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1:31 (화)
실시간
핫뉴스
원챔피언십 2년차 권원일 "파이터들이 닮고 싶은 아이콘 되고파"
상태바
원챔피언십 2년차 권원일 "파이터들이 닮고 싶은 아이콘 되고파"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1.12.14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원일 Ⓒ원챔피언십
권원일 Ⓒ원챔피언십

[랭크파이브=정성욱 기자] 2019년 1월, 23살의 무명 청년이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대는 그 나라의 셀럽 파이터. 흔히 이야기하는 떡밥 경기로 보였다. 하지만 그 청년의 얼굴을 밝았다. 긴장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처음 본 원챔피언십 벨트가 나에게 잘 어울린다"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경기 당일 모두가 놀랐다. 당시 경기 승리 후 청혼까지 준비했다는 인도네시아 셀럽은 한국 청년의 펀치에 쓰러졌다. 코칭 스텝과 청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프리티 보이> 권원일(25, 익스트림컴뱃)의 원챔피언십 데뷔전은 이렇듯 화려했다.

벌써 2년이 지났다. 원챔피언십에서 3번의 패배를 겪었지만 최근 2연승 행진 중이다. 페더급과 밴텀급을 오고 가다가 밴텀급으로 정착 후 경기 성적도 나아졌다. 2년이 지난 현재 권원일은 큰 관문에 다다랐다. 

케빈 벨링온(34, 필리핀). 전 페더급 챔피언 마틴 응우엔에게 승리했고, 밴텀급 챔피언 비비아노 페르난데스에게도 승리한 바 있는 실력파 선수다. 게다가 원챔피언십 밴텀급 랭킹 2위이기도 하다. 17일, 권원일은 벨링온과 대결하여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대결을 펼친다.

대결에 앞서 권원일을 랭크파이브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챔피언십 데뷔 후 2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번 경기와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이하 인터뷰 전문

Q: 원챔피언십에서 데뷔한 이후 2년이 지났다. 스스로 변한 것이 있다면?
- 2년 동안 뭔가가 있었냐? 사실 아무 생각을 안 했다. 왜냐하면 그냥 운동선수가 운동을 하고 시합을 뛰는 게 다였어 가지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의미가 어떤 사람들에겐 있겠지만 나한테는 좀 더 높은 데로 올라가기 위한 의미밖에 없다. 지금은 그냥 즐기고 싶은 그냥 그런 의미? 앞으로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한다. 이런 느낌이다.

Q: 2년간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는지?
- 나는 잘 못 느끼겠다. 근데 다른 사람들과 스파링을 해보면 내가 그때보다는 조금만 더 늘었구나. 이런 느낌이라서 내가 뭘 하면서 "완전 많이 늘었어!" 이런 느낌은 매번 못 느낀다.

나보다도 관장님, 감독님 덕분에 내가 성장한 것 같다. 왜냐하면 레슬링 디펜스 이런 게 되게 약할 때 감독님께서 계속 레슬링 방어에 대해서 잡아줬다. 타격 스트레이트는 관장님이 계속 잡아주셨고. 그다음에 어퍼컷 같은 경우도 감독님이 잡아주시고. 보디 같은 경우도 관장님, 감독님께 잡아주시고.

그래서 내가 업그레이드된 것은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코치님들이 잘 가르쳐주셔서 내가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냥 운동이라는 걸 즐기고 싶다. 시합 때도 즐기려고 많이 하는 편이니까. 이거를 즐기고 싶은 거다.

뭔가(기술)가 붙는다에 대해서는 그냥 하다 보니까 붙는 거지. 뭐 내가 "이거 해주세요", "저거 붙어라!" 이렇게보다는 지금은 하다 보니까 붙더라.

Q: 안 되던 기술이 딱 될 때가 있을 텐데, 어떤 계기로 새로운 기술이 장착된다고 생각하는지?
- 이게 참 신기하다. 한참 안 되다가 이게 또 안 되는데 되네? 이러고 또다시 하다가 한 3~4주간은 또 안된다. 또 지금은 되네? 이렇게 되니까 그거에 대한 즐거움은 좀 있다. "뭔가가 안되는데, 스트레스 받아" 이러고 있다가 어느 날 하루 된다. 그리고 또 이틀 삼일도 안 된다.

어느 날 하루 되는데 그 하루가 나는 좋더라. 그 하루가. 그 하루 때문에 몇 주 스트레스 받아도 그 하루 때문에 다행이라고. 이게 재밌구나. 이렇게 되는 거다. 그거에 나는 만족을 좀 하고 있다.

그런데 시합 때 좋은 건 오감이 다 살아있으니까. 거기서 그 기술을 한번 쓰면 그다음에는 이 기술을 또 쓸 수 있는 거고. 몸에 제대로 축적할 수 있는 건 시합밖에 없다. 그다음에 또 되면 이건 진짜 내 거다. 이런 느낌 한 번으로는 무리일 수 있는데 두 번 세 번 하면 그때부터는 거죠.

Q: 앞서 코칭스텝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익스트림컴뱃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
- 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익스트림컴뱃에 있었다. 9년, 10년 가까이 돼간다. 저는 항상 어디서든 얘기하는데, 나는 제가 속해 있는 익스트림컴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 자신 믿고 내 팀 믿고 시합 나가는 게 사실은 그게 최고의 팀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배울 것 있으면 다른 데 가서 배워보는 것 정도면 되지.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있는 자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면 그럼 최고의 팀이고 최고의 자리인 것 같다.

Q: 익스트림컴뱃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우리 팀의 강점은 누가 뭐라 하던 타격이다. 전 세계 어디 가서도 타격만큼 밀리면 자존심 상한다. 이런 느낌이 사실은 좀 있다.(웃음)

관장님, 감독님 베이스 자체가 일단은 첫 번째로 보시면 타격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배우고 있다. 가장 먼저 배우는 게 그래플링 보다는 타격이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까 제가 봤을 때는 타격을 좀 더 저희가 다른 데보다 훨씬 더 잘 쓴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다음에 이제 팀원들이다. 팀원들이랑 스파링을 하고 애들이 많이 물어본다. 옛날에는 제가 물어봤다면 애들이 많이 물어보는. 또 저랑 재웅이 형의 스타일이 그래플링 보다는 타격을 많이 알려주는 스타일이니까. 또 애들한테도 가르쳐 주면 타격을 많이 알려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애들이 또 밑에 있는 해서 "이때 이 타격을 써야지" 이렇게 해서 많이 배워서 이렇게 많이 많이 내려가는 약간 이런 느낌? 그러다 보니까 밑에 있는 애들도 그 밑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또 타격을 알려주고 있다.(웃음)

Q: 원챔피언십 랭커 김재웅과 팀 동료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일단은 재웅이 형은, (내가) 운동 처음 했을 때  열여덟, 열아홉 살 때부터 봤던 사람이 재웅이 형이다. 근 10년, 지겨울 정도로 본 사람이 재웅이 형이다. 랭커가 돼서 일단은 멋있어요. 근데 저한테는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냥 형이다. 격투기 적으로는 멋있고 그냥 그게 다인? "뭐 멋있다. 잘한다." 나보다 잘하니까.(웃음) 잘 되든, 못되든 나중에 밥이나 한 끼 먹고. 심심한데 목욕탕이나 갈래? 이렇게 하는 거다. (웃음)

Q: 경기에 대한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랭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랭킹에 대한? 이번 상대 이기면 랭킹에 들어간다. 그리고 타이틀전에 가까워진다. 사실 다른 싸움에는 의미를 찾기는 사실 어렵더라. 근데 타이틀전만큼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할 때 나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목표였다.
세계 타이틀전을 한다는 의미는 내가 이 운동에 종점에 다 왔다는 거다. 나는 세계 챔피언이 목표였지, 뭔가를 해서 내가 돈을 벌겠다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사실 챔피언이 되면 그만하고 싶다. (웃음)

챔피언 이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이후에는 딱히 뭐가 없어 보이더라.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이 "너 운동 왜 해?"이러면 "챔피언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나중에 세계 챔피언 되고 나서 보면 그 뒤에 이제 챔피언들이나 맥그리거 보면. 이제는 뭘 해야 될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빕 선수가 진짜 멋있는 게 챔피언에서 몇 명 딱 이기고 "난 여기서 그만하겠다." 딱 내려놓고 갔다. 나는 그게 제일 멋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깔끔하고 뒤탈 없고. 일단은 세계 챔피언 아닌가.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내가 격투기를 시작했을 때 그 목표만 이루면 그 이상은 욕심을 안 내는 게 맞는 것 같다. 욕심을 더 내는 순간 사람은 몰락하게 되어 있더라. 그거를 옛날부터 엄마 아빠에게 계속 들었던 얘기라.  벨트 딱 따고. 방어전 한두 명 해보고 그러는 게 내 목표다.

Q: 이번 상대 케빈 벨링온은 어떤 선수인가?
- (케빈 벨링온은)터프하고 강한 선수.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상은 없다. 이번 경기에선 내가 3라운드 내내 잠식해 나가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 초반에만 조금 넘어가면 그 이후부터는 내가 계속 갉아먹어갈 것이다.

첸루이 때도 그렇고 누구도 그렇고 다 풀 라운드를 생각했다. 그런데 KO를 생각하면 안 되더라. 벨링온도 기회가 되면 보낼 것이다.  근데 시합은 제가 잠식해간다고 생각을 하고 들어갈 거다.

얘가 이거를 준비했는데 이게 안 돼. 그러면 이거 안 되니까 다른 거 해봐야지. 근데 또 그것도 안 돼. 그때부터 이제 내가 이거 다 먹었다. 이거죠. 이제 뭘 해도 다 되는 거니까. 나는 그런 싸움을 하고 싶어하고 좋아한다.

Q: 원챔피언십 파이터 권원일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 누구한테 뭔가로 기억되고 싶다기보단, 누군가가 나를 보고 저런 선수도 있었는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이런 "아이콘"이 되었으면 좋겠다. "쟤는 극강의 뭐였어." "쟤는 엄청난 뭐였어." 이거보다. 그냥 저런 선수가 있었는데 "나는 저런 선수처럼 싸워보고 싶다." 이런거.

어제 유튜브를 보는데 장정구 선수랑 유명우 선수가 나오더라. 보면서 "잘 친다. 멋있네." 이렇게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맥그리거를 따라 하지 않나. 그거까지는 아닌데 나중에 누군가 나를 봤을 때 쟤처럼 이렇게 얘기해 보고 싶다. 쟤처럼 싸워보고 싶다. 약간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