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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진정한 무관의 제왕, 무릴로 산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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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진정한 무관의 제왕, 무릴로 산타나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8 0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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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잡아봤던 사람중 가장 강력했던 사람
무릴로 산타나 Ⓒ유니티 주짓수 스쿨
무릴로 산타나 Ⓒ유니티 주짓수 스쿨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무관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다. K-1의 제롬 르 벤너라던지, 월드컵에서 한번도 우승권에 가지 못했던 축구의 데이비드 베컴, 우승을 위해 헐값으로 이적을 했음에도 실패했던 NBA의 칼 말론 등.

언제나 우승을 할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이상하게 큰 무대에서 기량의 저하가 일어나거나, 혹은 또다른 큰 선수에게 평생 가로막히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선수를 지칭한다. 나는 주짓수에서는 무릴로 산타나가 이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무릴로 산타나를 선수로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뉴욕에 몇주간 머물면서 수련을 하는동안 유니티에서 몇번 수업을 듣고 스파링을 하게 된 후 관심을 갖게 됐다. 나 말고도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있는게, 주짓수랩 서래주짓수의 권혁일 관장이나 그 제자인 성기라 선수, 유혼 주짓수의 서석현 선수, 그리고 현재 싱가폴에서 수련하고있는 송가연 선수까지, 많은 선수들이 유니티에서 무릴로 산타나의 지도를 받았다.

유니티 뉴욕의 메인 수장이자, 현재도 왕성하게 시합에 나가고 있는 현역 선수다. 83년생의 나이로 올해 한국나이 38세. 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여전히 탑 클래스의 선수들과 경쟁함과 동시에 제자인 리바이 존스, 아론 '텍스' 존슨, 그리고 미야오 형제, 탈리슨 소아레스 등을 지도해 나가고 있다. 재미있는건 UFC 레프리인 마리오 야마사키에게 검은 띠를 받았고, 이후에 마르코 발보사로 넘어가서 수련을 했다. 

12시간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스파링을 하는 무릴로 산타나 

지금은 이사했지만 내가 방문했을 당시의 뉴욕 유니티는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한여름에 햇빛이 매우 쨍쨍한 날이었는데 창문을 다 닫은채로 온실을 만들어 스파링을 시켰다. 당시 ADCC 대비가 한창이어서 노기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불과 드릴을 한지 10분만에 매트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 스파링을 시키는 느낌이, '아, 이게 브라질의 방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힘든 경험이었다.

30분 가량의 드릴을 마치고 2시간동안 스파링을 시작했다. 당시 외부인을 무료로 방문하게 하고 스파링을 할수 있도록 하게 했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유명 선수들과 한번씩은 스파링을 해 볼수 있었다. 스파링한 선수 가운데 가장 내 기억에 남았던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미야오 형제가 아닌 무릴로 산타나였다.

선수부 끝난 직후 찍었던 매트 사진.
선수부 끝난 직후 찍었던 매트 사진.

그 근엄한 목소리부터, 수세미처럼 빽빽하게 꼬여있는 머리카락. 외양도 인상적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힘이었다. 무릴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힘으로 그날 오픈맷에 있었던 미야오 형제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을 제압했다. 손의 그립은 마치 거대한 뺀치마냥 한번 잡히면 죽었다고 생각될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압도적인 힘에 나는 "아 정말로 멱살을 잡아도 초크로 탭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야 그냥 평범한 주짓수 수련자이자 회사원일 뿐이고 지금까지 유명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해 본 기회는 솔직히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릴로와 스파링을 한 후 지금까지 내가 스파링 해본 모든 사람 중에 그가 가장 강했다.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닌게, 유니티에 갔었던 주변의 지인들도 비슷한 말을 하곤 했다. 이런 사람이 노기 월드 우승 한 번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우승이 없다니..

AJ 아가잠에게 탭을 받아내는 무릴로 산타나.

다른 선수들과 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스파링을 구경을 해보았는데 파울로 미야오와 스파링에서 이런 그림이 나왔다.

파울로 미야오의 가드를 패스를 시도하고 -> 파울로가 리커버리 후 터틀로 갔는데 -> 무릴로가 백을 잡기를 시도하던 도중 다리 훅 하나가 걸렸고 -> 파울로가 두손, 두발로 일어서서 걸린 훅을 제거하는것을 시도했다 -> 무릴로는 본인을 땅에 떨어뜨리려는 파울로의 등뒤에서 훅이 걸렸던 발을 앞으로 넘기면서 삼각조르기를 걸었고 -> 파울로는 탭을 쳤다.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아. 나는 지금까지 주짓수를 수련해 오면서 그런 삼각조르기를 본적이 없었다. 정말로 파울로의 머리가 터질것처럼 보이는 정도의 강력한 삼각조르기였다. 특히 탭을 받기 그렇게 힘든 미야오가 그토록 무기력하게 탭을 치는 모습이라니. 

그토록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시합에서는 불의의 일격을 당하거나 판정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7년 ADCC-최악의 격전지라고 할만한 브라질 상파울로 트라이얼에서 카이난 두아르테를 포인트로 제압을 하며 본선에 진출했지만 크레익 존스에게 플라잉 삼각을 걸려서 허무하고 무력하게 탭을 쳤고, 2019년 ADCC에서도 존 블랑에게 이렇다할 공격을 해 보지 못하고 판정패로 물러났다. 최근에는 심지어 4연패 중인데 그중에 비교적 무명인 선수들도 포함되어있는데, 그렇다고 기량이 하락세가 아닌것이 DJ 잭슨과 같은 까다로운 레슬러도 2년새에 두 번이나 잡아냈다.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노장의 반열로 접어든 느낌이라 마음이 아픈것도 사실이다.  

루카스 레이체 vs 무릴로 산타나

현재 탈리슨 소아레스의 상승세나 필리페 페냐를 힐 훅으로 잡아내는 수준의 애론 존슨을 보면 본인의 강함을 증명하기 보다는 본인의 제자들의 강함으로 그 무관의 허전함을 달래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불과 몇 년전까지도 직접 경기장 매트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부딪히던 느낌을 뒤로하고 지도에만 힘쓰는건 어딘가 좀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0년 2월, 아직 무릴로는 어떤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분명 그는 올해도 싸울거다. 그는 무관이지만, 나는 그의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그를 계속해서 응원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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