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1:31 (화)
실시간
핫뉴스
[UFC on ESPN 1] 리뷰 : 신화의 몰락, 신화의 부활
상태바
[UFC on ESPN 1] 리뷰 : 신화의 몰락, 신화의 부활
  • 유 하람
  • 승인 2019.02.22 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UFC on ESPN 1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18일 열린 UFC on ESPN 1는 '전설의 복귀'라는 감상포인트가 아주 분명한 대회였다. 헤비급 역대 최강 중 하나로 불리는 케인 벨라스케즈(36, 미국)는 연이은 부상으로 6년 동안 단 두 경기만 출전했다. 종합격투기 역대 최강 집안 그레이시 가문은 24년째 승리가 없었다. 케인과 또다른 그레이시는 같은 대회에서 신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헤비급] 프란시스 은가누 vs 케인 벨라스케즈

"신화의 몰락"
- 괴수를 몰아낸 또다른 괴수
평점 : ★★★★

먼저 케인은 영영 옛 전설로 남게 됐다. 헤비급 랭킹 3위 프란시스 은가누(32, 카메룬)는 단 26초 만에 그를 펀치로 KO시켰다. 접근하는 케인에게 어퍼컷 한 방, 그리고 추격타 몇 번을 날리자 경기는 종료됐다. 괴물 같은 맷집으로 모든 타격을 버티고 힘과 체력으로 상대를 뭉개버리던 케인은 그곳에 없었다. 헤비급 뉴웨이브 선봉을 이끌었던 그는 어느덧 늙고 약해진 '옛날 사람'이 돼있었다.

사실 은가누와 케인은 새로운 세대로 구분할만큼 나이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대학 레슬링부터 시작한 케인은 종합격투기에서 스스로를 혹사하는 파이팅을 펼치며 몸이 망가져있었다. 반면 은가누는 격투기를 시작한지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고 경기 대부분을 초살 KO승으로 마무리지었다.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봐도 무방하다.

경기가 워낙 짧았기에 그렇게 할 말은 많지 않다. 하지만 상대가 공포를 느낄 정도로 전진하고 또 전진하던 케인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라이트급] 폴 펠더 vs 제임스 빅

"케인을 기다리며"
- 메인이벤트가 구원한 준 메인이벤트
평점 : ★★

라이트급 랭킹 10위 제임스 빅(31, 미국)은 탁월한 신체조건 때문에 '경량급의 스트루브'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중간함 때문에 '경량급의 스트루브'라고 불리고 있다. 옥타곤 최장신이었지만 결국 톱 컨텐더는 되지 못한 채 헤맨 스테판 스트루브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신체조건도 입지도 나이도 평범한 폴 펠더(34, 미국)에게 패하면서 그는 딱 스트루브 같은 문지기로 주저 앉았다.

펠더는 거대한 빅을 잡기 위해 날카로운 로킥으로 발을 묶으며 펀치로는 머리만 노렸다. 2라운드에는 잠시 클린치에 붙들리며 안면타격을 다소 허용했지만 이내 로킥으로 쌓아놓은 데미지가 효과를 보며 3라운드를 다시 가져왔다. 빅은 몸이 휘청일만큼 다리 데미지를 숨기지 못했고 결국 판정으로 패했다.

그러나 둘은 내용상으로만 주도권을 주고 받을 뿐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2라운드 안면을 몇 번 얻어맞은 펠더는 3라운드 승기를 잡고도 몰아치치 못했고, 빅은 빅대로 다리가 묶여 별 움직임이 없었다. 랭킹 진입권에서 볼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그래도 톱컨텐더를 노리던 빅에게는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여성 스트로급] 신시아 칼비요 vs 코트니 케이시

"경기만 이겼다"
- 그나마 불타오르다 만 마지막 10초
평점 : ★☆

4경기는 준 메인이벤트보다도 더 보기 난감했다. 선수에게 최우선은 승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그렇다고 승리만을 위해 싸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신시아 칼비요(31, 미국)는 대놓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운영을 펼치며 코트니 케이시(31, 미국)를 꺾었다. 심지어 스스로의 경기력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라운드를 보냈다. 반면 케이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지고도 칼비요를 전혀 추격하지 못하며 패했다. 마지막 10초 발 붙이고 싸우는 순간만이 관객을 달랠 뿐이었다.

[페더급] 크론 그레이시 vs 알렉스 카세레스

"옥타곤에 돌아온 그레이시 가문"
- 힉슨의 아들, 옥타곤 상륙!
평점 : ★★★☆

이젠 잘 알려진 대로 UFC는 그레이시 가문과 등장을 함께했다. 비록 올드스쿨 주짓수를 고집해 현대 MMA에서 도태됐다해도 '그레이시'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여전하다. 최강의 상징이었던 힉슨 그레이시의 아들, 크론 그레이시(30, 미국)는 데뷔전에서 아버지와 가문의 이름을 모두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알렉스 카세레스(30, 브라질)는 전적은 훌륭하지 않지만 뛰어난 신체조건과 독특한 파이팅으로 페더급에서 터줏대감으로 활약해온 선수다. 그러나 그레이시는 테이크다운도 없이 붙어 백을 탄 채로 중심 흔드는 동작만으로 그를 그라운드에 끌고갔다. 그가 리어네이키드를 성공시키기까지는 단 2분 6초가 걸렸다.

크론이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카세레스를 초살시키는 뛰어난 경기력은 앞으로를 바라볼 이유를 제공했다, 충분했다. 비록 타격과 레슬링에서 완벽히 검증은 되지 않았을지언정 그레이시라는 이름에 맞는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웰터급] 빈센테 루케 vs 브라이언 바베레나

"매에 장사 없다"
- 저평가를 명승부로 뒤집은 루케
평점 : ★★★☆

빈센테 루케(27, 브라질)는 UFC 웰터급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하나다. 이번엔 브라이언 바베레나(29, 미국)에게 한참 고전하며 그동안 연승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가 싶었으나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KO를 따내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입증했다. 단 한 번도 KO된 적 없는 바베레나를 지칠 때까지 때린 끝에 쓰러뜨리며 피니시로만 4연승을 기록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는 톱 10과 만날 때가 됐다.

[페더급] 마일스 주리 vs 안드레 필리

"나란히 사그라든 두 신성"
- 그래도 발전을 보인 필리
평점 : ★★

2014년까지만 해도 마일스 주리(30, 미국)는 가장 주목받는 신예 중 하나였다. 15승 무패를 달리며 UFC 6연승을 기록하던 시절 주리는 차기 타이틀 도전자로 자주 거론됐다. 그러나 도널드 세로니에게 전방위로 박살난 뒤 그의 전적은 2승 3패. 이번엔 그래플러 안드레 필리(28, 미국)에게 타격전을 펼쳐 패배했다. 도중 위협적인 펀치로 슬립다운과 다운을 한 차례씩 따냈지만 그뿐이었다. 그보다도 먼저 정상권에서 한계를 드러낸 필리였기에 그저 아까운 신성 둘이 나란히 사라졌다는 안타까움이 드는 경기였다.

총평

"신화의 몰락, 신화의 부활"
- 그리고 명품 조연 루케
평점 : ★★★☆

대회의 두 축 케인과 그레이시는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그 방식이 각각 초살 KO와 초살 서브미션으로 시원시원했고, 루케의 분전까지 빛나며 대회는 전반적으로 속도감있게 흘러갔다. 다른 세 경기가 지지부진한 판정까지 흘러갔지만 그를 잊게 만들만큼 인상적이었다. UFC의 새 시리즈 시작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UFC on ESPN 1 – 은가누 vs 벨라스케즈 경기 결과
– 미국 애리조나 토킹 스틱 리조트 아레나

[헤비급] 프란시스 은가누 vs 케인 벨라스케즈
– 프란시스 은가누 1라운드 26초 KO승(펀치)

[라이트급] 폴 펠더 vs 제임스 빅
– 폴 펠더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여성 스트로급] 신시아 칼비요 vs 코트니 케이시
– 신시아 칼비요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페더급] 크론 그레이시 vs 알렉스 카세레스
– 크론 그레이시 1라운드 2분 6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 초크)

[웰터급] 빈센테 루케 vs 브라이언 바베레나
– 빈센테 루케 3라운드 4분 54초 TKO승(펀치와 니킥)

[페더급] 마일스 주리 vs 안드레 필리
– 안드레 필리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