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단순 속임수?' 일본 격투기 단체 승부조작 논란
[랭크파이브=정성욱 기자] 일본 격투기 단체에서 승부조작으로 의심되는 경기가 있어서 논란이다. 12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라이진 33의 6번째 경기 시바타(38, 일본)와 쿠보 유타(33, 일본)의 종합격투기 경기가 승부조작으로 의심받고 있다.
경기는 시바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엉뚱한 연기를 하는 시바타에게 K-1 월드 그랑프리 웰터급 챔피언 쿠보 유타는 레그킥을 연이어 넣었다. 방심하던 차에 시바타의 펀치가 쿠보의 얼굴에 들어갔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이 없는 상대에게 시바타는 플라잉 암바를 시도했고 그립이 완성되었다. 그립이 완성되기 전에 심판이 경기를 멈췄다. '유튜버' 시바타가 K-1 월드 그랑프리 초대 웰터급 챔피언(2017년)에게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경기후 벌어졌다. 쿠보는 시바타와의 문자 대화를 공개하며 이번 경기가 '야오초'(승부조작)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1라운드에 퍼포먼스를 하고 2라운드부터 제대로 붙어보자는 뜻으로 나에게 이야기했다"라며 "나는 시바타가 경기를 취소할 것을 염려해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시바타는 쿠보가 자신의 심리전에 넘어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던진 이야기를 쿠보가 그대로 믿고 안이하게 경기를 치렀고 졌다는 것이다.
쿠보의 폭로 이후 대회사 라이진은 그들의 처분과 새로운 룰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라이진의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대표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대진이 결정된 두 선수는 경기 전에 서로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시바타와 쿠보의 문제도 대진이 결정된 후 문자 대화를 주고받으며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출전 정지 처분은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카키바라 대표는 "시바타와 쿠보를 영구 추방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고칠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추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인 이상 그들을 버리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들을 끝까지 끌어안고 갈 것이라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 승부조작으로 보는 측과 쿠보가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승부조작으로 보는 쪽은 시바타가 쿠보의 갑을 관계에 대해 주목한다.
프로 레슬러 출신 시바타는 아사쿠라 형제와 경기를 치르며 크나큰 인기를 얻은 유튜버다. 현재 123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유튜버라 밝힌다. 라이진에 출전할 때도 팀 이름을 쓰지 않고 유튜버라고 쓴다. 시청률 확보와 더불어 인기가 티켓 매출과 연관이 있는 만큼 100만 명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가 격투기 대회 출전은 여러모로 이슈 몰이가 된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 쿠보 유타에게 돌아올 이익도 적지 않을 것이다. 패배를 할 경우 벤 아스크렌과 타이론 우들리와 같은 수모를 겪을 수 있지만, 그만큼 거액의 파이트머니가 지급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바타가 문자로 제안한 1라운드 퍼포먼스, 2라운드 승부라는 조건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것이 승부조작이라는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승부조작으로서 요소가 부족한 면이 있다. 승부조작은 사전 협상과 더불어 돈이 오고 간다. 조건을 제시하고 승부조작을 시도할 이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을 약속한다. 현재까지 시바타와 쿠보 유타 사이에 금전적인 거래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쿠보가 일방적으로 속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 격투기 단체에선 아직 승부조작으로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UFC에서 A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내용이 드러나 법적 처분이 진행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