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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서브미션'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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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서브미션'에 대한 고찰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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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서브미션을 생각해본 이야기
서브미션을 걸고 있는 김영수 퍼스트짐 총관장 ⓒ정성욱 기자
서브미션을 걸고 있는 김영수 퍼스트짐 총관장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서브미션, 말그대로 정의하자면 조르기, 꺾기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탭, 즉 항복 받는 것을 말한다. 유도에도, 삼보에도, 합기도에도 서브미션이있다. 그러나 주짓수만큼 다양한 갈래의 서브미션을 만들어내고있는 무술은 드물다. 유도의 정수는 메치기인 것처럼 주짓수의 정수는 서브미션에 있다. 다른 무술에 있는 서브미션들의 느낌과 다른, 직접적이고 날카로운, 그리고 직관적이고 주관적이기까지 한 주짓수의 서브미션은 색채가 너무나도 다양하다.

가령 어느 흰 띠가 발견했다고 하는 '버기 초크'를 생각해보자. 실제로도 경기에 쓰이기도 하고, 당연히 효과도 있다. 그런 기술의 발견에 주짓수 수련자들은 재미를 느끼고,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서브미션의 갈래를 찾는다. 텐스플래닛의 벤 에디의 '힌두 로틴'을 보면, 텐스플래닛의 주무기중 하나인 '러버 가드'에 길로틴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길로틴이라고 하겠다. 주짓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서브미션들과 그 서브미션으고 가는 길을 찾고 있다. 예전 프라이드 전성기의 노게이라의 인터뷰에서 '나는 1000가지의 주짓수 기술을 구사한다고 한 적이 있다. 당시만해도 노게이라를 좋아했지만 일본 특유의 과장이 약간 섞여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버기 초크>

또 재미있는 것은 서브미션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가령 흔하디 흔한 서브미션인, 암 트라이앵글을 생각해보자. 암 트라이앵글은 말 그대로 팔로 거는 삼각조르기이고, 자세도, 거는 방법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의 적용에서 스탠딩 암 트라이앵글과 같은 비교적 평범(?) 한 접근 외에도, 팔이 긴 사람들이 사용하는 백 포지션 암 트라이앵글, 사이드에서 길로틴이 잡힌 상태로 카운터가 가능한 본 플루 초크가 있다. 뿐만 아니라 거는 느낌의 디테일마저 선수들마다 모두 다르다. 초크에 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목 관절에 무리가 오는 경우도 있고, 초크와 목 관절의 무리가 동시에 오는 경우도 있다. ADCC 챔피언인 고든 라이언의 경우, 날카롭게 경동맥 초크로 가는 움직임의 디테일을 설명한 적이 있다 (아쉽게도 해당 영상은 삭제되었다). 기본적인 형태는 같지만 각자만의 디테일은 전부 다른것이다. 

<본 플루 초크>

가드에서 거는 삼각조르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리가 긴 신체조건으로 인해 가드에서 거는 삼각조르기를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걸면 걸수록 이 삼각조르기라는 서브미션이 애매하다. 16년동안 제일 즐겨서 사용해온 서브미션인데도 애매하다고 느낀다. 단순히 걸리고 안 걸리고의 느낌이 아니라, 경동맥을 공략하는 디테일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기본적인 '삼각'의 원리야 같지만, 이 글을 읽는 주짓수 수련자가 조금만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무슨 차이인지 느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삼각'에 걸려서 초크가 오는 순간까지, 그 순간의 미묘한 차이. 본인의 신체에 맞추어 달라지는 삼각조르기의 각자의 다른 해석. 그걸 경험하면서 나의 삼각조르기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더 나아지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새삼스레 그토록 좋아하던 주짓수를 더 좋아하게 만들고있다. 심지어 어떤 관장님은 '삼각'을 끝까지 완성시키지 않은 채로 완성하시는 분도 계셨다. 존 다나허는 귀 뒤쪽의 각도를 노리는 것을 강조한다. 가르치는 분들의 길도 다르고, 선수들의 길도 각자가 다르다. 세계 어느 체육관을 가도, 같은 기술을 배우더라도 관장님들의 디테일은 세세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동작인 새우빼기의 디테일에도 차이를 발견한다. 

<마이키 무스메치의 앵클락>

상대방에게서 항복을 받아내는 서브미션 자체도 매력적인 개념이 아닐수없다. 그런 매력적인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의 다각화는 더욱 이 무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내 수련의 방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모던 주짓수'가 포인트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종적인 서브미션을 받아내는 본질에 영향을 줄수 있는것은 아니다. 마이키 무스메치가 탑 클래스의 선수들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는 기술인 아킬레스 홀드를 심지어 문디알 결승에서 성공 시키는 것 처럼, 결국은 누구나 서브미션이란 본질을 향해서 접근에 나가야 하는것이 주짓수다. 

비행기 안에서, 한국으로 가는 길에 문득 지난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항상 선수에 대해, 또 사건에 대해, 시합에 대해서 다루다가 문득 본질적인 주짓수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한참을 생각하다 이런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너무 철학적이지만 이런 과정이야말로 나의 주짓수를 더 나아지게 하는 길이 아닐까. 주짓수는 수련하고 수련을 할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정말 재미있다. 나 역시 앞으로는 서브미션으로 향한 나의 길을 찾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는 중이다. 또 앞으로는 어떤 재미를 알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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