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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Best & Worst] ⑧ 옥타곤 사상 최악의 망언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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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Best & Worst] ⑧ 옥타곤 사상 최악의 망언 TOP 5
  • 유 하람
  • 승인 2019.0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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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알리스타 오브레임 ©정성욱 기자

[랭크5=유하람 기자]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꼭 진실만을 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부풀리고 비틀어 떠들어야 한다. 때론 허언에 가깝더라도 항상 이슈를 만들어 관심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암묵의 규칙이다. UFC에서 탱크 애봇-티토 오티즈-브록 레스너-차엘소넨-코너 맥그리거로 이어지는 트래시토커의 계보가 곧 흥행의 축이었다는 사실 역시 소비자가 이슈를 원한다는 점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발언도 있다. 일정한 선을 넘어버린 망언의 경우 오히려 기분만 불쾌하게 만들곤 한다.

5위. 반다레이 실바 "부상 당한 구스타프손 대신 무사시 상대하겠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만우절, 역사적인 스웨덴 첫 대회에서 메인이벤터이자 흥행카드 알렉산더 구스타프손(31, 스웨덴)의 눈썹 주변이 찢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날이 날인 만큼 많은 팬들은 이를 '재미있는' 거짓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아직 구스타프손 이탈이 확실해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반다레이 실바(42, 브라질)가 대체 출전을 자원한 것이다. 실바는 자신이 게가드 무사시(33, 네덜란드)를 상대하겠다고 트위터에 올렸고 팬들은 "구스타프손이 아니라도 실바 정도라면 만족한다", "역시 전사의 심장"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무사시 역시 "실바라면 싸우는 게 영광"이라 말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은 이때부터 더 꼬였다.

문제는 시차였다. 실바가 처음 트윗을 날린 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무 소식이 없자 몇몇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스웨덴과 한국 기준으로는 이미 4월 2일이었지만 브라질에서는 아직 4월 1일이었던 것. 혼란이 가중되자 정보통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아리엘 헬와니는 "구스타프손은 여전히 싸우고 싶어한다. 지금은 만우절이고 오늘 트윗은 믿을 수 없다"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대망의 브라질 기준 4월 2일. 실바는 깜찍한(?) 사진 한 장과 함께 만우절 장난이었다고 밝힌다. 수많은 팬들이 탄식했지만 가장 짜증이 난 인물은 역시 무사시. 무사시는 "아무도 어떤 확실한 정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실바는 만우절 거짓말을 3일이나 이어갔다. 하나도 재밌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실바가 유튜브를 통해 사과영상을 게재했지만 그마저도 그는 진지하지 않았다. 비실비실 웃으며 자신의 서프라이즈에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구스타프손의 부상은 장난이 아니었고, 선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체육위에서 출전을 금지시키며 스웨덴 대회는 메인이벤터를 잃었다. 이때 무사시 상대로 급하게 투입된 선수가 바로 일리르 라티피(35, 스웨덴)으로, 무사시에게는 완봉패를 당했지만 이후 꾸준하게 라이트헤비급 컨텐더로 활약하는 중이다.

4위. 알리스타 오브레임 "내 근육의 비결은 말고기"

약물 적발에 대한 변명은 거의 정해져 있다. "오염된 보충제를 모르고 복용했다" 약물 의혹에 대한 변명도 대부분 비슷하다. "순수한 노력에 의한 것" 그러나 뻔한 답변이 판치는 약쟁이의 세계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38, 네덜란드)는 변명의 신기원을 개척한 남자다.

오브레임은 프라이드 시절 톱5권 문지기에 머무르며 '5분의 힘'이라 불렸다. 골격, 힘, 기술 모두 정말 뛰어났지만 체력이 너무나 약해 5분만 넘어가면 족족 패해 붙은 별명이었다. 특히 2006~2007년 경에는 호제리오 노게이라-히카르도 아로나-마우리시오 쇼군으로 이어지는 브라질리언 컨텐더 세 명에게 연달아 KO로 박살나며 한계를 맞이한다.

이에 오브레임은 근육만 20kg 이상 불리는 폭발적인 증량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보통 격투기 선수가 이정도 폭으로 증량을 하면 스피드와 체력이 심각히 저하된다. 그러나 오브레임은 오히려 스피드와 체력마저 좋아지는 불가사의한 모습을 보이며 헤비급 최정상권으로 치고 올라간다. 원래 좋은 기술에 힘까지 더해지니 상대 입장에서는 1라운드를 버티기도 힘들어졌다.

2007년 기점으로 각성한 오브레임은 UFC 데뷔전까지 종합격투기 11연승을 달린다. 스트라이크포스/드림/K-1 세 개 단체에서 동시 챔피언에 등극하며 종합격투기 선수로는 최초로 입식 챔피언에 오르기까지 한다.

당연히 논란이 뒤따랐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증량이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오브레임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매료된 많은 이들은 '오브레임은 하늘이 선택한 육체'라고 주장하며 그를 옹호했다. 이때 오브레임 역시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다. "내 근육의 비결은 말고기 덕분이다" 너무나 뻔뻔한 오브레임과 팬덤 때문에 안티팬도 급증했고, 그들은 오브레임이 약물 검사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았다. 그 무렵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만다.

오브레임은 2012년 5월 26일 UFC 146에서 챔피언 주니어 도스 산토스(34, 브라질)와 맞붙게 된다. 단 한 경기 만에 타이틀전으로 직행하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약물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상 최강 타격가를 가린다는 기대감에 대진 자체에 태클거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UFC 146은 ‘헤비급 대잔치’라는 초유의 컨셉으로 메인카드 전 경기가 헤비급 랭커로 채워지는 거대한 대회였다. 메인이벤트에 출전하는 오브레임이 짊어진 짐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4월 4일, 오브레임이 약물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분노하면서도 오브레임을 타이틀전에서 내리지 않고 청문회까지 기다리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4월 20일 PPV 광고 데드라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팽한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눈덩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한 체급의 주요 랭커가 모두 출전하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대체선수를 구해봐야 같은 대회에서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불과 2~3일 사이에 메인카드 전 경기가 대진이 바뀌는 대수술을 치른다. 오브레임 혼자서 대회 하나를 통째로 박살내버린 셈이다.

이후 2년 만에 옥타곤에 복귀한 오브레임에겐 군신 같던 근육은 온데간데 없었다. 체격은 줄어들었고 뱃살은 흘러내렸다. 그나마도 저질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몇 수는 아래로 평가 받던 안토니오 실바(39, 브라질)에게 장렬히 실신한다.

당연히 엄청난 조롱이 쏟아졌다. 그중 가장 압권은 "이제 말고기를 못 먹어서 졌나"였다. 이를 의식한 듯 인터뷰에서 "미국은 네덜란드와 달리 말고기를 구하기 어렵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이미 오브레임의 말고기는 개그 소재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3위. 조 로건 "론다 로우지가 남성 밴텀급 절반은 이겨"

조 로건은 닮은 꼴로 유명한 데이나 화이트 대표처럼 직설화법으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시원시원하다는 평을 받을 때도 있지만, '헛소리를 당당하게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기도 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전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 론다 로우지(31, 미국)에 대한 찬양이었다.

로우지의 '포스'는 짧지만 정말 강렬했다. 2011년 데뷔전부터 2015년 베스 코레이라 전까지 12연승을 기록하는 데 걸린 경기시간이 도합 2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UFC 타이틀전에서 한 번 판정 간 시간보다 커리어 내내 옥타곤에 선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 중 8명은 1분을 버티지 못했고, 그나마 미샤 테이트가 홀로 3라운드까지 버티며 분전했을 뿐이었다.

워낙 막강한 경기력을 자랑하다보니 자연스레 로우지를 남성부와 비교하는 분석이 많아졌다. 이 과대평가의 화룡정점이 바로 로건이었다. 로건은 로우지가 "로우지가 남성 밴텀급 절반은 이긴다"고 발언했다.

당연히 반발이 크게 일었다. 이전에도 로건은 "로우지가 플로이드 메이웨더를 이긴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으나, 이에는 '복서니까 그래플링으로 이길 수 있지'라며 수긍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 밴텀급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었다. 로우지의 어머니 앤마리아 드마스마저 "성 대결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로우지가 연패에 빠지고 WWE로 이적한 후, 로건은 그때의 발언을 후회한다고 조용히 밝혔다. "말실수다. 난 부풀려서 말하길 좋아한다. 그때 그 말을 해선 안 됐다"며 망언이었음을 인정했다.

2위. 차엘 소넨 "풀타임 파이터는 백수나 하는 것"

차엘 소넨은 본업이 부동산업자였고 공화당으로 국회의원 출마까지 준비하던 투잡, 쓰리잡 파이터였다. 트위터 하나로 타이틀전을 받아낼 만큼 영리한 인물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소넨은 겸업 대한 자부심이 좀 많이 과했다. 그나마도 겸업을 끝까지 유지할 만큼 깨끗한 인물도 아니었다.

원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소넨은 2009년 경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준수한 아메리칸 레슬러 중 하나일 뿐이었다. UFC에서도 이미 한 차례 1승 2패를 기록하고 중소단체를 전전한 바 있으며, 다시 옥타곤에 돌아왔을 때도 첫 경기부터 데미안 마이아에게 굴욕적인 초살 서브미션 패를 당하며 그대로 묻힐 뻔했다. 그러나 UFC 117 앤더슨 실바를 상대로 한 생애 첫 UFC 타이틀전을 앞두고부터 그는 정신이라도 나간 듯 미친듯한 트래시토킹을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깎아내린 끝에 그는 수많은 안티팬을 양산하고 브라질에선 국가의 주적(主敵)에 등극하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적을 많이 만든만큼 그의 경기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으며, 또 경기 직후나 사석에서는 평소의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흥행을 위해 자기 이미지를 희생하는 똑똑이’로 포지셔닝했다. 한편으론 본업인 부동산업에서도 승승장구하고 국회의원 출마까지 준비하며 커리어 정점을 찍는다. "풀타임 파이터는 게으른 백수나 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할 만큼 그는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넨은 2010년 하반기 부동산 사기 및 탈세, 돈세탁과 위증 혐의로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철회한다. 2011년엔 법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집행유예 2년, 부동산중개인 자격 박탈, 벌금 1만 달러를 선고 받았다. 종합격투기 선수로서도 무기한 출장 정지를 당하며 커리어가 박살날 위기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케이지로 돌아와 파이터 생활은 이어나갈 수 있게 됐지만 당시는 캘리포니아 주체육위원회에서 소넨의 라이센스 갱신을 거부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옥타곤에 돌아오는 데는 성공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과 정치에는 손도 댈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가 '게으른 백수'라고 비웃던 풀타임 파이터가 돼버린 것이다.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오며 위기를 정면돌파한 덕에 탈세범에 약쟁이라는 이미지를 세탁하고 타이틀전까지 두 차례 받지만, 정작 경기력은 겸업시절에 비해 눈에 띄게 추락하며 '퇴물'의 길을 걷는다. 전성기 소넨이 현재 소넨을 본다면 아마 "늙은데다 게으르고 싸움도 못하는 백수 파이터"라고 조롱하지 않을까.

1위. 존 존스 "앤더슨 실바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아 몰락했다"

음주운전을 하고, 임산부가 탄 차를 뺑소니로 치고 가고, 경찰에게 욕을 퍼부었다. 또 마약을 하고, 상대 눈을 찌르고, 경기력 향상 약물이 적발된 뒤 또 복용하고, 징계를 편법으로 빠져나갔다. 놀랍게도 존 존스 한 사람이 약 7년 여 간 혼자 저지른 일이다. 우습게도, 그런 그가 '존중'을 논할 때가 있었다.

2013년 그가 존경한다고 밝혔던 앤더슨 실바(43, 브라질)는 7년 무패 행진을 마무리한다. 강력한 도전자 크리스 와이드먼에게 무리해 도발한 끝에 펀치를 맞고 그 자리에서 실신한다. P4P 1위였던 실바가 나가떨어진 덕에 존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그는 "실바가 져서 어부지리로 차지해서 성취감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그가 두는 훈수는 지금 와서 볼 때 정말 가관이다. 그는 "무술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라며 "실바는 이를 간과한 대가를 치렀다"고 주장했다. 방심해서는 안 됐다는 뜻이겠지만 그 누구보다 종합격투기에 존중이 없는 존스가 할 말인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업계에서 가장 존중이 없는 존스는 UFC의 절대적인 비호를 받고 있다. 본인 역시 여전한 기량으로 라이트헤비급 벨트를 탈환했다. 자기 존재 자체가 자기 말을 부정하고 있다 하겠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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