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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니스트] 일본 단체 슈토(Shooto)에 대한 소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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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니스트] 일본 단체 슈토(Shooto)에 대한 소개와 단상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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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MMA의 시작, 최후의 희망
슈토 로고
프로 슈토 로고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일본 MMA는 현재 고사 직전에 가까운 상황이다. 프라이드와 K-1이 몰락한 이후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일본 MMA는 사장길에 놓여있었다. 그 UFC 역시 지속적인 관중 수 하락으로 결국 2016년 이래 일본 대회를 개최하지 않을 정도이다.

아직 딥, 판크리스가 생존하고 프라이드의 정신적 후속 라이진이 있지만, 일본 MMA의 부활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 격투기 선수들은 몰락 이후 최근까지 자국 단체보다 한국 단체에 진출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고미 타카노리 등 스타 출신들의 체육관들도 줄줄이 폐업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UFC를 수놓았던 많은 일본 선수들도 지금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MMA 시장은 살아나야만 한다. 한·중·일 3국 중 막강한 경제 규모와 선진화된 격투기 체육 문화가 있으며, DNA에 아로새겨진 무를 숭상하는 문화, 한때 세계 MMA를 호령했던 상징성, 또 국내 격투기계에 미칠 긍정적 파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부활의 열쇠를 슈토라는 단체가 쥐고 있다고 본다.

최초의 MMA 단체
현대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과거 일본에서 프로레슬링은 ‘정말 실전적으로 강력한’ 사나이의 격투기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제 프로레슬러들의 실전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으며, UWF같은 초 실전 주의 성향의 새로운 프로레슬링 단체들이 출현하기도 했다.

슈토 또한 그러한 기조에서 나온 단체로, 초대 타이거 마스크로 이름 높은 사야마 사토루가 창시한 단체이다. 1985년 창설 이래 초기에는 종합격투기라기보다 ‘슛레슬링’이라는 종합격투기와 프로레슬링 사이 어딘가에 더 가까웠지만, 점차 흥행과 발전, 룰 개정을 거듭하여 96년에는 그라운드에서의 파운딩 허용을 기점으로 명실상부한 종합격투기 단체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슈토는 영어로 Shooto, 일본어로는 修斗라고 한다. 그 어원은 레슬링 용어 ‘슛’에서 유래하는데, 프로레슬링 흥행 중 각본에서 벗어난 예상외의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당시 프로레슬링의 실전 지향적 분파를 슛레슬링, 슛파이팅이라고 표현했으며, 슈토와 대립각을 세우는 단체 판크리스 역시 ‘슛파이팅’을 표방하고 켄 샴락 등 많은 선수를 배출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슛’에서 修斗, 즉 슈토라는 이름이 탄생한다. 그 뜻은 ‘투쟁을 익힌다, 수행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초기 UFC를 포함한 많은 격투기 단체가 스포츠라기보다 '단순 싸움질'로 손가락받은 가운데 슈토는 격투의 경기화를 지향하고 선진적인 종합격투기 룰을 도입, 발전시킨 최초의 단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실제로 UFC 측에서도 오픈 핑거 글러브의 도입, 팔각형 케이지 설계(슈토 초기에는 팔각형 링이 운용되었다) 등에서 슈토의 많은 부분을 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打타 投투 極극
타투극은 사야마 사토루가 제창한 슈토의 이념이자 나아가 일본에서 종합격투기의 한 원리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타는 타격, 투는 테이크다운, 극은 그라운드 상황을 일컫는데, 이에 관해 사야마 사토루가 직접 언급한 슈토의 이념을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히) 치라는 '타'가 아니고, 던지라는 ‘투’가 아니며, 조르거나 풀라는 '극'이 아니다.
또 단순히 타투극을 종합적으로 다루면 된다는 것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싸움의 흐름 속에서 타투극을 아우르는 기술이 끊임없이 연계되어 순환하는 것이 슈토修斗의 모습이다
그리고 ‘투쟁(斗)을 수행한다(修)’는 슈토修斗의 사상이 경기자를 인격적으로 올바르게 이끈다.
슈토修斗에 의해 투쟁 속에서 인격 형성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바로 슈토修斗의 이념이다
예로 시작되어 예로 끝난다
예를 차리는 자세야말로 슈토修斗의 기본자세이며, 자연스럽게 예를 다하는 것이 슈토修斗를 체득하는 첫걸음이다.

2019년 9월경 슈토 30주년 투어 대회 포스터
2019년 9월경 슈토 30주년 투어 대회 포스터

탄탄한 아마추어 육성 환경
슈토를 거친 유명 선수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고미 타카노리,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사쿠라이 하야토 등이 바로 아마추어 슈토를 거쳐 탄생했던 일본 MMA의 기린아들이다.

국내에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슈토는 지금까지도 자체적인 룰과 시합방식을 가지고 일본 전국적으로 아마와 프로대회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런데 슈토의 모든 시합이 다 동일한 수준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고, 국내 로드FC에도 센트럴리그, 영건스 등이 따로 나누어져 있듯 슈토 또한 클래스 A, B, C, D로 나누어져 있으며 개중 A, B가 프로, C, D가 아마 클래스로 분류된다.

이 아마추어 슈토의 경우 일본 전국 9개 지방 (홋카이도, 토호쿠, 칸토, 주부, 호쿠리쿠, 칸사이, 주고쿠, 큐슈)에서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특히 매년 6월~8월에 걸쳐 선발대회를 열고, 그 우승자들이 다시 전국 아마추어 슈토 선수권 대회를 거쳐 프로선수로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거대한 아마추어 인프라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일반적인 MMA와 차별화된 선수 보호를 위한 룰도 슈토출신 선수들이 긴 선수 생명을 가지고 안전하게 경력을 거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복싱처럼 타격에 의한 10 카운트 다운 제도가 있으며, 사점 니킥, 사커킥은 물론 엘보우도 금지되어 있다. 아마추어는 2분 2라운드 혹은 3분 2라운드 제가 운용되고, 만일 직전 시합에서 KO패를 당한 경우 무조건 3개월간 시합이 금지된다.

만화가 엔도 히로키의 작품 ‘올 라운더 메구루’가 바로 이 아마추어 슈토를 다루고 있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상당히 현실적인 작풍으로 슈토만이 아니라 종합격투기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 봐 둘만 하다. 오랜 기간 정식 번역이 되지 않다가 최근 들어서 전자책으로 정발 중이다.

다시 MMA의 불씨가 되기를
필자가 라이진, 판크리스 등 다른 단체를 제껴두고 슈토야말로 일본 MMA 부흥의 시발점이 되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스포츠의 근간은 사회 저변에 그 인프라가 얼마나 보편화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으며, 그런 점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체계적인 ‘풀뿌리 격투’ 시스템을 지닌 슈토가 그 적임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타 단체들이 일본 MMA의 버블을 타고 확장만을 외친 끝에 대부분 파산과 큰 축소에 내몰린 지금, 그 시류에 무작정 편승하지 않고 꾸준히 내실을 다져온 슈토는 중간중간 위험이 없지는 않았으나 해왔던 대로 열심히 선수들을 키워내고, 데뷔시키고 있다. 작년 1월경에는 아시아 최대 단체 원FC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이슈가 되었다.

현재 국내 격투기 역시 사정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적은 인프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단체의 난립과 대립으로 확실한 근간이 잡히지 않는 국내 아마추어 격투기 현실을 꼽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에 따른 장기 방역 조치로 격투 체육의 근간인 체육관 대다수가 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기도 하다. 우리 역시 아마추어 슈토에서 나오는 저력, 그로 인해 사장길에 놓여 있으나 결코 끊어지지 않는 일본 MMA의 명맥을 보고 어떻게 우리식으로 본받아야 될까라는 성찰을 가질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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