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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짓수는 프로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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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짓수는 프로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 송광빈
  • 승인 2017.03.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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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송광빈 칼럼니스트] 3월 18일 신생 종합격투기 단체 ‘배틀필드FC’의 첫 대회가 열렸다. 여느 대회사처럼 흥행과 이슈형성에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이 단체는 특이하게도 대진이 완성되기도 전에 단 한 경기만을 발표한 채 티켓판매를 시작했다.

그 경기는 두 명의 주짓떼로, 채완기와 제프 글로버의 스페셜 매치였다. 그것도 타격을 배제한 노기(비도복) 시합이다. 국내 주짓수 수련자들의 직관을 유도하려는 대진이라는 분석도 있었고, 다른 대진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아서, 채완기-제프 글로버의 대진이 메인 이벤트 아니냐는 농담이 돌았다. 대회를 마치고 페이스북에 공개된 두 선수의 시합 영상은 조회 수 13만 회, SNS 공유 1,100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상' 메인 이벤트였다.

■ 그래플링 대결에 대한 관심이 종합격투기 시합 못지않게 높아져

케이지 혹은 링에서의 그래플링 시합이 다소 생뚱맞아 보여도, 그렇다고 아주 낯선 풍경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종합격투기 대회에 종종 이러한 특별시합을 흥행거리로 활용했고. 이번 5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One 챔피언십에서는 아오키 신야와 주짓수 강자 개리 토논이 노기 시합을 벌일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규칙 없이 싸운다면 누가 강할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종·종합격투기 대회에서. “그래플링으로만 싸운다면 누가 강할까?”라는 호기심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주짓수·서브미션 그래플링이라는 종목이 종합격투기라는 포괄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단일종목으로 관람 스포츠가 되고 선수들이 프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미 최근 5년간 ‘메타 모리스’를 필두로 여러 주짓수 프로단체가 출범했고, 국제브라질리안주짓수연맹(IBJJF)도 추세를 반영하듯 ‘프로'를 표방한 토너먼트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루해하지 않을까? 시청률이 나오기나 할까?

인정한다. 주짓수는 보는 것 보다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주짓수 수련을 하지 않는 사람이, 주짓수팬이 될 가능성은 타격계열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하물며 순수 단일 종목으로 스포츠 주짓수가 ‘전파’를 타는 관람 스포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순 없다. 과연 유선 방송을 통해 중계된 두 번의 ‘스파이더 주짓수 챔피언십’과 이번 ‘채완기-제프 글로버’의 경기가 일반 TV 시청자에게 채널을 고정할 정도의 매력이 있었을지, 광고주를 만족하게 할 시청률이 나왔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중 매체를 방송국이 주도하고 독점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다양해진 채널로 원하는 콘텐츠를 필요한 때에 소비하는 지금, ‘전파’ 방송의 시청률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대회를 마치고 SNS에 유통된 ‘채완기-제프 글로버’ 영상의 높은 조회 수와 공유 횟수가 그 반증이다. 이런 단발성 흥행과 더불어, 동영상 공유서비스에 올라오는 각종 ‘주강’(주짓수 강의영상)과 유명선수의 시합 영상, 그리고 일반 수련자가 올리고 공유하는 자가 영상 등. 주짓수와 관련된 영상콘텐츠는 양과 질 그리고 소비에서도 막대한 숫자를 자랑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루한 내용을, ‘매우 많은 수’의 ‘아는 사람’들이 보고 즐기고 있다.

채완기와 제프 글로버의 더블 가드 교착 상태 ⓒ송광빈

주짓수에서도 ‘보는 사람이 지루해지는 룰'에 대해서 논의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더블 가드와 웜 가드·라펠 가드에 대한 찬반 문제다. 이는 실전 주짓수와 스포츠 주짓수의 가치 논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루한 주짓수'는 주짓수가 고도화되면서 상위 선수 간실력 격차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수준 높은’ 주짓수팬에게는 ‘수준 높은’ 공방중의 교착상태가 지루하지 않다.

주짓수를 인간 체스라고 부르지 않던가

다양한 상황과 치열한 수 싸움으로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주짓수를 ‘인간 체스'라 평가하기도 하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주짓수를 하고,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체스와 같은 ‘두뇌 유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주짓수의 프로화를 두뇌 유희의 정점에 있는 바둑에 견주어 보면 어떨까?

‘모르는 사람'이 보기 가장 재미없기론 바둑이 으뜸이겠지만, 바둑에 매료된 사람들의 학습 열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모습은 주짓수에 빠져든 사람들과 흡사하다. 교재와 프로 기사의 기보를 사서 보기도 하고, 대국 상대를 찾아서 기원은 물론 인터넷 바둑 대국 서비스를 이용한다. 바둑 전문 유선 방송도 있다. 상위권 프로 기사의 대국료는 인기 프로 스포츠 선수 연봉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프로 기사의 높은 위상은 많은 바둑팬이 있기에 가능하다. 조금 지난 자료지만 세계 바둑 인구는 3,800만 명. 한국갤럽 조사로 한국 바둑 인구는 1,000만 명. 그중 깊이 즐기는 수는 3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 숫자가 있기에 당당해질 수 있다. 바둑팬과 비슷한 성향의 주짓수팬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된다면 주짓수도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을 것이다.

■ 프로 스포츠로 가치는 충분, 비즈니스 마인드는 아직

주짓수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추세를 보아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생활체육대회 규모는 유도와 아마추어 레슬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업 선수를 갈망하는 수련생도, 주짓수 시장을 개척하려는 사업가도 이젠 제법 많아졌다. 그러나 좀처럼 ‘비즈니스'는 열리지 않는다. 숫자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스폰서와 광고주를 끌어오고 설득하는 것은 ‘매력’과 ‘선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주짓수가 프로 스포츠가 되려면, 우선 주짓수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보여 줄 수 있는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대적인 주짓수 인구조사 부터, 주짓수 팬들의 소비 양상, 개인이 주짓수를 즐기며 쓰는 돈의 내용과 액수까지···.

송광빈 칼럼리스트(전 블랙 벨트 코리아 발행인)
song.kwangb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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