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대회 총평★★★☆3.5> 시합 하나하나 빠짐없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피니쉬도 명장면도 충분하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한국시간 8월 9일 UFC 파이트나이트는 메인 카드 다섯 경기 중 무려 세 경기나 피니시가 나왔으며, 판정으로 끝난 두 경기 역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가 있는 좋은 시합들이었다.
특히나 메인과 코메인 이벤트의 경우 각 체급에 일정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결과를 낳았는데, 그런 점에서 엔트리 발표 초기 카드 구성에 우려를 표하던 팬들의 불만을 불식시킬 만큼 평균 이상의 대회였다 평하고 싶다.
데릭 루이스 대 알렉세이 올레이닉
<★★★☆3.5> 주짓수 교육을 거부한 검은 야수, 누가 다시 루이스를 잡게 될까
바로 경기 내용을 살펴보자, 1라운드 초반 데릭 루이스의 강공에 알렉세이 올레이닉이 크게 균형을 잃고 무너졌으나, 곧 그라운드에서 필사적으로 체력을 회복한 후 적극적으로 루이스를 끌어내려 그래플링 지옥에 빠뜨리는데 성공했다.
비록 스카프 홀드 헤드락 및 키락이 실패로 돌아갔으나 1라운드 절반 이상을 루이스에 그래플링 강의를 했다는 점에서 올레이닉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루이스의 광폭한 타격 비중도 적지 않았기에 판정으로 갔다면 저지 성향에 따라 갈렸을 것이다.
문제의 2라운드, 루이스가 불의의 플라잉 니킥 직후 올레이닉의 턱에 오른손을 꽂아 그대로 침몰시켜버리고 만다. 그때까지만 해도 올레이닉은 아직 의식이 있어 1라운드 때처럼 어떻게든 루이스의 다리를 붙잡고 체력을 회복하려 했지만, 이미 데미지가 쌓인 데다 뒤이은 루이스의 파운딩을 얻어맞고 결국 TKO를 헌납한다. 은퇴를 앞둔 43세의 노장으로써는 체급 내 피지컬 괴물로 소문난 루이스의 정타를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양 자 모두 헤비급에서 2연승을 올리며 컨텐더를 향해 달려가던 차, 결국 루이스가 기존 랭킹을 지키면서 다시금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현 헤비급 내 프란시스 은가누와 쌍벽을 이룰 하드펀처이자 ‘파워 원툴’이라는 특성만으로 탑 컨텐더의 경지에 이른 그는 오늘 경기로 어느 정도의 셋업과 타격 컴비네이션 부분에서 다소 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아직도 그래플링 부분의 약점은 그대로이며 이것이 단기간 내 훈련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에서 아직도 루이스의 상승세가 챔피언 벨트에까지 이를 수 있으리라고는 개인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오마리 아헤메도브 대 크리스 와이드먼
<★★★☆3.5>올 아메리칸은 다시 미들급 챔프의 꿈을 꾸는가
크리스 와이드먼이 강자 오마리 아헤메도브를 꺾다니, 이 결과를 미처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물론 아헤메도브가 체급 내 압도적인 강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UFC에서 활약한 데다 최근에는 무려 3연승을 내달리며 랭킹 11위까지 올라선 레슬링과 타격의 달인이다. 더군다나 아헤메도브가 탑독으로 분류된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와이드먼의 압도적인 약화가 가장 주된 이유이다. 루크 락홀드 전 그 ‘돌려차기’ 이후로 와이드먼은 엄청나게 악화된 턱 맷집 때문에 요엘 로메로, 게가드 무사시, 호나우도 소우자, 도미닉 레예스에 연달아 무기력한 KO를 당해 이미 크리스 와이드먼이라는 파이터는 재기가 불가능한 퇴물로 전락하리라 생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아헤메도브는 와이드먼의 원숙한 그래플링 게임에 전혀 해답을 내놓지 못하며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빴고, 결국 세 명의 저지가 와이드먼을 선택하여 캘빈 가스텔럼 전 이후 3년 만의 판정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오늘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간 크리스 와이드먼이라는 선수가 가진 파이팅 스타일이다. 간략하게 말해 와이드먼의 베이스는 올 아메리칸 수상경력에 빛나는 최상급의 레슬러이자, 블랙벨트를 소유한 주짓떼로다. 근본적으로 그래플러라 말할 수 있는데, 종합격투기에 입성한 이래 와이드먼은 올라운드 파이터를 지향하며 타격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곤 했다. 단순히 훈련을 골고루 한 것만이 아니라 케이지 안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든 자신의 주특기를 살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주먹을 섞는 것을 즐기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얻고 앤더슨 실바의 몰락을 부른 그 전설적인 KO승 이후 더욱 그런 경향을 보인다. 상기한 대 락홀드 전의 돌려차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리라.
분명 레슬러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가해지는 타격은 매우 위협적이지만, 결국 뒤늦게 배워가기 시작한 타격은 타격 근본 격투가에 비해 기본기가 모자랄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맷집에 의존한 타격전을 남발하다 보니 점점 턱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연패 가운데 거둔 캘빈 가스텔럼 전의 암 트라이앵글 초크 승이 곧 재기의 힌트였다. 그 한 판에서 보였듯 결국 와이드먼은 그래플링에서 다른 선수보다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으며, 이번 아헤메도브 전에서도 주먹의 비중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한 끝에, 즉 자신의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끝에 귀중한 복귀전 승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위험한 장면 한 번 연출하지 않은 채 말이다.
오마리 아헤메도브가 절대 레슬링이 약한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두게 된 것은 다시금 와이드먼이 미들급뿐만 아니라 UFC 전체 풀 내 손꼽히는 그래플러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며, 앞으로 와이드먼이 달라진 모습으로 두 번째 챔피언 벨트를 향해 재기할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키 피톨로 대 다렌 스튜어트
<★★★☆3.5>’빠꾸’가 없는 두 타격가의 대결, 승부를 가른 것은 서브미션?
마키 피톨로와 다렌 스튜어트는 둘 다 타격에 강점이 있는 스트라이커로, 기본기도 충실할뿐더러 공격성도 절대 밀리지 않는 화끈한 타격전을 담보한다. 물론 피톨로가 프로 전적 내 어느 정도 서브미션 승을 가지고 있으나 확실한 무기 중 하나라고 보기엔 어려우며, 앞서 승패를 예상한 사람들 모두 이 시합이 누군가의 다운 아니면 유효타 우위에 의한 판정승으로 마무리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1라운드 1분 48초경 피톨로가 회심의 백스핀 블로를 날리기 직전만 해도 치열한 복싱이 펼쳐졌는데, 이변이 생긴 것은 그다음이었다. 백스핀 블로를 피한 스튜어트가 카운터 태클 시도 후 클린치로 엉겨 붙었으며, 케이지 레슬링 끝에 피톨로가 스튜어트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과정에서 불의의 길로틴 초크를 헌납하게 된 것이다.
태클에 카운터로 들어오는 길로틴 초크의 경우 태클 시도 시 가슴을 상대에 붙이고 목과 등을 곧게 세우는 기본적인 자세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주 나오게 된다. 이 경우 피톨로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피톨로가 스튜어트에게 그라운드 옵션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방비했던 것이든 간에 스튜어트 역시 종합격투가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필요한 경우 다양한 무기를 회심의 순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의미 있는 한판 대결이었다.
야나 쿠니츠카야 대 줄리아 스톨리아넨코
<★★★3.0>판정승이지만 피지컬의 우위의 안정적 활용을 잘 보여준 쿠니츠카야
분명 같은 여성 밴텀급임에도 불구하고 케이지 내에 들어선 양 선수의 모습을 보니, 야나 쿠니츠카야가 줄리아 스톨리아넨코보다 훨씬 커 보이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보이는 피지컬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했다. 시작 공이 울리자마자 쿠니츠카야는 스톨리아렌코를 붙잡고 어렵지 않게 케이지로 밀어붙였으며, 그 완력 차 앞에 스톨리아넨코는 길로틴 그립, 테이크다운 시도 등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그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았다.
가장 명장면은 2라운드 시작 직후 스톨리아넨코의 기습적인 돌려차기를 쿠니츠카야가 붙잡고 슬램으로 메쳐버린 장면일 것이다. 이후로도 스톨리아넨코는 주짓수 베이스답게 쿠니츠카야의 압박에 맞서 바닥에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완전히 극복하는 데 실패하고 판정패를 당하고 말았다.
흔히 말하길 전쟁에서 ‘인해전술’이라 하면 작전이 없는 그저 단순무식한 전술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옛 병법에서도 병력의 확고한 우위를 가질 경우 인해전술만한 상책이 없다 했을 만큼 체급의 우위를 잘 이용해 변수 없는 안정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쿠니츠카야가 거둔 승리 역시 무리하게 하위에 있는 스톨리아넨코를 끝내러 들어가거나 타격전으로 몰고 가지 않고 피지컬과 완력의 우위로 적절한 압박에 의해 판정승을 거둔 것은, 보기에는 심심해 보일지 몰라도 커리어에 소중한 1승을 따내는데 최상책을 선택한 것으로 인정한다.
베네일 다리우쉬 대 스캇 홀츠만
<★★★3.0>올해 UFC 명장면 중 하나, 별점 삭감 이유는 계체 실패
라이트급 랭킹 끄트머리에 있는 베네일 다리우쉬와 그 랭크를 쟁탈하려는 스캇 홀츠만, 초반 써밍이 나와 맥이 끊기기는 했지만 상당히 강력한 타격이 오가는 가운데 다리우쉬가 가끔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1라운드 말미 홀츠만의 리듬을 파악하고 완전히 노리고 들어간 다리우쉬의 백스핀 블로였지만, 사실 필자는 그 전 라운드 중반 홀츠만의 머리에 꽂아버린 니킥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한다. 그 니킥 이후 홀츠만에게는 계속해서 데미지가 남아있었으며 다리우쉬의 연타와 백스핀하는 큰 동작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KO를 당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홀츠만의 복싱은 근거리에서의 숏어퍼, 바디블로와 회피 동작 등 멋진 경지에 이르렀으나 자세가 너무 높고 다리우쉬의 맞불에 반격할 다른 무기가 없는 등 지나치게 공격패턴이 단조로운 모습이다. 다리우쉬가 여러모로 랭커의 위엄을 보였으며, 홀츠만으로서는 좀 더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아야 다시금 랭커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체를 실패한 것이 흠이긴 하나 이번 시합 다리우쉬는 내내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고 자신의 경력 길이길이 자랑할만한 KO 명장면을 남기게 되었다. 혹여 경기 다시 보기를 하실 분은 다리우쉬의 백스핀 블로 장면에서 중계 마이크를 잡은 폴 펠더가 경악하는 모습도 필히 감상하길 바란다.
■ ‘UFC Fight Night: 루이스 vs 올레이닉’ 메인카드
[헤비급] #4 데릭 루이스 vs #10 알렉세이 올레이닉
데릭 루이스, 2라운드 21초 TKO승(파운딩)
[미들급] #11 오마리 아헤메도브 vs 크리스 와이드먼
크리스 와이드먼, 3라운드 종료 판정승(0-3)
[미들급] 마키 피톨로 vs 다렌 스튜어트
다렌 스튜어트, 1라운드 3분 41초 서브미션승(길로틴 초크)
[라이트급] #8 야나 쿠니츠카야 vs 줄리아 스톨리아넨코
아냐 쿠니츠카야,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라이트급] #14 베네일 다리우쉬 vs 스캇 홀츠만
베네일 다리우쉬, 1라운드 4분 38초 KO승(백스핀 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