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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아솔아 미안, 타이틀은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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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아솔아 미안, 타이틀은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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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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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이광희(28, 화정익스트림컴뱃)는 감회에 젖었다. "예전에는 난방도 안 돼서 대기실에서 떨고 그랬는데…"

지난 1일 관중석에서 '로드FC 021'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인터뷰에서 리모델링된 장충체육관 내부를 둘러보면서 "여기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광희는 로드FC 라이트급 파이터로 우리나라 최초 종합격투기대회 스피릿MC에서 챔피언을 지냈다. 스피릿MC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23번의 대회를 장충체육관에서 열었는데, 이광희는 여기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5번을 싸워 모두 승리했다. 전부 (T)KO승이었다.

'장충 전승 기록'을 가진 그는 그곳을 "내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었던 곳"이라고 표현했다.

이광희는 장충 경기 중 2007년 8월 스피릿MC 12에서 치른 권아솔과의 2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연장까지 가는 난타전 끝에 보디블로로 TKO승을 거둔 명승부였다. 그는 "긴장도 많이 됐지만 그 경기에서 승리해 첫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12초 만에 KO승한 주찬란 전, 타이틀 1차 방어전이었던 강경호 전도 여전히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장충체육관 승부라고 했다.

"권아솔 1차전은 끝나고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2007년 3월 스피릿MC 인터리그5, KO승을 거둔 뒤 심판의 제지에도 후속 파운딩을 치려고 했던 행동이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흥분을 누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햇수로 8년 전. 이광희는 "그땐 어렸다"면서 "이제 내가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이 됐다"고 말했다.

시간은 흘렀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평생의 라이벌로 남을 권아솔(28, 팀원)은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로드FC 17에서 쿠메 타카스케를 판정으로 누르고 첫 번째 타이틀을 품을 안았다.

이광희의 목표는 올해 안에 로드FC 정상에 서는 것이다. 그러려면 권아솔과의 3차전은 필연적이다. 상대전적 2승으로 앞서고 있는 이광희는 타이틀 도전권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권아솔에게 타이틀을 빼앗으려니 괜히 미안해진다. 지난해 챔피언 되고 참 좋아하던데…. 나와 붙고 나면 그럴 수 없을 것이라 미안하다"고 선전포고했다.

이광희는 지난해 11월 태국 타이거 무에타이에서 1개월 동안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여러 외국선수들과 스파링했다. 그 중에는 지난해 7월 로드FC 데뷔전에서 자신에게 KO패를 안겨준 브루노 미란다도 있었다.

"친구가 됐다. 좋은 실력을 가진 파이터다. 그런데 너무 흥분을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흥분은 크레이지 광의 전매특허 아닌가'라는 농담 섞인 질문에 "나는 경기에서만 흥분하는데, 미란다는 스파링에서도 흥분한다. 상대를 죽일 듯 몰아붙여서 놀랐다"고 했다. "페더급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붙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희는 태국 훈련을 통해 외국인과의 승부에서 유독 긴장하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인 파이터와 6전 2승 3패 1무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이젠 달라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한 그는 "매년 겨울 태국에서 땀을 흘릴 계획"이라고 했다.

대신 국내파이터에게 압도적으로 강한 면모는 그대로 가져간다. "국내선수와 경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과거 강경호와의 경기도 그랬고, 최근 문기범과의 경기도 그랬다"는 이광희는 "권아솔과 붙어도 긴장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광희는 타이틀 획득과 함께 팀의 성장을 2015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밴텀급 권원일, 웰터급 이진규, 웰터급 박건환, ACF 페더급 챔프에 오른 조성빈을 주목해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이광희와 권아솔의 라이벌 구도는 우리나라 종합격투기 10년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올해 로드FC 케이지 안에서 챔피언 권아솔과 도전자 이광희의 3차전이 펼쳐지길 많은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때마침 권아솔이 이광희 앞을 지나갔다. 포털사이트 연관키워드로 묶인 두 파이터는 서로를 보고 씩 웃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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