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타이틀전에서 논 타이틀전으로...'프로그맨' 김상욱 심경 인터뷰

2023-12-09     정성욱 기자
김상욱(77.56kg)

[랭크파이브=베트남 그랜드 호짬, 정성욱 기자] "엄청 화가 난다기 보다는 허탈한 느낌이 든다" 김상욱(29, 하바스MMA)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8일 베트남 '그랜드 호짬 리조트'에서 진행된 AFC 29의 계체량 행사에서 김상욱의 상대 어빈 챈(필리핀)이 79.86kg, 기준 체중을 2kg 넘게 초과하면서 경기는 논 타이틀로 바뀌었다. 

계체량 행사장에서도 김상욱의 표정은 어두웠다.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추려 당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빈 챈과 페이스오프를 할 때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랭크파이브는 계체량 행사를 마치고 회복중인 김상욱을 만나 그의 심정과 함께 경기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다.  

- 지금 심정이 어떤지. 
엄청 화난다라는 느낌보다는 조금 허탈한 그런 느낌이 든다. 챔피언 벨트를 딴 지는 지금 1년이 넘었는데 방어전을 한 번도 안 한 챔피언이다. 물론 그 사이에 경기를 많이 치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 겨우 타이틀을 걸고 경기를 하게 됐는데 논타이틀전으로 바뀐다는 것이 너무 허탈했다. 팬분들에게도 그렇고 내 자신도 그렇고 방어전을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운 점이었는데, 이번 경기가 그걸 가뿐히 할 기회였다고 생각했는데 날아가 버려서 너무 아쉽다.

- 무엇보다 상대가 계체를 실패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상대가 몸무게를 빼지 못했다. 이건 그 선수가 이번 경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AFC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선수한테 타이틀전을 준 것이 아닌데 그런 면에서 속이 상했다.

- 계체량때 표정에서 많은 것이 보였다.
사실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원래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근데 그 선수한테는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더라.

- 페이스오프를 할 때 감정이 좀 나왔던 것 같은데.
맞다. 정확히 봤다. 내가 막 들이받으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근데 얼굴을 보니 짜증이 나서 그렇게 했던 게 있었다. 나는 상대편을 쓸데없이 도발하는 타입은 아니다. 근데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그렇게 했다. 상대가 미안해서 그런지 반응이 떨떨름해서 그냥 그만뒀다.

김상욱(77.56kg)

- 추성훈 감독이 따로 조언한 것은 있었는지?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어차피 '싸워서 이겨야 되는 전쟁'임은 변함이 없다라고 하셨다. 이기는 게임을 하라고, 그리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조언하셨다.

- 전에 공개 기자회견에선 '전원 1라운드 KO'를 주문했다.
1라운드 KO할 거다. 근데 내가 그래플러이고 그래플러가 1라운드 KO를 노리다 보면 뭔가 좀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웃음) MMA라는 게 변수가 너무 많다. 종잇장 같은 글러브에 한 대만 잘못 맞아도 끝나는 것이 MMA다. 그러니까 항상 조심하면서 경기를 하려 한다. 조심히 경기를 치르겠지만 확실한 타이밍에 들어가서 잘 끝내도록 하겠다.

- 상대방의 문제로 인해 무언가 바뀌는 것은 없는지? 작전 등등
사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라는 로드 투 UFC에서 상대했던 상대들보다는 수준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상대하는 선수가 로드 투 UFC 선수들보다 낮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에선 로드 투 UFC를 통해 배우고 업그레이드 시킨 실력을 보여줄 생각이다. 좀 더 발전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올해 마지막 경기이다. 올해를 뒤돌아 본다면? 
유종의 미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4경기를 뛰었는데 경기를 준비하면서 감량했던 체중을 합치니 65kg이 되더라.

1라운드

- 사람 1명분의 몸무게를 뺀 것 아닌가.
맞다. 몸무게 많이 뺀 게 사실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격투기 선수들 다 힘들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에겐 김동현 형님, 이정원 감독님, 추성훈 형님 같은 좋은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그런 한 해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 새로운 별명 '프로그맨', 김상욱 선수에겐 의미있는 별명이더라. 
그렇다. UFC에 해병대, 육군 등 다양한 군출신이 있는데 아직 '네이비실-UDT' 출신 없다. 게다가 UDT출신은 찾기도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까지 UDT라는 부대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 강철부대가 군대 인식을 좋게 만들어준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사실 나는 강철부대를 출연 제안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 4번을 부탁을 하셔서 '에라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출연하게 됐다. 정말 운이 좋아서 하늘이 도와주어서 잘 됐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김상욱이란 파이터의 정체성이 'UDT'가 됐고 그런 만큼 '프로그맨'이라는 용어를 더욱 열심히 쓰려고 하고 있다. '프로그맨'이라는 별명을 쓰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려고 쓴 별명이니 선배님들 후배님도 좀 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아가 UDT라는 이름으로 나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UDT가 더욱 빛날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

- 내일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지. 그리고 각오 한 마디.
내일 경기 화끈하게, 최대한 1라운드에 끝내도록 노력하겠다. 1라운드에 끝내는 것도 끝내는 거지만 확실하게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팬분들한테 한 마디 드리자면, 어렵게 어렵게 이 자리에 왔지만 앞으로도 노력해서 더 확실하게,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김상욱이라는 파이터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것을 몸소 보여드리겠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추성훈 감독님, 김동현 형님, 이정원 관장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내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드린다. 

AFC 29 계체량 결과
- 2023.12.8 베트남 호짬 그랜드 호짬 리조트
[웰터급] 김상욱(77.56kg) vs 어빈 챈(79.86kg)*
* 어빈 챈 1차(79.78kg), 2차(79.86kg)
* 논 타이틀 경기로 변경, 라운드 당 1점 감점, 리게인 제한
[라이트급 타이틀전] 박재현(70.68kg) vs 아딸라 비에이이다(70.75kg)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 홍준영(70.72kg) vs 알파안디 갈리(68.26kg)
[페더급 잠정 타이틀전] 송영재(65.94kg) vs 시미즈 슌이치(65.72kg)
[웰터급] 고석현(77.28kg) vs 알윈 킨카이(77.18kg)
[미들급] 차인호(84.38kg) vs 알리 아크바르포우르(83.24kg)
[헤비급] 장성효(113.44kg)vs 압둘라지즈(95.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