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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아오키 신야, 주짓수 일변도의 진검을 든 파이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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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아오키 신야, 주짓수 일변도의 진검을 든 파이터에 관하여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8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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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 신야. 현재 원 챔피언십에서 활동중이다. Ⓒ 원 챔피언십
아오키 신야. 현재 원 챔피언십에서 활동중이다. Ⓒ 원 챔피언십

[랭크5=정성훈 칼럼] 지금은 프라이드(Pride) FC가 해체하여 세계 격투기의 중심이 UFC중심의 미국으로 넘어간 상태이지만, 2000년대의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프라이드는 그야말로 과거 격투팬들에게 엄청난 이벤트였다. 선수간의 대결구도나 스토리 텔링, 그리고 특이한 스타일의 선수들까지 영입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본 이벤트였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회자하고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현재 라이진도 흥행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모르게 과거 프라이드의 감성은 느껴지지 않아 살짝 아쉽기도 하다. 

각설하고, 당시 여러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프라이드의 선수들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모아놓았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량급의 예멜리야넨코 효도르, 미르코 크로캅,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경량급의 고미 다카노리, 카와지리 타츠야, 사쿠라이 하야토 등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던 것이 바로 프라이드였다. 지금은 더더욱 그렇지만, 당시 프라이드에서 어느 무기 '하나만' 들고 싸운다는것은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었다. 레슬링이든, 복싱이든, 주짓수든, 말그대로 종합격투기라는 특성에 하나라도 빠진다면 순식간에 게임의 흐름을 빼앗기고 패배에 이르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주짓수 매지션'이라는 노게이라도 복싱이라는 타격이 있었고, 크로캅에게는 레슬러와 유도가도 절대로 넘길수 없었던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공식을 깬 선수가 갑자기 경량급에서 나타난 것이 아오키 신야였다. 쫄쫄이를 입고 프라이드에 등장한 아오키는 놀랄정도로 타격을 버리고 주짓수에 집중한 게임을, 그것도 가드와 탑을 가리지 않고 매우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레슬링도 매우 뛰어났고, 서브미션 캐치는 프라이드 무대에 등장한 선수중 가장 역대급이었다. 요아킴 한센도 그런 아오키의 유연한 가드에서 고고플라타라는 -지금은 대중화된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이었던 기술을 성공시키며 탭을 받기도 했고, 말도 안되는 힘으로 유명했던 한국의 정부경에게도 포지셔닝에서 압도하며 판정승을 가져가기도 했다. 

재미있는건, 아오키는 일본 내 주짓수 시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세계적인 레벨의 주짓수 시합에서는 그렇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ADCC에서도 마르셀로 가르시아, 호저 그레이시에게 연달아 패하며 고배를 마셨고, 최근에는 원 챔피언십에서 이벤트성으로 열린 그래플링 시합에서 게리 토논에게 힐훅에 걸리며 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키는 유독 종합격투기에서는 그 어떤 선수에게도 위협적인 그라운드 게임을 자랑했다. 심지어 한때 일본 내 종합격투기에서 주짓수 최강으로 평가받던 비토 '샤오린' 히베이로 마저도 그라운드 싸움을 피하고 내내 타격에서 졸전을 펼쳤다. 

물론 아오키의 게임방식이 항상 통했던 것은 아니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ADCC수준의 그래플러였던 사쿠라이 하야토는 아오키에게 테이크 다운을 당한뒤에 매우 가볍게 스윕을 해버리고는 무릎과 펀치세례로 승리를 따냈고, 이전에 서브미션 승을 따낸 경험이 있던, 레슬링에서 밀리는 상대였던 에디 알바레즈에게는 내내 끌려다니다가 KO를 당했으며, 심지어 킥복서이고 종합격투기 선수였던, 레슬링이 아예 0에 수렴했던 나가시마 유이치로에게는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다가 플라잉 니를 맞고 실신을 하기도 했다. 

최용원 관장과 아오키 신야의 주짓수 대결 Ⓒ정성욱 기자
최용원 관장과 아오키 신야의 주짓수 대결 Ⓒ정성욱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키는 방어적인 타격 외에는 오로지 주짓수로 계속해서 종합격투기에서 싸워 나갔고, 여전히 벤 아스크렌 등에게 간간히 패배를 기록하기는 하지만 꾸준한 승률을 유지해 왔고 그 스타일은 현재 뛰고 있는 원 챔피언십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쌓여가는 종합격투기 경험치에 비해서 크게 변하지 않는 스타일은 아무래도 이후에도 발목을 잡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럼에도 파브리시오 베우둠이나, 최근 길버트 번즈처럼 타격을 장착한 주짓떼로로 대세가 변해감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주짓수 일변도의 경기를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실행하고 있는것은 그만큼 여전히 본인의 주짓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시합 중 팔을 부러뜨리는 등 여러가지 인성 논란이 있음에도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호감이 느껴지는 주짓수 파이터중 한명이다.  

한국인들에게도 간간히 소개가 되어져서 꽤 친숙하기도 하다. 프라이드 FC에서 활동하던 시절 한국에 방문을 하기도 했고, 그 외에는 스파이더 챔피언십에 특별 경기로 와이어 주짓수 최용원 관장과 시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소미션주짓수 소재현 관장이 아오키 신야에게 검은 띠를 받았고, 소재현 역시 아오키 신야와 마찬가지로 종합격투기에서도 활약 한 바 있다. 나카이 유키와, 아오키 신야에게 동시에 인정을 받고 현재도 제자를 양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데뷔가 빨랐던 탓일까? 아오키가 싸우는 모습을 굉장히 오랫동안 보아왔던것 같은데, 아오키는 여전히 30대 중반이다. 최근의 선수들의 나이를 보면 아직 노장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앞으로도 아오키는 계속해서 더 강한 선수들과 만나게 되겠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주짓수 일변도의 검을 들고 케이지에 오르리라고 생각한다. 지켜보지 않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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