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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유도와 주짓수, 상호 보완적인 관계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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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유도와 주짓수, 상호 보완적인 관계 대한 이야기
  • 정성욱
  • 승인 2019.04.10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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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기술 일람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유도와 주짓수. 오랫동안 두 운동을 취미로 즐기면서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질문은 “유도와 주짓수 중에 무엇이 강할까?”라는 것이었다. 많은 수련생들이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논쟁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칼럼은 그 논쟁에 대한 결론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한 이야기다.

나는 유도와 주짓수를 둘 다 수련한 사람이다. 주짓수를 조금 더 길게 수련하긴 했지만 대학교 시절 동아리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열심히 유도를 수련하고 즐긴 것 같다. 아직도 대학교 동아리, 중/고등학교 유도부를 방문해 선후배들과 가끔씩 유도를 하며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두 운동 모두 다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역설적으로, 주짓수를 할 때는 오히려 가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

주짓수를 수련하는 유도인으로서 유도를 수련하는 주짓수인으로서 나도 많은 욕을 듣고 오해도 샀다. 두 종목이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깎아내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주짓수를 아류로 매도하며 당연히 유도가 최강의 무술이고 어느 주짓떼로를 어떤 룰로든 상대해도 엘리트 유도가가 이긴다는 등의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전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주짓수보다 유도의 역사가 오래됐고 주짓수의 굳히기가 유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도계의 반감은 크다.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유도 종주국인 일본은 최근 ‘전일본 주짓수 협회’장인 나카이 유키가 여자 유도 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류 중이다. 우리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https://www.facebook.com/Hkjudojapan/videos/390853284995558/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두 무술을 모두 수련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서로
우월성을 두고 싸우는 것보다 상호 보완의 개념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주짓수와 유도의 굳히기는 매우 유사하지만, 투박한 듯한 유도의 동작 속에서 주짓수에서 발견할 수 없는 디테일이 있다. 또한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테이크다운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경기에서 중요한 점수를 획득하는 시작점은 어쨌든 스탠딩에서 출발한다. 셀프 가드로 내려가야 한다고 해도 그를 위한 안정적인 스탠딩을 할 줄 아는가, 모르는가의 차이는 크다.

물론 주짓수와 유도가 서로의 경기에서 완벽하게 사용되기는 어렵다. 현재 주짓수 기술은 빠른 그쳐 선언의 유도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베림보로, 웜가드 같은 모던 주짓수의 기술은 당연히 사용하기 힘들고, 하체관절기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메치기를 완벽하게 활용하기에는 주짓수에는 셀프가드가 있고, 개정된 하반신 터치 불가의 유도룰을 싱글렉/더블렉 테이크다운 같은 레슬링이 난무하는 주짓수의 스탠딩에 완전하게 적용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도/주짓수 개별 영역에서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것은 경기 중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가령,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점수로 지고 있는데 유도에서 굳히기 상황이라면? 또 마찬가지로 주짓수 경기인데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스탠딩에서 점수로 지고 있다면?

결국 메치기와 그라운드의 영역에서 골고루 본인을 발전시켜 온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마지막 10초를 활용할 수 있다. 적어도 10초간 가만히 엎드려 방어하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공격하거나 중심을 빼고 깃잡기를 피하며 시간을 끌고자 하는 상대에게 메치기를 위한 기울이기 타이밍을 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주짓수

두 무술은 같은 뿌리로 시작했지만 이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유도는 이미 한참부터 올림픽 종목으로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는 항상 메달권에 선수들에 이름을 올리는 유도 강국이다. 주짓수는 최근 아시안 게임에 채택이 되었고 심지어 우리나라는 첫 출전에 성기라/황명세라는 메달 리스트를 배출했다.

각자의 기술의 체계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유도 선수들은 본인만의 잡기나 메치기를 개발해 시합해서 활용하고 있고, 주짓수 선수들도 같은 기술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본인만의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는 안철웅 선수처럼 활발하게 주짓수 시합에 참여해 온 유도선수가 체육관에서 본인만의 유도와 주짓수를 가르치기에 이르렀다.

이전, 모교에서 참가했던 조준호/조준현 형제의 세미나에서 크게 공감했던 말이 있었다.

“만일 내가 유도 수련자인데 죽고 난 후 저승에서 강도관의 가노 지고로를 만나 유도를 하게 됐다고 하자. 메치기에 실패하고 엎어져 그쳐를 기다리는 나를 그가 칭찬 할리 없다. 반대로 내가 주짓수 수련자인데, 저승에서 마에다 미츠요를 만나 주짓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형편없이 중심이 빠져 넘어질 준비를 하는 나를 마에다가 칭찬할리 없다.”

조준호/조준현

주짓수와 유도는 어느 것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아니, 강함의 척도로 둘은 비교할 수 없는 무술들이다. 이에 더 적절한 말은 “누가 더 강한가” 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수련자는 각자의 기호에 맞춰 본인의 무술에서 정진해 나가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NrYLXNJu3Y&t=18s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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