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파이브=이교덕 기자
종합격투기는 운명이었을까? 26살 때까지는 주먹 한 번 안 휘둘러 본 여성이 지금은 UFC 플라이급 랭킹 15위에 올라 있다.
자스민 자수다비시우스(35, 캐나다)는 2019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하고 10승 3패 전적을 쌓았다. UFC에서는 4번 이기고 2번 졌다.
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UFC on ESPN 59>에서 옥타곤 데뷔전을 펼치는 파티마 클라인(미국)과 맞붙는다.
클라인은 원래 상대인 랭킹 10위 비비아니 아라우조가 빠지고 급하게 들어온 대체 상대.
자수다비시우스는 랭크파이브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팬 여러분 7월 14일 제 경기를 놓치지 마세요. 제 경기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쇼를 펼쳐 보이겠습니다"며 웃었다.
자수다비시우스가 여기까지 올라온 건, 친구 찾기 앱 '틴더' 때문이었다.
2016년 자수다비시우스의 한 친구가 '틴더'로 데이트 상대를 찾았고 이를 통해 2대 2 미팅이 생겼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 현재 코치이자 약혼자 크리스 프리켓이었다.
스포츠를 좋아했던 자수다비시우스는 종합격투기와 레슬링 코치였던 프리켓에게 이끌려 글러브를 끼었고 결국 운명처럼 프로 파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동하고 2019년 프로로 데뷔했다. 2021년 컨텐더 시리즈에서 승리하고 2022년 드디어 꿈의 무대인 UFC에 입성했다.
늦게 시작해서 아쉬울 것 같지만 그는 긍정적이다.
"난 놀만큼 놀아 봤다. 9시부터 5시까지 일하고, 다른 삶을 살아 봤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지 않는다. 격투기를 하니까 100%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밝은 에너지가 넘쳐 매력적인 자수다비시우스의 랭크파이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상대가 갑자기 바뀌었다.
비비아니 아라우조가 빠지게 됐다고 매치 메이커 믹 메이너드에게 문자를 받았다. 변화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게임 플랜을 살짝 바꿔야 한다. 그래도 계속 싸울 수 있다. 누가 내 앞에 서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없다.
-최근 프리실라 카초에이라와 경기에선 밴텀급으로 싸웠다. 저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경기 일정을 뒤로 미룰 수 있었을 텐데?
난 여기 싸우러 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미 덴버에 와 있다. 팀이 있고, 훈련을 했고, 캠프를 치렀다. 훈련할 때 난 상대방을 특별히 염두에 두고 훈련하지 않는다.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훈련한다. 상대가 바뀌어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내가 할 일을 하는 거다.
-그렇다면 다른 경우도 가능한가? 댄 이게처럼 당일 출전 오퍼를 수락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빠졌다면 바로 들어갔을 것이다.
-새 상대 파티마 클라인(Fatima Kline)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는가?
UFC 첫 경기를 치르는 신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경기를 보니 괜찮은 파이터 같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옥타곤에 들어가서 봐야 알 것 같다. (전략 수정은) 필요하긴 하다.
-상위 랭커와 대결이 무산됐다. 대신 새로 UFC와 계약한 파이터와 싸운다. 랭킹 상승 기회가 날아가 아쉽지 않나?
그건 기분이 안 좋다. 믹 메이너드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랭킹을 올려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UFC에서 싸운다. 랭킹 10위를 상대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다가 내 랭킹에 전혀 영향이 없는 데뷔하는 상대와 싸우게 된 건 정말 기분이 별로다. 하지만 동시에 난 언제든 시합은 환영한다. 그냥 이렇게 돼 버린 거다. 격투기란 이런 거다.
-리투아니아 UFC 파이터들과는 친하게 지내는가?
※자스다비시우스의 부모님 모두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자스다비시우스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리투아니아어를 하지 못한다.
현재 유일한 리투아니아 파이터가 로즈 나마유나스인 것 같다. (리투아니아에서 나고 자란 파이터로는 율리야 스톨리아렌코가 있다) 나마유나스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주에 여기 왔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다. 리투아니아 혈통의 파이터를 만나게 돼 좋았다. UFC에는 리투아니아 출신이 별로 없다. 우리는 만나면서 바로 어느 정도의 유대 관계가 생겼다.
-26살 때부터 MMA를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인생을 바칠 무언가를 찾았다는 건 행운이다. 어떻게 MMA를 시작하게 됐나?
지금은 내 코치이자 약혼자가 된 한 남자 크리스 프리켓(Chris Prickett)와 같이 알게 되면서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땐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는 당시에 UFC 파이터였던 선수의 코너를 봐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대회가 있는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 놀러 가자면서 같이 여행 갈 생각 있냐고 물었다. 대회 나가는 선수를 도와준다고 했다. 처음에 멋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부에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거기 갔다가 격투기가 무언지 알게 됐다. 난 그들이 훈련하고, 스파링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스파링이 끝나면 나랑 같이 돌아다녔다. 크리스는 내가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에 격투기에서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크리스를 알게돼서 좋았다. 그는 브록 대학의 레슬링 코치였다. 그를 통해서 MMA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난 작은 목표만 세웠는데 첫 아마추어 시합에 나갔다가 완전히 빠져버렸다.
-늦게 시작해서 대체로 불리하겠지만, 그래도 늦게 시작해서 다른 파이터보다 유리한 게 있을까?
유리한 점은 격투기를 하기 전에 다른 인생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같은 상황이 아니다. 난 놀만큼 놀아 봤다. 9시부터 5시까지 일하고, 다른 삶을 살아 봤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지 않는다. 격투기를 하니까 100%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내 삶 전체가 격투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난 그게 크다고 본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내 몸에 대미지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항상 스포츠를 열심히 즐겼기 때문에 운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 레슬링을 했던 사람처럼 어디 뼈가 부러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무릎이 안 좋고, 허리가 안 좋고, 목이 안 좋다. 그들의 몸은 상당히 망가져 있다. 하지만 난 다행히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보다 조금 더 오래할 수 있다.
-다른 파이터들처럼 MMA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있는가?
물론이다. 일찍 시작하는 것과 늦게 시작하는 것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내 여정은 늦게 시작한 쪽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것의 좋은 점만 찾아보려고 한다.
-격투기를 하기 전에 청소년 노숙인 보호센터에서 일한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일은 어떤 걸 했었나?
격투기를 하기 전에 청년 노숙인 보호센터에서 일했다.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다. 사회 서비스 산업을 좋아한다. 여전히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음식과 옷을 가져다주고 기부를 한다. 지역 공동체를 도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긴급 대기 소방수 일을 하기도 했다. 이것도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웨이트리스 일도 했고, BMW 매장에서도 일해 봤다. 드레스를 입고, 네일을 단장하고, 힐을 신고 그런 거다. 난 모든 일을 다 해 봤다. 온갖 다양한 일들을 해 봤다.
-아버지도 소방수 일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 영향이 있었나?
맞다.
-한국에도 나이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건 결코 없다. 40살 먹은 사람들이 우리 체육관에서 수업을 듣는다. 그 나이에 이제 막 시작하는 입문자들이다. 격투기가 멋진 게 바로 이런 점이다.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항상 도전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파트너가 있고, 나이가 다른 파트너와 함께 하더라도 괜찮다. 그들은 스포츠 경험이 꽤 있다. 격투기는 항상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 내적인 규율과 자기 존중심을 길러 준다. 인생의 모든 측면으로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긴다면 혹시 다음에 싸우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누구든 랭킹에 든 선수와 싸우고 싶다. 그러면 멋질 것 같다.
-혹시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오징어 게임을 봤다. 난 한국 레슬링팀하고 같이 훈련한 적이 있다. 그들이 이쪽으로 와서 캠프를 차렸다. 그들과 같이 훈련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한국팀 코치에게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난 항상 그 영상을 보곤 한다. 그는 내게 그레코로만 레슬링 같은 다른 스타일을 가르쳐 줬다. 그때까지 내가 전혀 보거나 들어본 적 없었던 정말 좋은 정보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국 레슬링팀에게 배울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들은 선수로서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헌신했다. 정말 멋진 캠프였다.
-한국 팬들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한국 팬 여러분 7월 14일에 제 경기를 놓치지 마세요. 제 경기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멋진 쇼를 펼쳐 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