road To UFC)> 8강전 상대 시에빈을 '고라니', 준결승전 상대 뤼카이를 '양', 결승전 상대 이자를 '족제비'라고 했다. 지난 2월 옥타곤 데뷔전 상대 블레이크 빌더는 '스라소니'라며 경계했다. 

오는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on ESPN 60> 상대 하이더 아밀(34, 미국)은 '멧돼지'였다. 이정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자기 하던 것만 하던 선수. 직진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밀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지난 18일 랭크파이브와 인터뷰에서 "이정영은 분명 호랑이다. 그리고 내 이름 하이더는 아랍 무슬림 쪽에서 사자라는 뜻이다. 어머니는 필리핀인이지만 아버지는 인도, 튀르키예, 영국 혼혈이었다. 아버지가 무슬림이었고 사자를 뜻하는 이름일 지었다"고 밝혔다. 

아밀은 누가 가장 공격적인 맹수인지 이번 경기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누가 최강 고양이과 동물인가. 우리 둘 다 고양이과다. 둘 다 저돌적이다. 그는 강력한 고양이과고 나도 강력한 고양이과다. 매우 비슷하다"며 기대했다.

이 대회는 오는 21일(일) 오전 9시부터 tvN SPORTS와 티빙(TVING)에서 생중계한다. 최승우, 최두호, 이정영 등 페더급 삼총사가 출동한다.

■ UFC on ESPN 60 대진 
[여성 스트로급] #3 아만다 레모스 vs #5 비르나 잔디로바
[페더급] 스티브 가르시아 vs 최승우
[라이트급] 커트 홀로보 vs 카이난 크루솁스키
[플라이급] 코디 더든 vs 브루누 실바
[페더급] 최두호 vs 빌 알지오
[페더급] 이정영 vs 하이더 아밀

아래는 인터뷰 전문.

-필리핀에서 태어났다. 언제 미국으로 이주했는가?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한가?

6살 때 왔다. 당시에 필리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를 탈출시켰다. 우린 비행기에 타고 미국에 왔고 그로부터 벗어났다. 샌프란시스코의 바로 위에 있는 샌라파엘로 이사 왔다. 

-필리핀에서 지내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많은 걸 기억한다. 내 인생을 바꾼 일들을 경험했다. 매우 어렸고 필리핀 슬럼가에서 살았다. 거기서 자라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 시비가 걸리곤 했고, 내가 견뎌야 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도 내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다.

-어릴 때 괴롭힘을 당했다고 들었다. 인종차별이었던 건가? 

꼭 인종차별이라고까진 하진 않겠다. 난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내가 조금 피부색이 밝았다. 아버지가 영어를 썼다. 그리고 사람과 다르다 보면 눈에 띄고 그러다 보면 시비가 걸린다.

-그때문에 격투기를 시작하게 된 건가?

꼭 그렇진 않다. 친구들이 격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좋아하게 됐다. 어릴 때 많은 걸 좋아했다. 내가 격투기를 배우게 된 이유는 미국에 왔을 때 여자 형제와 엄마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해야 했다. 너무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서 내가 엄마와 여자 형제를 지킬 우리 가족의 유일한 남자란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우연히도 친구들이 킥복싱-가라테 체육관에 가입했고, 그들이 내게 나도 할 생각 있냐고 물어봤다. 친구들이 다 나를 격투기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진짜 내게 동기부여가 된 건 엄마와 여자 형제들을 지켜야 된단 것이었다. 격투기가 내게 힘을 줬다. 나는 정말 뛰어난 싸움꾼이 됐다. 학교와 동네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싸워 이겼다.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바닷가 바위에 앉아 명상하는 영상이 있더라. 파이터라면 신체적 강함을 위한 훈련은 물론이고, 이렇게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보는가?

난 모두에게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격투기에선 멘털이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비우듯 마음도 가능한 깨끗이 비워야 한다. 시합을 준비할 때 몸을 깨끗이 비워 건강해지게 하듯이 마음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난 모두가 최소한 매일 5분만이라도 스스로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1주일에 10분, 1주일에 30분씩이라도. 혼자서 그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거다. 한번 마음 속에서 그러한 상태까지 갈 수 있다면 점점 더 빠르게 거기 도달할 수 있을 거다. 나는 주로 사우나나, 콜드 플런지, 또는 바다에 있을 때 명상을 많이 한다. 그때가 가장 마음에 집중이 잘 되는 때다. 그렇기 때문에 바닷가에 가서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했다. 햇살을 느끼고, 고도를 느끼는 거다. 거기서 정말 좋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내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가 충전된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잘 모른다. 정말 한국에 가 보고 싶다. 가족이 일본에서 산다. 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정말 최고다. 에피타이저만 20가지가 나온다. 한국 음식엔 정말 맛있는 에피타이저들이 많다. 모두 건강 식단이기도 하다. 그걸 먹으면 내장이 건강해지고, 피부가 좋아지는 거 같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피부가 좋은 거 같다. 한국인들은 여드름 같은 게 없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한국인들은 모두 피부가 좋다. 음식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소속된 팀을 소개해 달라. 코치와 파트너 등 누구와 훈련 중인가?

길버트 멜렌데즈와 훈련을 시작했고, 제이크 쉴즈도 연결돼 있었다. 우리 팀은 스크랩팩이라고 불린다. 시저 그레이시 밑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데이브 터렐, 닉 디아즈, 네이트 디아즈. 난 닉, 네이트, 길, 제이크, 데이브 터렐과 같이 훈련했고, 그들은 날 크게 성장시켜줬다. 난 그들의 스타일은 내 것으로 많이 흡수했고, 나만의 스타일도 발전시켰고, 두 개가 섞이기도 했다. 스크랩 팩 선수들은 모두 체력이 좋고,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어떤 것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들 모두가 그렇다. 그들은 전진한다.

-길버트 멜렌데즈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MMA 훈련을 할 생각도 없었다. 난 그저 일거리가 필요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잘렸기 때문에 직장을 찾고 있었다. 무직이 됐기에 집세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길버트 멜렌데즈의 체육관이 열자 카운터 일자리가 생겼다. 난 그냥 아무데나 막 이력서를 보내서 하나만 걸려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날 고용한 게 엘 니뇨(길버트 멜렌데즈)였다. 그 일자리가 나를 다시 격투기로 이끌었다. 그 덕에 내가 MMA로 돌아온 거다. 난 다신 MMA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월급을 받아서 집세를 내고 싶었다. 당시 내 몸무게는 200파운드(90.7kg)로 엄청 많이 나갔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체중이 많이 빠졌다. 난 그 전까지 무패였다. 그래서 이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거 같았지만 한번 어떻게 되나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정영과 싸우라는 오퍼를 받았을 때, 이정영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몰랐다.

-이정영의 경기를 찾아보고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그는 전사다. 모든 한국 파이터들은 다 전사다. 그들은 세게 때리고, 세게 맞는다. 정확히 그걸 기대하고 있다. 난 이정영이 복싱을 좋아하는 걸 보고 놀랐다. 그는 뛰어난 복서다. 뛰어난 그래플러이기도 하다. 굉장히 웰라운드한 선수고, 공격적인 선수다. 그리고 빠르다. 그러니 좋은 경기가 될 거다.

-이정영이 너무 큰 훅을 휘둘러서 스크랩팩 팀의 복싱 스타일에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나도 큰 훅을 던진다. 그도 큰 훅을 많이 던진다. 둘 다 세게 휘두르는 걸 좋아한다. 그는 굉장히 저돌적이다. 그가 내게 공격적으로 달려들어도 놀라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가 살짝 뒤로 빠져서 정타를 노린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다. 그는 팔이 살짝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자기가 싸우고 싶은 대로 싸우기 마련이다. 두고 보자. 짜릿한 경기가 될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프릴림 메인 이벤트를 맞게 된 거다. 솔직히 이번 대회에서 나와 이정영의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두고 보자.

-데이나 화이트가 이번에 당신과 이정영의 경기를 추천한 영상을 봤는가?

봤다. 사람들이 그걸 내게 공유해줬다. 와, 정말 최곤데. 생각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이정영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여긴 그를 아는 아시아인들이 많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내게 와서 브로, 정말 시합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이정영을 알기에 정말 시합이 너무나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나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합을 간절히 기다리는 거다. 

-언더독이다. 자존심이 상할 일인 거 같다. 이정영이 싸워온 상대와 당신이 싸워온 상대는 레벨 차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벨라토르에서 3번, LFA에서 세 번 싸웠고, 이번에 UFC(DWCS 포함) UFC 세 번째 경기가 될 거다. 내 상대들은 전부 브라질, 자메이카, 미국, 터키 이런 나라 선수들이었다. 모두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경쟁 수준이 더 높다고 본다. 다른 스타일을 가진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과 싸웠단 거다. 그게 다른 거다. 다른 인종의 선수들은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난 사모아인과도 싸웠다.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은 각자 다른 강점과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거다. 터프한 선수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정영도 굉장히 어려운 상대라고 본다. 그가 그냥 ROAD TO UFC를 우승한 게 아니다. 터프한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내가 더 다양한 종류의 선수들과 싸웠다고 본다. 이렇게 정리해두자.

-어떤 경기 양상을 예상하나?

당신이 한국인이니까 너무 (적나라하게 얘기할 순 없다). 당신이 누굴 응원할지는 뻔한 거니까. 하지만 화끈한 경기가 될 거다. 모두가 그와 내가 타격전을 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가 그래플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우리 둘 다 그래플링 실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는 굉장히 좋은 주짓수나 레슬링 백그라운드가 있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린 KO를 좋아한다. 그래플러랑 그래플러가 붙으면 전형적으로 타격전 양상이 더 나온다. 하지만 타격가 대 타격가가 붙으면 그래플링을 하기도 한다. 종합격투기(MMA)를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MMA로 싸울 거라고 생각한다. 난 그가 경기 내내 타격전을 원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거다. 그와 내가 그냥 난타전을 벌여보자라고 동의 한다면 그냥 재미를 볼 수도 있다. 둘 다 그렇게 동의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거다. 

-이정영은 자신을 호랑이에 비유한다. 그래서 별명도 '코리안 타이거'라고 지었다. 당신이 보는 이정영은 어떤 동물에 가까운가?

그는 분명 호랑이다. 그리고 내 이름 하이더는 아랍 무슬림 쪽에서 사자란 뜻이다. 내 엄마는 필리핀인이지만 아빠는 인도, 튀르키예, 영국 혼혈이었다. 그래서 아빠가 무슬림이었고 내가 사자를 뜻하는 라이언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사자 대 호랑이라니 재밌는 스토리 라인이다. 누가 백수의 왕인가를 정하는 거다.

누가 최강 고양이과 동물인가. 우리 둘 다 고양이과다. 우리 둘 다 저돌적이다. 그는 강력한 고양이과고 나도 강력한 고양이과다. 매우 비슷하다. 

-한국팬들에게는 이정영의 패배라는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한다. 한국팬들에게 메시지 부탁한다.

한국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정영과 싸우게 돼서 미안합니다. 화끈한 경기를 벌이겠습니다. 그저 비즈니스일 뿐이고, 결국 서로 존중할 뿐입니다. 한국 전사와 싸우게 돼서 기쁩니다. 여러분들에게 정말 재밌는 경기를 선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