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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F] 성인 된 '고교대전 챔피언' 김우승 "아버지 그림자 넘어 격투 팬들 기대하는 이름 '김우승'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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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F] 성인 된 '고교대전 챔피언' 김우승 "아버지 그림자 넘어 격투 팬들 기대하는 이름 '김우승' 될 것"
  • 정성욱
  • 승인 2019.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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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 (C) 정성욱 기자

[랭크5=인천, 정성욱 기자] 업적을 이루고 새로운 것을 개척한 이의 자식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정말 무겁다. 스스로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룩해도 사람들은 '후광'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식하기 일쑤다. 어찌 보면 2세대는 1세대보다 더 많은 노력해야 겨우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MKF 고교격투대전 시즌 1 챔피언 김우승(19, 인천 무비)은 2세대 파이터다. 그의 아버지는 격투기 챔피언이었고 격투기 단체 MKF를 설립한 김동균 대표다. 랭크5가 이제 막 성인 프로 파이터가 된 김우승을 인터뷰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육관을 드나들며 운동에 빠져든 김우승은 지금까지 프로 경기 무패(11승)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성인 프로선수로서 첫 신고식을 치렀다.

김우승은 "인정을 받기 위해선 강한 선수와 싸워야 했다. 나는 항상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MKF 대표라는 크나큰 그림자. 어렸을 때는 단체 대표의 아들이라는 것이 너무 싫었다"라며 "실력으로 인정받는 파이터 김우승이 되고 싶었다. 근데 그림자에 계속 가려지다 보니 ‘김우승’ 보다 ‘누구의 아들’이란 호칭으로 더 언급됐다. 그게 싫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고교격투대전 이후 김우승은 그림자에서 다소 벗어난 듯했다.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위해선 성장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부담감은 고등학교 때 끝났다. 고교격투대전 시즌 1의 챔피언이 된 후 뒤를 돌아봤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 요즘은 그들을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매 경기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얼마 전 첫 성인 경기를 치렀다.
- 성인으로서 첫 경기였고 고교격투대전 타이틀 획득 후 첫 경기다. 부담감은 없었는데 불안감은 있었다.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들 하지 않나. 게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니 스스로 책임질 것이 많더라. 먼 거리를 통학하고 수업도 다 받으며 경기를 준비하려니 힘들었다. 근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 달이 지나니 금방 적응되더라. 상황에 맞춰서 훈련이 되더라. 운동 시간을 짧고 타이트하게 잡았다. 원래 하루에 4시간 운동했다면 지금은 2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운동을 한다.

효율적이지만 운동 시간이 짧아 전과 다를 텐데
- 이번 경기가 빨리 끝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아, 고교격투대전 때만큼 체력이 올라오지 않아 초반에 끝내자는 전략으로 경기를 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근육통이 좀 있었다. 힘을 견딜 근육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김우승은 2018년 MKF 고교격투대전 초대 챔피언이 됐다. (C) 정성욱 기자
김우승은 2018년 MKF 고교격투대전 초대 챔피언이 됐다. (C) 정성욱 기자

성인이 되어서 첫 승을 거두었다. 어떤 느낌이었나?
- 언제나 이기면 기분이 좋다. 상대가 현 챔피언이었기에 더 기분 좋았다. 성인으로서, 고교격투대전 초대 챔피언으로서 이번 경기는 의미가 컸다. 챔피언인 내가 성인 첫 무대에서 지게 되면 고교격투대전 8강 선수들과 그 무대의 이름값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았겠나.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최근 고교격투대전 1, 2위 선수들이 승리를 거뒀다.
- 뿌듯했다. 헌데 나는 고교격투대전 선수들이 고등학생이라 해서 성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4강 선수들은 이미 성인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이 적지 않았다. 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잘 할 거라 믿었다. 이번에 내가 체급을 올려서 경기를 해봤는데 스피드 차이를 느꼈다. 그리고 한 대 맞았을 때도 묵직하더라. 이런 것들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경기는 잡힌 것이 있나?
- 7월 13일에 MKF 고교격투대전 파이널과 함께 진행되는, 2년 만에 부활하는 'MKF 얼티밋 빅터'에 선다. 큰 경기이고 상대 선수도 강하다고 들었다. 더 잘해야 한다. MKF 대회인 만큼 MKF 챔피언으로서 좋은 경기해야 한다. (인터뷰 이후 MKF는 일본 입식격투기 단체 라이즈(RISE)와 3 대 3 대항전을 한다고 발표했다. 김우승은 대항전에 출전하며 상대는 일본의 하세가와 켄이다)

인터뷰 때마다 항상 강한 선수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선수로서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들어보면 뭔가 집착이 느껴지기도 한다.
- 인정을 받기 위해 강한 선수와 싸워야 했다. 나는 항상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아버지가 MKF 대표라는 크나큰 그림자. 어렸을 때는 단체 대표의 아들이라는 것이 너무 싫었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파이터 김우승이 되고 싶었다. 근데 그림자에 계속 가려지다 보니 ‘김우승’ 보다 ‘누구의 아들’이란 호칭으로 더 언급됐다. 그게 싫었다. 그래서 계속 강한 상대를 원했고 대표님도 같은 마음으로 강한 상대를 붙여줬다. 들은 이야기인데 이번 MKF 상대를 찾을 때도 일본 프로모터와 마찰이 많았다고 하더라. 일본 프로모터는 내가 어리고 전적도 적어서 랭커를 부르지 말고 같은 급의 선수를 붙이려 했다. 근데 대표님이 랭커를 붙여달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결국 이번에 일본 단체 챔피언 (WPMP 일본 라이트급 챔피언)과 경기하게 됐다.(웃음) 나는 좋았다. TAS에서도, 고교격투대전 8강전에서도 내 상대는 챔피언이었다.

'그림자'가 생각보다 컸나 보다.
-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그 부담감이 싫어서 경기를 아마추어처럼 했다. 그때 경기를 보면 막싸움이다. 꼭 이겨야 했으니까. 그렇게 싸웠더니 오히려 인정을 못 받았던 것 같다.

맞다. 과거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돌진했고 거칠게 경기를 이어가더라.
-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좀 차분해졌다.

변하게 된 계기가 있나?
- 거칠게 싸우니 뒷말이 많이 나왔다. ‘실력도 없는데 억지로 밀어붙여 이긴다’라고 하더라. 실력을 확실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경기를 7월에 처음 뛰었다. 1월부터 7월까지…많은 일이 있었다. 대표님께서 진지하게 선수를 그만하라고까지 이야기했다. 마음을 다잡았고 운동에만 집중했다. 그랬더니 스타일이 바뀌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다.

어린 시절부터 뜻하지 않은 주목을 받았는데 힘들었을 듯. 그러면 보통 운동을 그만둘 법도 한데.
- 부담감은 고등학교 때 끝났다. 고교격투대전 시즌 1의 챔피언이 된 후 뒤를 돌아봤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 요즘은 그들을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응원하는 이들에게 매 경기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더 잘하고 강해지기 위해 강한 선수와 붙고 싶다.

선수들은 보통 전적 관리를 한다. 그래야 좀 더 나은 대회를 뛸 수 있으니까. 강한 선수와 붙다 보면 전적 관리를 할 수 없는데.
-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무패인데 왜 센 사람과 붙으려 하느냐고. 무패는 언젠가 깨진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나 나스가와 텐신처럼 오랫동안 무패를 이어가는 것이 꿈이지만, 한편으론 경기를 재미있게 하고 비록 패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마사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마사토 하면 경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선수로 각인되어 있지 않나? 김우승 하면 정말 경기를 재미있게 하는 파이터라고 인식되고 싶다.

강한 상대와 만나서 무너진다면 다시 일어설 자신 있나? 아무리 그래도 무패에서 첫 패배를 당했을 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텐데.
- 매 경기 생각한다. 근데 이건 나 말고도 많은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물론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지만 지는 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해서 했고 내가 지고 싶지 않았다면 약한 상대와 경기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 내 책임이다.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이번에 지면 어떡하냐?’라고 그러면 나는 ‘안 진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니까. 내가 열심히 한다면 무패는 지켜지지 않을까? 지금처럼 마음가짐으로 준비한다면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 아, 그렇다고 무패에 대한 욕심은 없다. 고작 해봤자 11번 밖에 되지 않는다.

성인이 됐다. 성인 프로 파이터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 성인이 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것 없더라. 주민등록증 갖고 가서 술 먹을 수 있는 것 정도 밖에.(웃음) 큰 변화 없이 똑같더라. 선수로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내가 원했던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 누구든지 내 이름을 보면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수. 그것이 목표이고 꿈이다.

가능할 것 같다. 울지만 않으면.(웃음)
- 그것 때문에 엄청 놀림당했다.(웃음) 대학교에 입학해서 같은 과 친구들과 처음은 서먹서먹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이 나에게 '너 유명하더라'라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인터넷에서 나를 검색했나 보다. 근데 검색한 사진과 동영상이 모두 울고 있는 모습(고교격투대전)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울보 파이터’가 됐다.(웃음) 나는 사실 별로 울지 않는데. 근데 생각해보면 다시 그 상황이 와도 울 것 같다.(웃음) 앞으론 벨트 맬 때는 울지 않겠다. 이제 성인이니까.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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