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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칼럼] 레슬러가 보는 코빙턴의 영리한 케이지 레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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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칼럼] 레슬러가 보는 코빙턴의 영리한 케이지 레슬링
  • 정성욱
  • 승인 2017.06.2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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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과 콜비 코빙턴(좌측부터)

** 이 글은 코리안 탑 팀의 감독이자 종합격투기 대회사 TFC 전찬열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전찬열 대표는 레슬링 선수 시절 전국체전 7연속 우승,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우승했으며 1994년 4월 국민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습니다. 또한 코리안 탑 팀 소속 선수들을 UFC에 진출 시킨 바 있습니다.

[랭크5=전찬열 칼럼니스트] 많은 분들이 김동현 선수가 왜 레슬링으로 패배를 했는가에 대해 레슬러 출신인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곤 한다. 아마 콜비 코빙턴을 레슬러 입장에서 바라보는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일일이 답변하기 힘들어, 생각한 끝에 글로 적어 볼까 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김동현 선수의 냉정한 패배를 분석해봤다.







































 



김동현



콜비 코빙턴



신체



체력이 좋고 유연한 스타일



체력이 좋고 힘 있는 스타일



나이



35



29





185



181



평체



86



84



파이팅 자세



사우스포



사우스포



성격



침착함 지능적인 스타일



공격적 인파이팅 스타일



 


스타일


그래플링 역시 오랜 수련으로 인해 스탠딩 그라운드 밸런스가 굉장히 좋고 감각 역시 뛰어나 합(공·방전) 싸움은 상대보다 몇 수가 좋다. 또한 케이지 디펜스 역시 뛰어나 케이지에서 어설프게 김동현 선수의 다리를 잡고 넘기려다가는 오히려 본인이 더 지쳐 게임을 망칠 수 있다.

타격분석
이번경기의 타격 공방전은 의외로 단순하게 흘러갔다. 둘 다 똑같은 사우스포 자세에서, 코빙턴은 김동현 선수에게 킥으로 거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앞손을 내리고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김동현 선수에게]즉시 머리 숙이면서 레프트, 라이트 훅을 준비했다. 물론 원 훅과 앞손 훅 등 기본적인 타격을 준비했으나 사실 두 선수의 주요 전장 싸움은 '누가 그래플링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가?'가 아주 중요한 승부처라 볼 수 있다.

레슬링 분석

[정면 태클의 레슬링]
코빙턴의 지난 경기들을 지켜보면 정면태클을 즐겨 사용하는 선수다. 그런데 상대가 같은 사우스포 자세를 잡는다면, 코빙턴 입장에서는 태클을 들어가기가 너무나 좋다. 같은 사우스포 자세에선 상대에게 잽 페이크를 주고 그 결을 따라 들어간다면 다리잡기도 편하고 밀어붙이기도 좋기 때문이다. [UFC 전 챔피언 조르부 생피에르(오소독스)와 조니 핸드릭스(사우스포)의 경기를 보면 자세의 차이 때문에 타이밍 태클을 굉장히 잘 들어간 생피에르 역시 핸드릭스에게 자꾸 스위치를 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가 더 공격적이고 엉겨 붙으려고 돌진해서 들어온다면, 살짝 앉아주기만 해도 상대의 하단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이후 코빙턴의 몸에 밴 레슬링은 발목잡기 및 연결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동현 선수의 레슬링 디펜스]
대체적으로 유도가들은 하단태클에 취약한 점이 있다. 때문에 레슬러들은 유도가 들에 대하여 하단 쪽 공략을 많이 한다. 하지만 김동현 선수는 중심력과 케이지 레슬링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섣부르게 달라붙고 다운을 시켰다간 오히려 상대가 역으로 지칠 수 있다.

만약 다운을 시켰어도 긴팔, 하체를 이용한 리커버리 및 스탠드업 동작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지쳐 큰 낭패를 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코빙턴은 하단 사이드 테이크 다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케이지 레슬링이란?]
약 6~7년 전 칼럼에서 말한 듯이 링과 케이지의 싸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링은 링 줄에서 싸움을 하는 경우가 적고 그라운드 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케이지의 경기는 논스톱으로 싸움을 하기 때문에 링보다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며 숨어있는 기술과 규칙 그리고 케이지 레슬링이라는 또 하나의 종목(개인적으로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 한다.)의 기술력을 더 갖고 있어야 한다.

[레슬링 체력]
사람들은 그저 코빙턴이 젊어서 체력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젊기 때문에 체력이 굉장히 좋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영리하게 시스템적으로 케이지 레슬링 활용법을 잘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케이지레슬링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경기를 풀어 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케이지레슬링 싸움은 계속해서 진화가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을 한다.
김동현 선수 역시 개인적으로 코빙턴보다 체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전 경기들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상대와 엉겨 붙으려는 기세로 공격 레슬링과 타격을 선호한다.

이는 체력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이자 그 증명을 보여준다. 그리고 옥타곤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나 호흡적으로 자신을 잘 컨트롤 하면서 체력의 운용을 남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한다.

[코빙턴의 케이지 레슬링]
그럼 코빙턴의 레슬링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그는 아주 영리하고 효율적인 케이지 레슬링을 했다고 보면 된다. 아니, 한 단계 진화된 케이지 레슬링을 선보였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코빙턴은 김동현 선수의 몸통을 잡고 클린치 레슬링을 [사람들은 그레코로만 레슬링이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은 아니다.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은 클린치에서 상대 다리를 잡을 수 없고 걸 수도 없다. 하지만 클린치레슬링은 클린치를 하다가 다리를 잡을 수도 있고 걸 수도 있다.]사용하며 자신은 힘을 빼고 본인 체중을 실으며 다운을 시키려 했다. [사실 코빙턴 역시 김동현 선수의 다리를 잡고 다운을 시키려 했다면 상당한 체력을 감소했을 것이다.]

클린치에서 김동현 선수가 중심을 안 뺏기려고 케이지를 타면 곧바로 반대로 정면 태클을 시도했고 다시 일어나면 그라운드에 집착하지 않고 또 다시 클린치를 하며 니킥과 파운딩, 엘보로 괴롭히며 점수 획득과 케이지 레슬링 운용을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김동현 선수가 1라운드부터 대놓고 케이지를 탔다. 케이지를 탄다는 것은 케이지에서 빠져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김동현 선수는 케이지에 기대어 힘을 빼고 중심을 잡으며 상대가 다운을 시키길 바라고 버티면서 상대체력을 소진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코빙턴은 상체 클린치 레슬링을 하며 본인도 힘을 빼고 체중을 실으며 타격과 중심 뺏기 기술로 알차게 상대의 체력과 밸런스를 소모시켰다. 오히려 탈출하지 않고 상대 체력을 갉아먹으려고 한 김동현 선수에게 코빙턴은 역으로 체중을 실으며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레슬링을 이용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코빙턴은 케이지에서 하단 사이드 태클을 잡고 다운시킬 때 많은 힘을 요구하는 레슬링 싸움이 아니라 영리하게 클린치와 타격 그리고 몸통을 잡고 힘을 빼면서 레슬링에서 그라운드, 옆 굴리기 식으로 중심을 뺏고 김동현 선수가 버티면 곧바로 결 따라 반대 정면태클로 상대를 다운시키고 또 기무라 록과 뒤로 넘기기 등 여러 기술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김동현 선수를 괴롭혀 나갔다. 물론 킥과 엘보를 효율적으로 섞어주며 아주 진화된 케이지 레슬링 싸움을 했다.

[콤비네이션 레슬링]
중간중간에 힘이 빠질만한 레슬링 싸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옥타곤 중간에서 코빙턴이 태클을 들어갔을 때 김동현 선수가 스프롤을 한 상황에서 작은 틈을 만들어 정면으로 바꿔 잡고 일어서려는 기술, 김동현 선수가 코빙턴의 앞 목을 잡을 때 옆으로 빠져 나오는 기술, 맞잡기 상황에서 한 다리를 잡고 밀고 들어가는 태클 등은 김동현 선수를 굉장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런 작은 부분부터 우위를 점했던 상황들은 김동현 선수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전개됐다.

아쉬움
경기가 끝나고 나면 늘 아쉽다. 그리고 후회도 많이 된다. 이럴 때 이렇게 할 걸,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김동현 선수도 좀 더 코빙턴에게 정면 승부의 레슬링을 걸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컸다. 사실 막판에 김동현 선수가 케이지에 몰렸을 때 코빙턴과 클린치 상황에서 덧걸이로 넘겼다. 이처럼 초반부터 케이지에서 엎치락뒤치락했으면 오히려 코빙턴의 체력 소진이 크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실 그라운드만큼은 김동현 선수가 더 좋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김동현 선수가 한 디펜스 케이지 레슬링 싸움은 사실 빠져나온다는 것이 아니고 버텨서 상대를 지치게 한다는 작전이다. 그렇다면 디펜스 레슬링은 코빙턴을 지치게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진화된 케이지 레슬링으로 김동현 선수가 더 압박을 당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그 경기 하나만으로 김동현 선수의 기질을 꺾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오히려 영리한 김동현 선수가 절치부심하여 다시 강해져 옥타곤으로 돌아와 한 층 더 진화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보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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