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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콜 투 그레이트니스 리뷰 : 등잔 밑이 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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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콜 투 그레이트니스 리뷰 : 등잔 밑이 더 밝다
  • 유 하람
  • 승인 2019.02.24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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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챔피언십 - 콜 투 그레이트니스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22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원 챔피언십 - 콜 투 그레이트니스'가 열렸다. 이번 이벤트는 종목과 체급이 세분화된 원챔피언십답게 역시 타이틀전이 헤드라인에 걸려있었고, 그랑프리 8강 두 경기와 전 챔피언 한 명의 출전 등 꽤 탄탄한 대진으로 채워졌다. 좋은 경기력을 기대한 메인카드 대진이라는 인상도 들었다. 그러나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아톰급 무에타이 타이틀전] 스탬프 페어텍스 vs 자넷 토드

"챔피언은 챔피언"
- 경기보다 흥미로웠던 '브금대결'
평점 : ★★☆

원 챔피언십 킥복싱 여성 아톰금 챔피언 스탬프 페어텍스(21, 태국)는 원 챔피언십 여성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다. 기량도 출중하고 동남아시아 기반 대회사에 적합한 국적과 체육관, 그리고 무술 베이스까지 갖췄다. 이미 벨트가 하나 있는 그를 또다른 타이틀전에 내보낸 이유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마침 체중도 맞으니 신설 체급 벨트를 하나 더 챙겨주려는 계산이었으리라.

여성 아톰급 무에타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자넷 토드(33, 미국)를 만난 페어텍스는 크게 밀리는 라운드 없는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3-0 판정승을 거뒀다. 토드가 분전하며 5라운드까지 끌고 갔지만 조금이라도 확실히 기량차가 있었다. 1라운드부터 너무 쉽게 킥캐치와 후속 공격을 허용해 경기가 말리기도 했지만 기본기에서 페어텍스가 앞선 탓이 컸다.

하지만 그만큼 무난하면서도 피니시가 나오지는 않아 경기가 그렇게 박진감 넘치지는 않았다. 경기 전 입장식에서 펼쳐진 '브금대결'이 너무 강렬해 경기가 오히려 묻힌 감도 있었다. 평범한 5라운드 경기보다 곧 챔피언이 될 선수가 블랙핑크 노래에 댄스를 추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건 사실 당연한 일 아닌가.

[라이트급 그랑프리 8강] 아미르 칸 vs 아리엘 섹스톤

"칸이 다르긴 했지만…"
- 매보다 무서운 근성
평점 : ★★★

아미르 칸(24, 싱가포르)은 현역 정상급 복서가 종합격투기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다. 현재 케이지에서 칸이 보여주는 레슬링 및 그래플링 방어는 굳이 '복서치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진지하게 탁월하다. 반사신경과 코어 힘에 의존했던 과거 크로캅보다도 훨씬 그라운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만큼 깔려도 일어나는 재주도 좋다.

그런 칸에게 타격과 레슬링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그래플러 아리엘 섹스톤(37, 코스타리카)이 두들겨 맞는 그림은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2라운드까지는 칸이 섹스톤의 그래플링을 털어내고 스탠딩에서 무난히 압살하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맞아도 맞아도 우격다짐으로 들어오는 섹스톤에게 질린듯 3라운드 칸은 한 순간 무너졌다.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더니 백을 손쉽게 내주고 그대로 초크에 탭을 쳤다.

복서가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수난을 당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칸이 복서라서 졌다고 말하기 애매한 감이 있다. 칸은 종합격투기 선수로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선수고, 그만큼 승자 섹스톤의 근성에 박수만 나오는 경기였다.

[라이트급 그랑프리 8강] 이브 팅 vs 사기드 구세인 알슬라나에리에프

"언제나 즐거운 초살"
- 손쉽게 4강에 오른 사기드
평점 : ★★★☆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초살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수에 대한 정보나 격투지식이 없어도 열광하기에 그만한 경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기드 구세인 알슬라나에리에프(24, 터키)는 이브 팅(29, 말레이시아)을 왼손 펀치 한 방으로 25초 만에 끝내버렸다. 경기내용도 할 말도 그뿐이다. 사기드가 잘했다. 하지만 확실히 재밌었다.

[슈퍼시리즈 킥복싱 라이트급] 니키 홀츠켄 vs 무스타파 하이다

"평범"
- 다운도, 위기도, 역전도 없는
평점 : ★★

니키 홀츠켄(35, 네덜란드)은 무스타파 하이다(30, 이탈리아)를 서로 조심스럽게 포인트 싸움을 벌이는 아주 평범한 경기 끝에 3-0 판정으로 꺾었다. 후반 갈수록 하이다가 몸이 풀린 듯 인앤아웃과 사각을 만드는 스텝이 살아나는 모습 외에는 감상포인트가 없었다.

[스트로급] 데즈담롱 솔 암뉴아이시리촉 vs 제레미 미아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 베테랑은 베테랑
평점 : ★★★

베테랑의 저력이란 알다가도 항상 간과하게 되는 성질이 있다. 아무리 전 챔피언이라고 해도 14살 어리고 키와 리치는 10cm 이상 길며 기술도 좋은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원챔피언십 전 스트로급 챔피언 데즈담롱 솔 암뉴아이시리촉(40, 태국)과 제레미 미아도(26, 필리핀)가 딱 그 구도였다.

초반엔 역시 미아도의 페이스였다. 큰 스트레이트로 데즈담롱을 휘청이게 만들고 타격전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1라운드 막판 그라운드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잘 버텨내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데즈담롱은 웃고 있었다. 허세가 아니라 이길 방도가 머릿속에서 선 것이었다. 상대를 몸으로 읽은 데즈담롱은 로킥으로 상대 기동력을 묶으면서 파고들어 어린 상대를 흔들었다. 미아도는 점차 거리를 좁히며 자멸했다. 다리가 아파 억지로 시도한 테이크다운이 막히며 4점 니킥 폭격에 TKO됐다.

초살과 마찬가지로 언더독의 반란, 골리앗 잡는 다윗은 언제나 재밌다. 더불어 이 경기에서는 현대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4점 니킥을 마음껏 볼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슈퍼시리즈 킥복싱 플라이급] 마사히데 쿠도 vs 펫츠담

"젊고도 영리한"
- 펫츠담의 초살 같은 2라운드 KO승
평점 : ★★★☆

2경기에 출전한 펫츠담(20, 태국) 역시 피니시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미친 토끼’ 마사히데 쿠도(27, 일본)에게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펫츠담은 2라운드 초반부터 몰아치며 35초 만에 실신 KO승을 따냈다. 일방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승리를 낚아채는 펫츠담의 퍼포먼스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슈퍼시리즈 킥복싱 밴텀급] 콩 삼보 vs 장 쳉롱

"또다른 평범한 경기
– 그런데 왜 2-1?
평점 : ★★

오프닝 매치에서는 장 쳉롱(21, 중국)이 콩 삼보(23, 캄보디아)를 3라운드 종료 2-1 판정으로 꺾었다. 3-0이 아닌 2-1 판정인 것이 하자일 정도로 쳉롱이 무난히 주도한 경기였다. 삼보는 쳉롱의 전진압박에 무너지며 3라운드에는 아예 펀치를 내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언더카드/슈퍼시리즈 킥복싱 라이트급] 레지안 일셀 vs 앤소니 은조쿠아니

"일발역전의 묘미"
- 빛을 발한 일셀의 집중력
평점 : ★★★☆

언더카드 최종전에서는 레지안 일셀(26, 네덜란드)이 불리한 상황 속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끝에 앤소니 은조쿠니(38, 나이지리아)를 2라운드 1분 3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1라운드에 네 번이나 슬립다운을 당할만큼 불리한 경기였지만 꾸역꾸역 파고들어 자기 거리를 잡은 끝에 정확한 양훅으로 다운을 따냈다. 너무나 아프게 들어간 타격에 은조쿠아니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6분 남짓의 짧은 경기였지만 그 사이에 날카롭게 역전을 만들어가는 일셀의 집중력이 일품이었다.

[언더카드/스트로급] 아야카 미우라 vs 라우라 발린

"이마나리만 없었다면…"
- 전 경기에 묻힌 초살 서브미션
평점 : ★★★★

아야카 미우라(28, 일본)는 전 경기가 원망스러우리라. 라우라 발린(29, 아르헨티나)을 단 73초 만에 화려한 콤비네이션으로 제압했지만 앞선 경기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미우라는 단 30여 초 사이에 메치기에 이어 다리로 팔을 붙들어 돌리는 아메리카나 탭을 받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단연 보기 어려운 화려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거듭 말하는 대로 직전 매치가 너무 강렬했다.

[언더카드/밴텀급] 이마나리 마사카츠 vs 권원일

"하체관절기 외길인생의 관록"
- 권원일의 아쉬운 첫패
평점 : ★★★★☆

이나마리 마사카츠(43, 일본)는 주구장창 하체관절기만 노리는 변태적인(?) 플레이로 유명한 베테랑이다.아오키 신야와 더불어 웰라운드를 추구하는 현대 종합격투기 대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괴짜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최근엔 다소 부진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전매특허 이마나리 롤만 세 차례 시전하며 한 대도 맞지 않고 승리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상대가 하필 권원일(23, 익스트림 컴뱃)이었다는 게 속쓰릴 뿐 단연 원 챔피언십에서 가장 인상적인 서브미션이었다.

[언더카드/플라이급] 루디 아구스티안 vs 콘 시찬

"사냥의 묘미"
- 완벽하게 승리한 아구스티안
평점 : ★★★☆

오프닝매치에서는 ‘골든보이’ 루디 아구스티안(33, 인도네시아)이 이름과 다르게 서브미션으로 손쉽게 승리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첫 테이크다운을 따낸 아구스티안은 콘 시찬(31, 캄보디아)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제압한 끝에 3분 14초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주짓수도 전개가 빠르면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경기였다.

총평

"등잔 밑이 더 밝다"
- 대회를 '캐리'한 언더카드
평점 : ★★★☆

대회 리뷰는 철저히 메인카드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번 '원 챔피언십 - 콜 투 그레이트니스'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만큼 언더카드가 화려했다. 4경기 중 3경기가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끝났고 다른 한 경기도 2라운드 실신 KO로 끝났다. 메인카드도 이름값과 경기력이 충분히 갖춰지긴 했다. 하지만 이 네 장의 언더카드는 메인카드만 있었다면 60점이었을 대회를 7~80점까지는 올려놨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원 챔피언십 – 콜 투 그레이트니스
– 22일 오후 7시 30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

[메인카드]

[아톰급 무에타이 타이틀전] 스탬프 페어텍스 vs 자넷 토드
– 스탬프 페어텍스 5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라이트급 그랑프리 8강] 아미르 칸 vs 아리엘 섹스톤
– 아리엘 섹스톤 3라운드 1분 13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초크)

[라이트급 그랑프리 8강] 이브 팅 vs 사기드 구세인 알슬라나에리에프
– 사기드 구세인 알슬라나에리에프 1라운드 25초 KO승(펀치)

[슈퍼시리즈 킥복싱 라이트급] 니키 홀츠켄 vs 무스타파 하이다
– 니키 홀츠켄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스트로급] 데즈담롱 솔 암뉴아이시리촉 vs 제레미 미아도
– 데즈담롱 솔 암뉴아이시리촉 2분 38초 TKO승(4점 니킥)

[슈퍼시리즈 킥복싱 플라이급] 마사히데 쿠도 vs 펫츠담
– 펫츠담 2라운드 35초 KO승(펀치)

[슈퍼시리즈 킥복싱 밴텀급] 콩 삼보 vs 장 쳉롱
– 장 쳉롱 3라운드 종료 2-1 판정승

언더카드

[슈퍼시리즈 킥복싱 라이트급] 레지안 일셀 vs 앤소니 은조쿠아니
– 레지안 일셀 2라운드 1분 3초 KO승(펀치)

[스트로급] 아야카 미우라 vs 라우라 발린
– 아야카 미우라 1라운드 1분 13초 서브미션승(아메리카나)

[밴텀급] 이마나리 마사카츠 vs 권원일
– 이마나리 마사카츠 1라운드 53초 서브미션승(힐훅)

[플라이급] 루디 아구스티안 vs 콘 시찬
– 루디 아구스티안 1라운드 3분 14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 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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