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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호저 그레이시 - 기본, 그저 기본을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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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호저 그레이시 - 기본, 그저 기본을 할뿐
  • 정성훈
  • 승인 2019.08.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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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 그레이시 (C) 인스타그램

[랭크5=정성욱 기자] 검은 띠에서만 10번의 월드 챔피언, 거기다 종합격투기(MMA)에서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쌓은 호저 그레이시. 그야말로 그레이시 주짓수의 끝판왕이라고 불릴만한 인물이다. 경량급에서는 힉슨의 아들 크론 그레이시가 있다면 중량급에는 단연 호저 그레이시가 있다.

주짓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자주 시청하던 ADCC 영상에는 항상 마르셀로 가르시아와 자카레, 그리고 호저 그레이시가 등장했었다. 마르셀로와 자카레가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빠르게 움직여 포지션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호저는 엄청난 방어력과 말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해 나갔다. 그런 면에서 크론 그레이시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클로즈가드에서 암바, 클로즈가드에서 크로스초크, 백에서 초크로 피니쉬. 베림보로나 라펠을 활용한 변형기술이 대세로 흐르는 모던 주짓수와는 반대인 그야말로 클래식한 주짓수. 이것이 호저 그레이시의 모습이다.






<호저그레이시는 워낙 위기관리와 탈출능력이 좋아 해당 하이라이트가 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호저 그레이시의 경기가 있다. 2017년 이후 현재는 더 이상 경기에 참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지막 경기는 중량급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마커스 부셰샤와의 경기였고, 초크로 승리하며 마무리했다. 부셰샤는 이전 메타모리스에서 호저 그레이시에게 암바를 잡아낼뻔 하기도 했다. 이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호저의 주짓수가 모던 주짓수에서는 통하지 않을것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경기였다. 호저와 부셰샤의 두 번째 경기에서 호저는 그립싸움과 압박으로 부셰샤가 지치게 만들어냈고, 백에서 초크로 승리를 따냈다.






<호저 그레이시 vs 마커스 알메이다 부셰샤 2차전>


내가 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는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1차전때 호저를 당황시켰던 부셰샤의 모습이 어떤 이유였는지 장시간의 스탠딩에서부터 원천 차단되어 전혀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두 번째로는 백을 잡힌 부셰샤의 얼굴 표정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엄청나게 지친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호저는 다른 상대들과 다름 없이 부셰샤에게 쉽게 초크를 따냈다. 화려하지 않은, 오로지 기본을 바탕으로 한 게임운영과 서브미션 그 자체로 승부를 보는 그레이시 다운 모습이었다.

종합격투기에서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였고, 게임방식 역시 클래식 주짓수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2006년 데뷔전에는 서브미션패가 없었던 론 워터맨에서 처음으로 서브미션을 따냈고, 그 이후 곤도 유키, 케빈 랜들맨, 키스 자딘 등등 과거 종합격투기에서 이름있는 선수들에게 승리를 따냈다. 다만 아쉬운점은 무하메드 '킹 모' 라왈에게는 이렇다할 어필조차 해보지 못하고 KO패를 했던 점이다. 그렇지만 충분히 그레이시 주짓수의 강함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호저의 데뷔전이었던 vs 론 워터맨. 기본에 충실한 가드에 암바가 인상적이다>


주목할점은 주짓수에서도, 종합격투기에서도 오로지 '기본에 충실한 주짓수 게임'을 했다는 점이다. 암바와 초크로 승리한 목록만 봐도 호저가 어떤 운영을 했는가를 쉽게 알수 있다. 지금의 크론이 있기 전, 호저 역시 면도날처럼 갈고닦은 서브미션으로 상대방을 제압해나갔다.

이제 그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아마 최근의 모습으로 봐서는 종합격투기는 더이상 뛰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주짓수 시합에서도 은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건 아니지만 본인의 커리어에 가장 큰 오점이었던 부셰샤를 서브미션으로 잡아냄으로서 아마 무언의 은퇴를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주짓수 게임의 화려한 기술들의 향연을 보는것도 좋지만, 기본게임에 충실하는 선수들이 뭔가 그리워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석적인 플레이를 몸에 익히지 않는다면 다른 화려한 기술들도 편법에 지나지 않을수 있다. 베림보로를 알려달라고 외치기 보다 호저의 플레이를 되감아 보며, 어떤 디테일이 숨어있는가 공부해보는것은 어떨까.






<호저 그레이시의 암바 피니쉬 디테일>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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