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칼럼] 주짓떼로가 많이 당한다는 부상 디스크, 제가 한번 당해봤습니다.

2020-08-04     정성훈 칼럼니스트
정성훈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정말 오랜기간동안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갖은 부상을 목격했다. 손가락은 매우 흔하고도 당연한 질병이고, 목, 어깨, 무릎, 발목... 그러나 그 중에서도 선수 수준으로 훈련을 계속하고 있거나 주짓수를 굉장히 오랜시간 수련해 온 사람들이 많이 당하는 부상이 바로 허리 부상, 그 중에도 허리 디스크이다. 디스크라고 하면 그냥 사람들이 간편하게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고, 정확한 말로는 '추간판 탈출증'이 맞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나는 원래 유연성이 굉장히 결여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웨이트 할때 자세에서 지적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뻣뻣함에 적응한 몸 때문인지 유독 웨이트를 할 때는 한번도 부상을 당한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고중량을 하다가 허리 디스크가 왔다가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때마다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또 자세가 엉망이 되는 나를 발견하고는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나의 디스크는 무리한 고중량 때문이 아닌 주짓수 때문에 서서히 나를 잠식해오고 있었다. 

거의 2년간, 오른쪽 허벅지쪽에 근육통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운동하는데 특정 동작을 할때마다 나를 괴롭혀오고는 했다. 한국에 와서도 열심히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걷는데 불편할 정도로 다리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차렷자세가 불가능 할 정도로 그 고통이 심해졌다. 항상 구부정 하게 있거나, 한쪽 다리를 오므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서 있어야 했다. 당장 병원에 가서 MRI 촬영을 했고, 드디어는 추간판 탈출증, 돌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심하게 누르고 있는 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토록 내게는 먼 이야기 같았던 '디스크'가 내게 찾아온것이다.

주변에 워낙 디스크 환자들이 많았기에 여기저기에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수술, 시술, 한의원, 진통제, 소염제 등등 좋다는것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 물어본것 같았다. 다행히도 주변 사람들에 비교하면 내 증상은 비교적(?) 심하지 않았다. 특히 심한 사람들 중에는 화장실을 가리기가 힘들정도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목디스크도 허리디스크 못지않게 끔찍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않아 밥 숟가락을 들수 없는 정도로 제약이 걸리는 상황이 생긴다는 말에, 그토록 중요한 그립이 없는 주짓떼로를 아주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결국 출퇴근 길에 몇번이고 길에 주저앉는 상황이 발생하자 어쩔수 없이 나는 시술을 결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술은 수술과는 다르다. 수술은 절개를 통해 환부를 직접 여는 방법을 택하지만 시술의 경우 3mm 이내의 관을 삽입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서, 환부에 직접적으로 약물을 투여하여 염증, 유착을 제거하는 신경성형술이나, 고주파를 이용한 수핵감압술, 혹은 돌출된 디스크 일부를 열로 지져 제거하는 신경 절제술 등등을 진행하게 된다. 나는 신경 성형술로 단순 약물 주입을 결정했고, 다행히 경과가 좋아 시술 후 1달이 조금 지나 바로 매트로 돌아가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고 좀 더 쉬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나는 근질근질한 몸을 참을 수가 없었고 바로 매트로 가서 무리없는 동작 위주로 다시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스파링 상대도 최대한 가벼운 사람이나 무겁더라도 초심자, 그리고 여자들만 상대로 했다. 그리고 또 한 달정도가 지난 지금은 무릎부분이 여전히 저리긴 하지만, 고통은 많이 가신 상태다. 그러나 술을 마신다던지, 초크시도가 들어온다던지 하는 등 혈압이 높아지는 순간이 오면 허리쪽부터 통증이 바로 다리로 타고 오는게 느껴질 정도로 매우 민감한 상태가 되었다. 

돌출된 디스크는 사람의 신체의 회복의 능력이 있기에 점점 줄어서 제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참아내고 버티는 것이 추간판 돌출증의 관건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다치는 과정에서부터 치료하는 과정을 거쳐 운동을 다시 시작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주짓수는 허리에 좋을 수가 없는 운동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허리를 접고 구르는 동작이 많은 운동인 만큼, 나처럼 뻣뻣한 사람에게는 더 무리가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찾아온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 주짓수도 수련을 계속 해야하고. 좀더 웜업을 철저히 하고 허리에 부담이 가는 동작을 최대한 자제할 수 밖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주짓수 수련자 여러분께서도 항상 수련하시면서 허리 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