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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안 한 게 맞아”...‘자버 레슬러’ 닥터 익스플로시브의 용기 있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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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안 한 게 맞아”...‘자버 레슬러’ 닥터 익스플로시브의 용기 있는 고백
  • 이무현 기자
  • 승인 2022.11.21 0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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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무현 기자]
[사진=이무현 기자]

[랭크파이브=마포, 이무현 기자] 헐크호건, 존시나와 같은 챔피언이 빛나는 데에는 그들의 승률을 유지해주는 이른바 ‘패전’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프로레슬링에서는 선수의 위상을 보호하기 위해 승률을 높이는 작업을 ‘잡(JOB)’, 이를 수행하는 선수를 ‘자버(jobber)’라고 부른다.  

국내 프로레슬링 단체 프로레슬링 소사이어티(이하 PWS)에서 활동하는 닥터 익스플로시브는 대표적인 자버 중 한 명이다. 싱글 매치보다는 태그팀 경기에 출전하는 게 익숙하고, ‘PWS 챔피언’ 조경호 같은 주역보다는 그들을 부각해주는 조연을 맡는다. 가끔 경기에서 이겨도 자신의 승리보다 상대 선수의 패배를 더 두드러지게 하는 인물이다.  

지난 19일, 홍대 NVM펍에서 열린 PWS 피닉스 라이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닥터익스플로시브와 싱글 매치로 싸우게 된 ‘전 KOK챔피언’ 진개성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내가 왜 이런 상대와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쉽게 이기고 지난 9월 패배했던 시호에게 복수하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합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 오랜만에 싱글 매치에 출전한 닥터 익스플로시브는 진개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슬링블레이드, 넥브레이커 등 다양한 공격에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했다.

경기 후반 페이스 버스터를 성공하며 만회하려 했지만, 진개성을 꺾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닥터익스플로시브의 패배로 끝이 났다. 

그런데 기존의 패배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평소 마이크 어필을 전혀 하지 않던 닥터 익스플로시브가 울먹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내가 언제 레슬링을 했는지 아시는 분?’ 2009년, 그때는 나도 정말 열심히 했었어.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다시 시작하니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고 말문을 열더니, 그간 마음속 얘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닥터익스플로시브는 지난 2009년 프로레슬러 발굴 프로젝트 ‘바디크러쉬’를 통해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다. 제대로 된 링도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1년 넘게 데뷔만을 바라보며 훈련했지만, 바디크러쉬는 1번의 대회도 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간의 노력을 무시당한 배신감에 그는 오랜 기간 프로레슬링을 멀리했다. 절대 프로레슬링에 관련된 어느 것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던 중 10년이 흐른 지난 2019년, 우연히 접한 신생 프로레슬링 단체 PWS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직접 훈련장을 찾아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니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닥터익스플로시브는 “바디크러쉬에서 훈련할 당시에는 링이 없어 도장에서 매트를 깔고 운동했었는데, 제대로 된 링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다시 레슬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멀리했던 프로레슬링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을 멀리했던 시간만큼이나 그의 몸도 변해있었다. 고된 훈련을 거뜬히 소화했던 과거와 달리,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했다. 다행히 기존의 경험 덕에 비교적 빠른 기간에 데뷔했지만, 챔피언 벨트를 걸고 싸우는 주역보다는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자버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그는 링에 설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그렇게 활동을 이어가던 닥터 익스플로시브는 이번 경기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간 자버 역할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태해졌고,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던 건 자신이 열심히 연습하지 않은 게 맞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링에 서는 거만으로 행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팬들이 나를 잘 모르는 거 같더라. 이제는 나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나는 항상 누군가의 부하 역할 혹은 태그팀 매치에만 나온다. 이유는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맞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닥터익스플로시브는 지난 2009년 프로레슬링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현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그는 ”나도 이제는 다른 선수들처럼 나를 알릴거다. 열심히 훈련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앞으로의 모습을 부디 지켜봐 달라“고 팬들과 약속했다. 

그러고는 그간 한 번도 벗지 않았던 상의를 벗어 던지고 링에서 내려왔다. 40대의 나이가 무색한 육체미를 자랑하자 팬들도 환호성을 보냈다. 관중석 곳곳에서 ”충분히 멋있어요“, ”응원합니다“ 등의 챈트가 퇴장하는 그를 응원했다. 

닥터 익스플로시브가 퇴장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경기의 선수가 입장하며 대회는 진행됐고, 그렇게 그의 용기 있는 고백은 막을 내렸다. 

한편, 지난 19일, PWS 피닉스 라이즈가 열린 NVM펍에는 만원 관중이 자리해 프로레슬링 관람을 즐겼다. 

PWS 조경호 본부장은 랭크파이브와 인터뷰에 "현장을 찾아주신 많은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한국 프로레슬링의 환경이 열악하지만,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다. 후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드린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PWS 피닉스 라이즈/ 2022년 11월 19일 오후 5시]

[캐싱인 PWS 챔피언십 시호 vs 하다온]
시호-폭스바이트, 5대 PWS 챔피언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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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첼린지 시호 vs 제이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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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폐셜 싱글 매치 진개성 vs 닥터익스플로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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