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주짓수 세계'에서 자신의 '제국'을 개척한 사람들 ① 에디 브라보
2019-03-12 정성훈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축구는 공을 차는 기술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스포츠다. 각 팀마다, 나라마다 구사하는 축구가 다르며 '공은 둥글다'라는 명언처럼 의외의 결과가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호나우두, 메시처럼 선수 개개인의 능력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훌륭한 명장은 훌륭한 선수 없이도 본인의 색깔을 가진 팀을 만들어 좋은 결과를 낸다. 주짓수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띄지만 선수를 길러내고 팀을 이끌어 가는 명장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의 주짓수를 제자들에게 전수하여 대회에서 증명해 본인의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국'이라고 함은 비단 본인의 팀뿐만 아니라, 주짓수계에서 한 갈래의 트렌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시리즈를 통해 주짓수라는 세계에서 자신의 제국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과 팀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주인공은 텐스 플래닛 주짓수(10th Planet Jiu Jitsu)의 에디 브라보(49)다. 텐스 플레닛의 뜻은 우리가 아는 태양계 9개의 행성 외의 10번째 행성을 뜻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주짓수 외에 또 다른 주짓수가 있다는 의미다. 팀을 수장 에디 브라보는 과거 호일러 그레이시를 삼각 조르기로 2003년 ADCC(아부다비 컴뱃 레슬링)에서 제압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호일러 그레이시는는 문디알-월드 주짓수 챔피언십/팬암-북미 팬 아메리카 주짓수 챔피언십/ADCC를 석권한 슈퍼스타였다) 지금 그의 스타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에디는 클래식 주짓수의 상징과 같은 인물 중 한 명인 장 자크 마차도의 제자이며, 여전히 마차도 주짓수 산하에서 승단 중이다. 검은 띠 승단 이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고 이는 유튜브에서 빛바랜 비디오테이프 영상들로 아직도 확인해볼 수 있다. 당시 에디는 엄청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정석과는 다른 기술들을 구사했고, 트위스터(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UFC에서 사용했으며 에디는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편집자 주)와 같은 난이도 높은 서브미션을 구사하며 눈길을 끌었다. 2003년 에디 브라보는 마차도에게서 독립해 포인트 위주가 아닌 서브미션 위주의 주짓수를 가르치고자 도장을 설립하였다. 과거 UFC 해설자로 활동했으며 록 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내는 포르노 배우 출신인 등 굉장히 자유분방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의 성향이 녹아든 텐스 플래닛은 일반 주짓수 체육관과 눈에 띄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도복 주짓수를 수련하지 않는다. (도복 주짓수를 수련하지 않아도 띠는 반드시 수여하며 그 표시는 래시 가드의 색깔로 대신한다. 이러한 래시 가드 띠 표기는 국제 브라질리안 주짓수 연맹-IBJJF 노기 대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텐스 플래닛은 종합격투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전 지향'의 주짓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복을 입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펀치를 쓰지 못하게 러버 가드와 락 다운 등 상대를 효과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기술들을 사용한다. 이런 기술은 정통 주짓수 체육관에선 쉽게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텐스 플래닛 선수들의 가드 안에 뛰어들면 대처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에디 브라보 본인이 말하기를 "다른 체육관에서 놀러 오는 검은 띠도 러버 가드를 제대로 구사하는 본인의 보라 띠/갈 띠 제자들에게 탭을 치고는 한다"라고 말한다. 기술의 이름을 독창적으로 사용한다. 트럭, 스트레이트 재킷, 쿵후, 데스 도어, 힌두 로틴, 스페셜 케이, 헤이즐넛 등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게 주짓수 기술의 이름이 맞는지도 헷갈릴 지경의 이름을 쓴다. 그런데 막상 기술을 살펴보면 이해도 가는 것이, 기존의 클래식 주짓수에서 사용하지만 어딘가 상당히 변형되어 있는 상태의 기술들을 쓴다. 또 “데스 오차드”처럼 본인의 제자(네이탄 오차드)가 잘 쓰는 기술에 제자의 이름을 넣기도 한다. 텐스 플레닛 웜업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루는 가드, 하루는 탑 같은 느낌이 아니라 서브미션 위주의 콤비네이션이다. 가령 상대방이 서브미션에서 탈출하면 다른 서브미션으로 바로 이루어지는 상태의 연속기이며, 서브미션 연계 혹은 서브미션을 위한 포지션 점유의 드릴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텐스 플레닛 웜업을 업데이트하는 인스타그램도 있으며, 도장에서 한 달 정도의 스케줄을 두고 그날 그날의 웜업으로 사용한다. 다분히 '실전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t=21 이러한 텐스 플래닛의 등장 이후 전 세계에 수많은 지부가 생겨났고, 심지어 아오키 신야처럼 텐스 플래닛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선수들도 러버 가드 등 일부 기술들을 흡수하여 구사하는 경우도 생겼다. 유튜브에는 각종 일반 도장의 선수들이 소개하는 텐스 플래닛 기술이나, 탈출기에 관한 영상들을 업로드한다. 최근 텐스 플래닛 주짓수가 주짓수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한국에는 성남 텐스 플레닛의 김현우 관장이 에디 브라보에게 직접 블랙벨트와 래시 가드를 수여받았다. 한국 텐스 플레닛 역시 에디의 기술을 이어받아 락 다운 게임과 러버 가드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과거 위대한 주짓수 실전 파이터인 힉슨 그레이시와 에디 브라보가 만난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영상에서 에디 브라보는 당구장 바닥에서 힉슨에게 러버 가드를 시연해 보이면서 본인의 주짓수에 관한 열변을 토했다. "전 그저 주짓수를 더 대단하게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본인의 주짓수에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에 대한 변론과, 전설에게 본인이 만들어낸 주짓수의 당위를 설명하고자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섞여있는 발언이었다. 이러한 에디 브라보의 노력은 성공을 이루어 전 세계의 주짓수에 영향을 주고 있고, 비니 마갈레아스나 지오 마르티네즈 같은 톱클래스의 선수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방향처럼 앞으로 에디 브라보가 또 어떠한 모습으로 주짓수를 발전시켜 나갈지 기대해본다. 정성훈 칼럼니스트 pivada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