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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승부조작 선수 출전 허용 격투기 대회사…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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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승부조작 선수 출전 허용 격투기 대회사…제정신인가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3.01.17 11:1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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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파이브=정성욱 기자] 우리가 스포츠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정당당한 대결'을 통해 얻는 쾌감 때문이다. 이는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된다. 작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월드컵에 우리가 열광했던 이유는 세계 유수의 선수들이 출전한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뤄 16강까지 갔기 때문이다.

이토록 재미있는 스포츠를 멍들게 하는 것이 '승부조작'이다. 만약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결과가 정해진 경기를 본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상대 선수, 혹은 팀을 위해 태업을 하는 경기를 본다면? 이러한 행동은 어느 한 종목을, 나아가선 스포츠 전체를 망가뜨리는 행위다. 

UFC라는 세계적인 MMA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승부조작은 부끄럽게도 한국 선수에 의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론 승부조작 시도에 그쳤지만 그 조차 심각한 문제가 되기에 관련된 이들은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관련된 선수 A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승부조작 사건 후 6년이 지났다. 잠잠했던 한국 격투계에 놀랄만한 소식이 들렸다. 어제인 16일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A가 대회에 출전했다는 것. 그것도 한국과 일본이 대표 선수를 뽑아 실력을 겨루는 대회의 예선에 말이다.

승부조작의 문제점 : 감동의 파괴, 리그-대회사 파괴

스포츠를 흔히들 '각본 없는 드라마'라 이야기한다. 연출 없이 각각 준비한 것을 가지고 승부하여 결과를 낸다. 격투기의 경우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언더독(상대보다 약하다고 평가되는 선수)이 탑독을 잡아내며 드라마를 연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두 명의 선수가 케이지, 혹은 링에 올라가 그려내는 드라마는 많은 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헌데 이런 '드라마'에 각본이 있고 승부가 결정됐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드라마'적 요소와 감동은 거의 남지 않는다. 흔히들 '스포일러'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다름이 아니다. 차라리 완벽하게 '짜여진 감동'을 보려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편이 낫다.

승부조작은 이러한 팬들의 '감동과 드라마'를 앗아간다. 어떤 선수와 팀을 응원하기 위해 팬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승부조작이 일어난 경기를 보면 내용이 형편없다. 대부분 일부러 저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 선수, 팀이 태업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며, 지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패배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승부조작이 심한 리그, 대회사는 팬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며 결국은 망하게 되는 길을 걷는다. 일례로 대만의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으로 인해 팀이 사라지고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승부조작의 문제점 :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기자가 MMA에서 특히 한국 MMA에서 승부조작을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 격투계가 승부조작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승부조작은 선수들의 취약점을 뚫고 들어간다. 가난한 선수,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선수 등이 승부조작을 하는 이들의 목표물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격투기 선수들은 일정한 인기를 얻기 전까지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최고의 인기를 얻기 전까지 다른 일을 병행하며 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간다. 많은 이들이 도전하지만 소식도 없이 사라지는 곳이 격투계다. 그만큼 '돈'에 있어서 취약한 종목이다. 

이런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을 내보이며 승부조작을 권유한다면? 차라리 승부조작이 없던 종목이라면 이런 권유를 과감하게 뿌리칠 수도 있다. 하지만 승부조작을 했던 선수가 복귀하고 다시 경기를 뛴다면 어떻게 될까? 승부조작은 암묵적으로 정당화 되고 몇몇 선수들은 '나도 한 번 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일례로 농구계의 전설 강동희 전 감독은 브로커가 건넨 돈에 무너져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국내 e스포츠도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0년 한국 최초 승부조작 이후 여기저기서 승부조작이 일어났다. 몇몇 종목 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인해 해체됐다. 

승부조작 선수 출전 허용 격투기 대회사…제정신인가

승부조작을 한 A 선수. 그가 했던 일에 대해선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이미 여러 차례 기사가 났고, 기자도 관련된 기사를 썼다. 

A 선수는 계속 무대에 오르려 했다.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회사에도 오른다는 소식이 있었다. 기자는 관계자를 만나 직접 만류하기도 하고 기사를 통해 그 선수가 무대에 오르면 안 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A 선수를 무대에 올린 단체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를 무대에 올렸냐고. 

승부조작 선수를 용서해 준다? 무엇을 위해 그를 용서하나? 어떤 격투기 팬들이 그를 용서했나? 
이슈를 위해? 흔히 말하는 '어그로'를 위해? '어그로'도 정도가 있다. 한국 MMA 근간을 무너뜨리는 범죄를 저지른 선수를 용인한다면 일반인들에게 MMA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그리고 거기서 활동하는 선수들마저 도매금으로 치부된다면? 이슈 하나만 보고 행동했다면 너무 큰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이미 엎질러진 물, 격투기 팬들의 선택은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A 선수는 이미 경기를 뛰었고 앞으로 격투계에도 복귀한다고 했다. 더구나 자신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모 영화를 예를 삼아 '그 일을 현실에서 하면 범죄가 된다'라고까지 말했다.

맞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이에 격투기 무대로 돌아올 것이 아니라 반성을 하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격투기 선후배들에게 자신과 같은 과오를 범해선 안된다고 이야기하며 조용히 살아야 했다.

단체도 문제다. 최근 여러모로 이슈를 끌고 인기를 끄는 단체로서 책임감은 없는지. 그저 그 인기에 힘입어 이슈를 끌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승부조작 선수가 복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은 해봤는지.

앞으로 한국 격투계에게 선수의 '과거 잘못'에 대해 언급하고 욕하는 것은 사라질 것 같다. 격투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승부조작 관련 선수가 복귀하는 마당에 누구를 욕할 것인가. 

이번 일에 대해 격투기 팬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한국 격투계의 분위기는 달라질 듯 보인다. 격투계 안에 들어와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그냥 놔둘 것인지. 아니면 불의에 대해 항거하며 스스로 정화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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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2023-01-23 17:17:52
친 로드fc 에서 쓰는 글이네 이건

서진철 2023-01-17 21:23:53
깨어있는 기자의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김준협 2023-01-17 19:22:14
주작러 복귀라... 이게 현실로 이뤄지네

방상훈 2023-01-17 12:57:57
승부조작도 문제지만 학교폭력이 더 문제임.
학교폭력 한 가해자들은 격투기계 발을 못붙이게 해야 격투기 이미지 개선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