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대회 총평 ★★☆ 2.5> 그래도 이름값에 비해 부족한 것은 없었다
원래도 팬들의 시선을 끌기에 2%는커녕 22%는 부족한 엔트리지만 그마저도 트래빈 자일스의 건강 문제 때문에 메인 카드 한 경기가 비게 되었다. 그나마 단순 컨디션 난조일 뿐 코로나 감염이 아니니 그 부분은 정말 다행이다.
이번 주부터 메인 카드 각 시합 및 대회 전체에 대한 평점을 5점 만점의 별점으로 매겨볼까 한다. 절대적인 가치를 평한다기보다 한눈에 그 시합 및 대회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며, 이 부분에서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필자 스스로도 데이브 멜처처럼 모두의 공감을 얻는 평을 매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데릭 브런슨 대에드먼 샤바지안
<★★ 2.0> 베테랑 브런슨의 관록, 숙제를 떠안은 샤바지안 학생
신예 에드먼 샤바지안(22, 미국)이 어릴 적부터 MMA의 영재교육을 받아왔다는 사실과 론다 로우지와의 관계 때문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신성이기는 하지만, 데릭 브런슨(36, 미국)은 경험과 그래플링 기술에서 비할 데가 없다.
필자는 물론이고 해외 도박 사이트에서 샤바지안의 탑독을 점친 이유는 샤바지안이 최근 전적 면에서 매우 기세등등할 뿐 아니라 브런슨 스스로가 끈적한 레슬링 단 하나밖에 무기가 없는, 최근 경기에서는 연승을 거뒀음에도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호나우도 소우자와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모두 1라운드 KO로 2연패 했으며, 이후 2연승을 거뒀으나 상대의 이름값이 낮은 데다 모두 판정승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지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의 대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언더독의 압승이 나와버렸다. 이 경기를 통해 아직 샤바지안이 유망주로서 극복해야 하는 몇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브런슨은 파이팅 스타일이 매우 고정된 선수 중 하나다. 강한 피지컬로 뒷받침되는 훅을 때리다가 상대 가드가 위로 쏠리거나 케이지에 몰렸을 때 테이크다운, 지든 이기든 브런슨은 이 패턴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샤바지안은 당연히 이에 맞춰 경기를 준비해야 했지만, 그도 결국 브런슨에게 패한 상대들과 똑같이 레슬링 게임에 말려들며 싱겁게 게임이 끝나고 말았다. 무게 중심이 너무 높았고 일단 클린치에 잡히고 나면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헛심만 써 체력을 소진하고 말았다. 브런슨은 굳이 그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려 헛심을 쓸 필요도 없었다.
두 번째는 결정적 패인인 체력, 물론 앞서 레슬링 방어 때문에 상당히 체력이 소진된 탓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2라운드 중반부터 탈진을 보였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특히 선수의 체력, 스태미나는 10대 중후반~20대 초반에 크게 결정된다. 높은 자리에 오른 선수들치고 체력에 부족함을 보인 선수가 없는데, 과연 다음 경기에는 이 체력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겠다.
세 번째는 그의 수련환경과 관련된 의문이다. 모두가 아는 대로 그는 론다 로우지의 팀메이트로서 어느 정도 코치진들의 성향이 공개되어 있다. 메인 코치는 복싱 베이스인 타버디안이며, 북미의 유명한 유술가 진 르벨 계열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타버디안이 복싱 코칭으로 그닥 좋은 평을 듣지 못하며, 진 르벨과 휘하 유명인 고코르 치비치안도 모두 엘리트 유도인이라는 것이다. 유도라는 무술을 폄하할 생각은 절대 없지만 단독으로 MMA 그래플링을 수행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론다 로우지가 있던 여성부 체급에는 압도적 레슬러나 주짓떼로가 없어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성부에는 무서운 그래플러들이 득실댄다. 오늘 본 경기대로 샤바지안은 레슬링식 태클 디펜스에 심각한 하자를 보였으며, 코칭스타일이 매우 경직되고 변화를 거부하기로 유명한 그의 소속 코치진이 과연 이 부분을 수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조앤 칼더우드 대 제니퍼 마이아
<★★ 2.0> 마이아의 또 다른 일면, 칼더우드의 판단 착오
조앤 칼더우드(34, 스코틀랜드)와 제니퍼 마이아(31, 브라질)는 공교롭게도 최근 체급 랭크 1위 케이틀리 추카기언과 경기를 가져 둘 다 패한 바 있다. 필자는 이 경기 내용을 기반으로 칼더우드의 승리를 예측했는데, 사실 내용은 마이아가 더 좋았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당시 계체에도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칼더우드는 지나치게 움직임이 적고 가드도 단단하지 않아 맷집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승리를 챙겨왔다는 점을 높이 샀다.
킥 캐치에 이은 테이크다운 전까지 타격을 허용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다. 칼더우드의 그간 경기 내용을 봤을 때 그리 놀랄 일도 아닌, 본래 맞으면서 맞받아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허나 칼더우드가 그라운드에 별 강점이 없는 선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운영을 못 할 줄은 몰랐다. 소위 ‘들어갈 때 들어가고 뺄 때 빠져야’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다. 물론 마이아도 서브미션 승이 UFC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그라운드를 얕잡아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번 경기 이후로 마이아의 주가는 한층 더 뛰어오르게 되었으며, 칼더우드는 컨텐더에서 한껏 밀려난 채 오랜 시간을 와신상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빈센트루케 대 랜디 브라운
<★★☆ 2.5> 돌부처 같은 루케의 전진
랜디 브라운(30, 자메이카)은 매우 몸놀림이 가볍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파이터이나 확실한 승리 공식을 가지고 있다 보기는 어렵다. 그에 반해 빈센트 루케(28, 브라질)는 무에타이 기반의 매우 정적인 파이터로, 단단히 가드를 걸어 잠근 채 기본에 충실한 콤비네이션을 고집하여 절도가 있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UFC에서 오랜 기간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루케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지만 다소 스타일이 정적이고 답답하다는 점에서 브라운이 그의 스타일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미 루케는 변칙 파이터인 스티브 톰슨에게 완패한 전적이 있으며, 브라운 역시 변칙적인 타격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라고 해야 할까, 아직 브라운은 루케의 단단한 벽을 깨뜨릴만한 기술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중앙을 상대에 내주고 아웃파이팅을 하는 것이야 루케를 상대로 하는 타격가들 대부분이 처하는 상황이지만, 브라운은 내내 이렇다 할 유효타를 내지 못한 채 몰리다 못해 펜스에 등을 기댔다. 물론 경기가 열린 APEX의 옥타곤이 유난히 작은 이유도 있지만 이를 극복할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먼저 우위에 있는 리치를 십분 이용해 앞 손을 더 많이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2라운드 로블로 이후부터 조금이나마 더 앞 손을 쓰긴 했지만 루케가 1라운드부터 쌓아온 로우킥 데미지 때문에 이미 스텝이 죽어 무용지물이 되었다.
게다가 이미 2라운드에 이미 체력 난조를 보였고, 루케에게 앞목을 잡힌 후 미처 손을 바닥에 대 4점 포지션을 만들기 전에 루케의 무릎이 머리를 타격해 KO가 나오게 된다. 체력과 시합 운영에 다소 모자람이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내 노가드로 보여준 상체 회피 움직임, 불시에 빛을 발하는 깜짝 테이크다운과 앤더슨 실바를 떠올리는 창의적이고 변칙적인 움직임은 브라운의 멋진 장점이다. 이미 오랜 기간 커리어를 구축해 장단점이 고정되었지만, 각성 여부에 따라 늦은 나이에도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리라 본다.
루케 역시 이번에 연승을 기록하며 스티브 톰슨에게 꺾였던 기세를 회복하고 위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빈센트 루케는 특유의 굳건한 타격 스타일이 매력적인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좋은 경기였으며, 앞으로 루케의 승패를 예측할 기회가 있다면 그에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랜도 바나타 대 바비 그린
<★★★ 3.0> 결정적인 장면은 없으나 두 선수의 멋진 복싱 공방
매우 주목도가 낮은 경기라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이 경기는 2차전이다. 이미 3년 전 랜도 바나타(28, 미국)와 바비 그린(33, 미국)은 맞붙은 적이 있으며, 당시에는 무승부를 기록하고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를 받은 멋진 타격전이었다. 그때 내지 못한 결판을 다시금 낼 차례, 공교롭게도 둘은 비슷한 변칙적인 타격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데다 오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영 전적에서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것까지 모두 닮았다.
바나타는 엄청난 동체 시력과 핸드스피드, 상체 움직임을 이용해 타격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거리 밖에 있는 것 같아도 눈 깜짝할 새 앞 손을 상대 얼굴에 맞추며, 상대의 카운터가 들어오기 전 최소한의 스텝으로 자신의 유리한 포지션을 유지한다. 거기다 그럴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난전을 피하지 않고 즐긴다.
그러나 이 스타일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드를 버렸는데, 회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유효타를 너무나도 많이 허용한다. 더군다나 바나타는 펀치력이 강하다 보기도 어려운 선수다 보니 멋진 정타를 맞춰도 상대가 다운되는 일이 없다. 레슬러 출신이고 몇 번인가 클린치도 잡았지만 그렇게 특기할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이번 시합의 패인은 바나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린도 대부분 할 수 있고, 무기도 더 많다는 것. 본격적인 유효타 쟁탈전으로 흘러가자 그린이 훨씬 빠른 앞 손으로 유효타를 벌며 오블리크 킥으로 바나타를 거리 밖으로 밀어내고, 접근해 난전 시동을 걸면 적절하게 테이크다운으로 박자를 끊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체력이 온존된 1라운드에서는 바나타도 신들린 움직임을 통해 많은 유효타를 따냈으나 결국 시간이 흘러갈수록 유리한 것은 유효타 하나를 위해 큰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린이었고, 비교우위인 무기가 없는 바나타는 그대로 판정패를 당하게 된다. 이미 2라운드 종료 당시 판정으로 갈 경우 그린의 승리가 점쳐졌기 때문에 바나타가 피니시를 노리고 전진해야 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후 1, 2라운드와 별다른 양상을 보이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바나타의 타격 기량이 매우 아깝다고 생각하는 팬으로서 그가 빛을 보기 위해 과감하게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KO를 내기 좋아 보이며, 그 스스로 아직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므로 좀 더 활약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 ‘UFC Fight Night: 브런슨 vs 샤바지안’ 메인카드
- 2020년 8월 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APEX
- 오전 10시, 스포티비 나우(SPOTV NOW), 스포티비 온(SPOTV ON) 생중계
[미들급] #8 데릭 브런슨 vs #9 에드먼 샤바지안
데릭 브런슨, 3라운드 28초 TKO승(파운딩)
[여성 플라이급] #3 조앤 칼더우드 vs #6 제니퍼 마이아
제니퍼 마이아, 1라운드 4분 29초 서브미션승(암바)
[웰터급] #12 빈센트 루케 vs 랜디 브라운
빈센테 루케, 2라운드 4분 55초 TKO승(니킥에 이은 파운딩)
[라이트급] 랜도 바나타 vs 바비 그린
바비 그린, 3라운드 종료 판정승(0-3)
[미들급] 케빈 홀랜드 vs 트래빈 자일스
트레빈 자일스의 컨티션 문제로 경기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