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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물음표를 그리게 만드는 주지떼로, 사사 유키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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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물음표를 그리게 만드는 주지떼로, 사사 유키노리
  • 정성욱
  • 승인 2019.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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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 유키노리 (C) 폴라리스

[랭크5=정성훈 칼럼] 나는 여행을 굉장히 자주 다니는 편이다. 여행지마다 꼭 도복이나 래시가드를 챙겨가, 그 지역 체육관 고유의 느낌을 즐긴다. 나중에 내가 만들 체육관은 어떤 분위기, 어떤 모양인지 머릿속에 그려보며 여행 간 곳들의 체육관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여러 체육관을 다니다 보면 크게 기억 남는 이들이 있다. 일본에서 내게 큰 기억을 남겨준 이는 사사 유키노리(파라에스트라)였다.

사사 유키노리는 2005년 갈 띠 시절 IBJJF의 월드 챔피언이 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3년에는 월드 챔피언십 검은 띠 3위, 같은 해 팬 아메리카 검은 띠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유명 주짓수 선수들과 대결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사무엘 브라가, 제프 글로버, 브루노 프라자토, 시세로 코스타 등은 사사 유키 노리가 패배를 안긴 사람들이다.

그와의 인연은 재일 교포 지인을 소개로 시작됐다. 한국에서 운동했던 교포 지인의 소개로 도복 사업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들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 사사를 만났다. 사사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일본답게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호칭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리카코 유아사, 정성훈 칼럼, 그리고 사사 유키노리
리카코 유아사, 정성훈 칼럼, 그리고 사사 유키노리

내가 처음 찾아간 날은 '스파링 데이'였다. 파라에스트라의 스파링 데이는 많은 사람이 몰린다. 특히 국제 대회가 있는 기간에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몰린다. 좁은 매트지만 나카이 유키가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낸 성지라는 이미지로 인해 누구나 물어물어 찾아오는 듯하다. 그리고 나 역시 사사와 스파링을 할 기회가 생겼다.

나보다 두세 체급 아래인 사사와의 첫 스파링을 하고 나서 나의 감상을 표현하자면
“ …..? “
이 한 줄이었다.

'라소 가드'로 유명하다고 하는 사사의 가드는 그립이 타이트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허술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느낌이었다. 헐렁하다고 느끼고 중심을 조금이라도 틀면 갑자기 무너뜨리면서 스윕이 들어왔다. 무게중심의 이동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다리로 느끼고 있다고 할까.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사용해온 라소 가드와는 다른 느낌의 움직임에 뭔가 주짓수를 새로 배우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라소보다 더 물음표를 그리게 된 건 탑 게임이었다. 사사는 + - 0 이라는 이론의 탑 게임을 한다. 보통 우리는 각자의 방법에 따른 차이는 있을지라도 탑에서 사이드나 니온밸리를 점유하면 상대방의 고개를 틀고 제압하는 느낌으로 포지션을 점유한다.

사사의 탑은 너무나도 달랐다. 압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부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말 그대로 ‘얹어져’ 있는 느낌으로 계속 떠다니고 있었다. 브리지를 하면 브리지를 하는 높이만큼, 새우 빼기를 하면 새우 빼기를 하는 거리만큼.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따라오는 이상한 느낌의 탑 게임이었다. 지금까지 주짓수를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폴라리스 소개 영상에 나오는 사사 유키노리. 모두가 질 거라 예상할 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진다>

한국에 돌아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사사의 세미나를 들어보라고 추천했다. 아쉽게도 현재 그의 기량은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 '폴라리스'에서 조아오 미야오에게 무승부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압도 당했다.

다만 여전히 제자인 리카코 유아사를 4년 연속 월드 주짓수 챔피언십-문디알 챔피언으로 만드는 등, 본인의 주짓수를 계속해서 제자들에게 투영시키고 있다. 실제로 그 제자들의 스타일이 스승과 대부분 매우 유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팀 그리즐리의 박강철 관장과 왕십리 테크네 주짓수의 이현래 관장이 각각 사사에게 검은 띠를 받아 그 주짓수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후에도 도쿄에 여러 번 찾아가서 사사를 만났다. 최근에는 킥복싱 시합을 뛰는 등 주짓수 외 다른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리카코를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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