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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아솔아, 지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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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아솔아, 지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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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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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꼭 그러더라."

'크레이지' 이광희(28, 화정익스트림컴뱃)는 툴툴거렸다. 오는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22' 메인이벤트에서 세 번째 대결을 펼치는 '권선정' 권아솔(28, 팀원)이 자신에게 던진 말 때문이었다.

권아솔은 로드FC의 영상인터뷰 '염희옥의 유쾌한 인터뷰'에서 "(이)광희는 내가 챔피언이 아니었을 땐 하기 싫다고 그렇게 빼더니 내가 챔피언이 되니까 덥석 물었다"며 "정말 추잡스러운 짓 아닌가"라고 은근히 비꼬았다.

권아솔의 말을 전해들은 이광희는 답답하다는 듯, 인터뷰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로드FC 데뷔전 상대로 (권)아솔이가 언급됐는데, 두 번이나 이긴 상대와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후보로 뷰실 콜로사와 브루노 미란다가 있었다. 둘 중 하나와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뷰실이 ONE FC와 계약문제로 출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브루노가 최종 상대로 결정됐다."

"브루노 미란다 전을 준비하는데 정문홍 대표, 김대환 해설위원, 남의철, 방송 관계자가 연이어 전화해 아솔이와 '주먹이 운다'의 코치로 경쟁하고 마지막에 경기를 뛰라고 제안했다. 처음엔 안 한다고 했다가 마음을 바꿔 수락했다. 그런데 아솔이가 챔피언이 되더니 갑자기 뺐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기사를 통해 '도망갔다'는 표현을 썼다."

이광희는 권아솔의 '치고 빠지기'에 "말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친하지 않다. 평소에 전화하는 사이가 아니다. 만나면 악수 나누는 정도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솔이가 굉장히 잘 챙겨준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얼굴 보면 '광희야'라고 부르면서 반갑게 손도 흔든다. 그래서 이제 아솔이와 진짜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건가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쑥 들어온다. 나만 나쁜 놈을 만든다. 정말 당황스럽다. 완전히 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동갑내기 라이벌'을 이해할 수 있다. "대진은 잡혔으니 싸워야겠고, 나와 또 경기하니 불안할 것이고…" 이광희는 현재 권아솔의 심리상태가 흔들리고 있다며 그러니 변칙적인 독설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광희는 예전 기억을 꺼냈다. 8년 전 스피릿MC 웰터급(현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을 때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단 하나의 꿈이 있었다.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는데, 최강의 자리에 오르면 부와 명예가 쏟아질 줄 알았다. 2007년 아솔이를 두 번 이기고 챔피언이 됐지만 크게 바뀌는 게 없었다. 파이트머니는 기본 600만원, 승리수당 400만원으로 꽤 올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21살이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목표를 성취하고 나니 다음 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강)경호에게 이기고 일본 센고쿠에 나갔을 때가 최악의 상태였다. 멍하게 링에 올라서 미츠오카 에이지에게 초크를 당했다."

잊고 싶은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은 이광희는 "지금의 아솔이 상태가 내 7, 8년 전과 같을 것이다. 처음 챔피언에 오르면 그렇다"고 단언했다. "벨트 메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을 봤다. 얼마나 기뻤을까. 내가 그 마음 잘 안다. 그런데 며칠 자고 일어나도, 바뀌는 건 크게 없다. 무척 상심했을 것이다. 기쁨도 잠깐이다. 얼마 전 (이)윤준이(로드FC 밴텀급 챔피언)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 허무하다고. 아솔이도 공허한 마음으로 꾸역꾸역 경기를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더욱이 상대가 나니까…"라고 예상했다.

이광희는 작두를 타듯 '권아솔 심리 꿰뚫기'를 이어갔다. 인터뷰 내용만 봐도 심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내게 1%의 가능성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치료 이야기를 꺼내더라. 무의식 속에 내게 당한 지난 패배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을 수 있다면서 그것까지 치료하고 싶다고… 그런데 생각해봐라. 그런 말을 왜 굳이 했던 걸까. 혼자 조용히 심리치료 받으면 그만일 텐데. 진짜로 쫓기고 있는 거다. 실제 마음이 흔들리니까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솔이는 자기가 불안해하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입으로 튀어나왔다."

이광희는 "아솔아, 심리치료 꼭 받아라"는 뼈가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광희는 역으로 권아솔에게 심리전을 걸 듯, 연타 콤비네이션으로 몰아붙였다. "내가 쿠메 타카스케나 뷰실 콜로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내 압박이나 견뎌보라고 해라. 근거리 싸움에서 아솔이는 힘을 못 쓴다. 아솔이는 잽이나 스트레이트처럼 직선 공격이 좋다. 리치를 잘 살리는 편이다. 그런데 그 펀치로는 날 KO시키지 못한다. 날 쓰러뜨리기엔 너무 약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권아솔은 이광희가 이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 후엔 아솔이와 술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자 "광희야, 정말 그럴 수 있겠어? (이광희가 패하고 나서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내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광희는 여기에 다시 한 마디를 더했다. "경기가 끝나고 아솔이에게 술자리를 제안할 것이다. 이기든 지든 내가 먼저 전화하겠다"고 세게 나왔다.

과거 로드FC에서 두 차례나 계체에 실패한 권아솔에게 걱정 어린(?) 마음도 전했다. "감량을 잘해야 할 텐데… 이번에 또 계체 실패하면 기대하던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길 것이다. 진심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번엔 이광희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에게 경기 전 심리상태를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놨다. "무섭다"고 했다.

이광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격투기를 수련했다. 친구들에게 너무 많이 맞고 다녀서 시작했다는 운동이 인생의 전부가 됐다. 17년 동안 땀과 열정을 쏟아 부은 결과, 국내 최정상급 파이터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베테랑 파이터인 그도 경기 전 긴장감은 떨칠 수 없다.

이광희는 "링이나 케이지로 향할 때 두렵고 무섭다. 언제나 말했듯 난 맞기 싫어서 때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싸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운동이 너무 재밌다. 그런데 운동만 재밌게 즐길 수 있다면 경기는 굳이 뛰지 않아도 된다. 내가 파이터가 된 이유는 경기 후 느끼는 기쁨 때문이다. 승리의 쾌감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그 하나를 위해 케이지에 오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감량의 고통을 견디고 두려움을 극복한다. 승리의 기쁨 때문에 파이터 생활을 멈추지 못한다"며 웃었다. 그는 "그 짜릿함을 이번 경기에서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희는 이번 경기가 새로운 출발이라고 했다. "선수생활을 해오면서 지금 가장 물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세계무대로 진출하고 싶다. 그곳은 더 떨리게 하는 상대가 많겠지만, 더 짜릿할 것"이라면서 "먼저 아솔이의 벨트를 가지고 오겠다. 우리의 경기는 또 명승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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