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파이브=일산, 정성욱 기자] 1세대 종합격투기 파이터에서 복싱인으로 변신한 '락커정신' 김형균(BOX-1). 이번에는 대회도 열어볼 생각이다. 12월 3일 일산 BOX-1 체육관에서 '온리 유어 피스트 그랑프리 2022'를 개최한다. 복싱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 끝에 자신만의 교육 철학과 시스템을 만든 그가 여는 대회는 어떤 모습일까. 랭크파이브가 김형균 감독에게 직접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부에 이어서)
Q: 최근에 대회를 연다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 복싱으로 전향하고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시스템도 파악했다. 어디 협회가 잘 나가고 어디 선수가 있고 이런 걸 파악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현재 MMA는 여러모로 높이 올라가 있는데 복싱은 아래까지 떨어져 있다. 사실상 회생 불가능한 위치까지 내려 가버렸다고 느끼고 있다. 현재 복싱은 나에게 있어 사명감이다. 사명감을 갖고 복싱이 발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일단 지도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먼저다. 그래야 재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 재투자가 일어나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탄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근데 지금은 지도자들이 배고프고, 선수들은 대회가 없어서 못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더라. MMA는 해외에 큰 단체가 있어서 외국으로 나가서 선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는데 복싱은 그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내가 5년 동안 복싱 체육관을 운영했지만 단 한 번도 프로가 되겠다 한 선수가 없었다. 복싱은 생활체육 스포츠화 됐다. 생활체육 스포츠화 되다보니 반대로 프로가 무너진 상태다. '프로' 분야의 위기를 몸소 느끼고 이걸 한 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대회를 출전 해보고 느낀 것이 있다. 보수적이고 자기들끼리 해먹는 분위기가 있다. 프로도 아니고 생활체육 분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힘들고 그들의 행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다. 이건 일선 체육관을 망하게 하는 거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 생각을 반영한 대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냥 멋있는 대회를 하자. 생활체육에서 굳이 승패 나누고 판정 이상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 판정이 없는 대회, 참여에 의의를 두는 대회를 하자. 이런 생각들이 뭉쳐서 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된 것이다.
Q: 관원들이 원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을 듯 하다.
- 우리 체육관은 특별한 시스템이 있다. '중수 승급전'이란 단계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어떤 조건을 채워야 승급이 가능하다. 일곱번의 스파링을 4라운드씩 소화하면 중수로 인정해준다. 이기는 것이 아니다. 버티는 거다. 내용만 들어봐도 이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젊은 수련인이나 몸이 좋은 사람, 실력있는 사람만 중수가 된다. 그래서 또 만든 것이 이른바 '짭중수'라는 것이 있다. '중수 승급전'을 소화하기 힘든 층에겐 대회를 나가서 승리하고 와도 중수가 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나이가 있는 분들이 체육관 자체에서 대회를 열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원하는 분들이 어느정도 있는 것 같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점점 판이 커졌다. 그냥 경기 열어서 중수로 올려드릴 계획으로 대회를 열고 그분들의 경기를 찍고자 했는데 카메라가 한 대에서 10대 정도 들어오게 됐다. 게다가 후원도 많아져서 참여하는 분들 모두 참가비 만큼의 상품을 가져가게 될 정도가 됐다.
Q: 대회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는지?
- 며칠 신청을 받았는데 엄청 들어왔다. 모두들 링에 서고 싶은 마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 던 거다. 한 체육관에서 10개 경기 이상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되는 거다. 많은 경기를 만들고 싶어도 상대가 없어 출전 못하는 분들도 계셨다.
Q: 지금은 체육관 자체 대회로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더 크게 키울 것인지?
- 원래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대회를 치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이번에 열게 됐다. 게다가 다른 체육관 수련인들을 섭외하려면 일단 대회를 열고 뭔가 보여준 다음에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대회를 연 것도 있다.
Q: 기존 생활체육 복싱 대회와 다른 것이 있다면?
- 우리 대회는 일단 '멋'을 강조한다. '멋'이라는 것은 생활체육인들에게 '로망' 같은 거다. 멋진 장비를 모으고 그걸로 자신을 커스텀하는 것. 실력 보다는 이른바 '장비빨'아닌가? 실력이야 프로 선수들에 비하면 당연히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멋'은 프로 선수 못지않은 투자력이 있는 사람들이 생활체육인이다. 그렇게 멋부리고 싶은 이들이 더욱 멋을 부릴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줄 것이다.
두 번째는 부담이 적은 대회다. 승패를 나누지 않는 대회다. 우리 체육관 이야기지만, 이제 스파링에 대한 부담이 없다. 우리 관원들에게 스파링이라는 것 자체는 승패를 나누는 개념이 아니다. 스파링은 스파링이다. 연습이다. 그건 경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스파링 가지고 승패를 나눴네 누가 내가 또 다운을 뺏었네 이거는 되게 의미 없는 이야기다. 우리 체육관에서 스파링은 배움이기도 하다.
승패를 나누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기존 대회를 나가서 당했던 것들 때문이다. 대회에 나가서 정당하게 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해 지는 경우 때문이다. 심판도 인간이니까 뭐 오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생활체육 복싱 대회에서 '판정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 복싱 자체를 혐오하게 되기도 한다. 이 종목이 좋아서 왔는데 말도 안 되는 내상을 입는 거다. 이러면 결국 떠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 대회는 승패를 나누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KO, TKO 처럼 명확하지만 않으면 승패를 가르지 않는다. 혹은 누가 봐도 명확한 반칙을 했을 경우도 승패를 나눈다.
아, 그리고 인기투표도 실시한다. 판정이 아니다.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고르게 해서 선정되는 경기는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금 경기를 잡아주는 것이다. 이는 경기를 하는 사람이나 관객들 모두 즐거운 일이다.
Q: 이번 대회는 첫 대회인데 전석 유료로 한다고 들었다.
- 첫 대회지만 유료 대회로 치른다. 내가 선수 할 때부터 느꼈지만 가치 있는 대회를 만들어가는 거는 다 같이 그 가치를 인정했을 때다.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억지로 오는 게 아니라 가치를 인정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대회를 여는 사람들이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절대로 공짜 티켓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대회 전석 유료화했고 이를 공감해 주는 관원들은 이미 티켓팅을 다 완료했다. 경기가 일주일 정도 남은 지금 티켓의 3분의 2 판매가 완료가 됐다. 이런 문화가 정착이 돼야 선수들에게 더 좋은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Q: 맞다. 그게 파이트 머니로 환산될 수도 있다.
- 우리나라도 다양한 스포츠들이 유료화되는 개념이 좀 있어야 된다. 한국 격투기 같은 경우 유료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는 것이 익숙치 않다. 과거에 무료 티켓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제 또 하나씩 바꿔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대회 어떻게 치르고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이야기해달라.
- 사실 대회 유치하는 건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또 말이 안 되는 걸 하는 것 같더라. 근데 뭐 어찌 하겠나? 내가 벌린 일이니까 아름다운 그림, 멋있는 그림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싱이라는 장르가 좀 구태의연했다면 나로 인해 바뀔수 있다면 여러가지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체육관 운영으로, 선수들과 함께 공감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