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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대회에 나가는, 나가지 않는 관장님. 그 가르침의 선택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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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대회에 나가는, 나가지 않는 관장님. 그 가르침의 선택에 대한 생각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2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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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은 시합에 언제 나가세요?"
김영수 퍼스트짐 총관장 Ⓒ정성욱 기자
김영수 퍼스트짐 총관장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 내가 한참 주짓수에 빠지기 시작하던 시기에, 새로 들어온 흰 띠 관원이 나에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사부님은 언제 시합 나가요?"

그때야 그냥 재미있는 질문이네 하고 웃고 지나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 들어온 신입 관원의 입장에서 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다 보면 얼마든지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회에 출전하는 나가는 관장님, 나가지 않는 관장님. 두 관장님중에서 한분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할까?'

얼핏 보면 마치 답이 당연히 시합을 나가는 관장님한테 배워야지 라고 정해져있는것 같지만, 사실 이 질문의 답은 간단하게 대답하기에는 많은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시합에 나가지 않는 관장님들에 대한 비판을 심심치않게 목격한적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호기심어린,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듯한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주짓수를 증명의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주짓수를 취미로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매일 같이 갈고 닦은 기술을 대회에서 증명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나가서 스파링에서 통하던 기술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가. 내 자신은 얼마나 발전해왔고, 지난번의 대회에 비해서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점으로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수많은 수련자들의 증가로 현재 대한민국 주짓수 대회가 역대급으로 활성화 되었으며, 이러한 성황기가 언제까지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꽤 오랜시간동안은 계속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관장님들중에서도 시합에 참여하여 본인의 주짓수를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정말 존경스럽다. 본인의 네트워크의 수장인 분들도 계시고, 많은 관원들을 지도하고 계시는 관장님들이 부담감을 뒤로 하고 시합에 참여 하는 모습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것도 불혹의 나이를 넘겨서까지, 높은띠의 제자들이 점점 등장하고 치고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출전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날뛰는 선수부에서 부상을 마다않고 격렬한 스파링을 하는 관장님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지켜보는 관원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먼저 앞서서 경쟁하는 관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지 않는 관원들이 있을까.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게 시합을 출전하며 경쟁하는 고릴라주짓수 최병규 관장님>

그렇지만 모든 관장님들이 이처럼 대회에 참여하는것은 사실 어렵다. 일단 기본적으로 도장 경영의 일선에서 키즈, 선수부, 일반부를 넘나들며 지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회 출전과는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핑계가 아니라, 더 많은 제자들에게 본인이 더 나은 주짓수를 가르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가 가정이 생기고 자식이 생긴다면 더더욱 대회 출전이 더 힘들어진다.

또한 대부분의 1~2세대의 관장님들은 과거 주짓수가 활성화 되기 이전의 시기부터 시합을 참여하셨다. 그러나 그 당시에 열렸던 시합은 대부분 낡은 디지털 카메라의 화면으로 남겨지거나 추억속에만 남이있는것이 대부분이다. 지금이야 경기 주최측에서 대회 영상을 한꺼번에 촬영해서 올리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시합을 촬영할수 있다. 이런 혜택아닌 혜택받은 세대가 오기 전, 관장님들은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고,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며 출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활약하시던 관장님들이 다시 매트에 올라 젊은 선수들과 뛰는것을 보고싶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대회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비난받을 까닭은 전혀 없다. (물론, 대회에 단 한번도 출전하지 않은 관장님이 계신다면 그건 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짓수랩 노영암 관장님의 파란띠 시절 경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시합장들과 얼마나 다른지 볼 수 있다>

모든 관장님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제자를 지도 하고, 제자는 그 배움으로 스파링을 하고 대회에 출전을 한다. 마르셀로 가르시아가 대회에서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했기 때문에 그 제자인 지아니 그리포나 마테우스가 강한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든 라이언이 현 노기 최강자의 반열에 오른것도 존 다나허 선생이 제자들보다 앞서서 시합에서 강한 모습을 증명했기 때문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승의 가르침과 철학이 제자들에게 투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자들이 훈련을 거듭해 본인의 주짓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것이다. 존 다나허는 본인이 시합에서 이름을 알린적은 없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추앙받는 노기 주짓수의 위대한 혁신자가 되었다. 

어느분에게 배워도 주짓수는 주짓수다. 체스판에서 말을 움직이는것이 체스의 본질이고 체스판의 재질은 나무이든, 황금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듯이, 주짓수의 본질은 본인이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서,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임을 항상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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