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칼럼] 주짓수 체육관의 선택과 이동, 그리고 사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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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승급은 100% 관장의 판단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관장과 관원의 사이는 각별하다.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많은 사람들이 도장을 선택하고 스승을 선택한다. 본인의 사정으로, 혹은 본인의 판단으로 도장을 이동하는 일은 얼마든지 발생한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이직이나 집의 이사로 인해서, 혹은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도장으로 가고 싶어서, 혹은 내가 꼭 배우고 싶은 기술을 잘 하는 관장님이 지도를 하고 계셔서, 또 심지어는 관장님과의 불화로 인하여, 아니면 나의 주짓수의 배움에 뭔가 변화를 꾀하고 싶어서.. 일반 관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그러하다.

마르셀로 가르시아와 수련하는 지아니 그리포 역시 사실은 헨조 그레이시 출신이고, 그전에는 또 다른 도장에서 수련을 했다. 키난은 최근 아토스를 떠났지만 이전에는 로이드 어빈에 있었고, 그전에는 하와이에서 수련을 했다.

나 역시 팀을 옮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도장이 망해서, 한 번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 더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팀으로 가고 싶어서였다. 군대를 다녀오니 도장이 망했던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팀을 옮기는 선택을 첫 스승에게 처음으로 말하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아주 정직한 방법을 택했고 직접 찾아가서 얼굴을 마주하고 나의 선택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스승께서도 이해한다며, 오히려 나의 솔직한 고백에 고맙다고 말씀을 해줬다. 아직도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선택에 있어서도 절대로 한점의 후회가 없다.

“도제”라는 말이 있다. 도제(徒弟)는 상인과 장인의 직업 교육 제도이며 젊은 세대를 업무에 종사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도제를 통해 제자는 경력을 구축할 수 있으며, 때로는 기술 인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자는 스승과 약속한 기간 동안 지속적인 노동에 종사하여 대가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도제의 관계는 어찌 보면 주짓수에 있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스승은 기술을 제자에게 지도함으로써 좋은 선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제자는 시합에 참여하고 증명을 통해서 띠와 경력을 구축한다. 그리고 때로는 스승의 수업을 대신하기도 함으로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자질을 만들어간다.

도장의 옮김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도장을 옮기고 싶어도 지금까지 맺어온 스승과의 관계가 무언가 나를 붙잡게 되는 것. 영어학원을 다니는 것과는 다른, 쉽사리 옮기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되는 그런 것이 주짓수에서 사제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첫 스승과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은 정말 이상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첫 사제의 관계를 지켜내지 못하고 새로운 팀을, 새로운 분위기를, 새로운 스승을 찾아서 떠난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관원의 선택에 대해서 스승은 뭐라고 말하기 쉽지가 않다. 말 그대로 제자 본인인 동시에 회비를 내고 있는 관원의 선택이며, 그런 선택에 대해서 스승은 섭섭한 마음은 가질 수 있을지라도 그 선택을 막을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본인의 부족함에 대한 자책은 할 수 있을지라도 관원의 이동에 대해 욕하거나 붙잡아둘 권리는 스승에게 없다. 그리고 제자는 한때 회비를 내고 가르침을 받았던 스승에게 한마디 없이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누구도 제지하지 못한다. 그것은 오롯이 본인의 선택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분명히 예의라는 점은 개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대로 팀과 도장을 떠날 수도 있지만 가르침을 받았던, 회비로서 감사를 표현하던 스승에 대한 예의는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말하자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지만, 감성적으로 말하자면 가르침을 주던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관계이다.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것은 제자 본인의 마음이지만, 어쨌든 다른 팀에서 즐겁게 운동하는 본인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해야 하는 것도 스승의 마음이다. 이를 헤아린다면 예의로서, 싸우거나 거친 충돌로 인하여 떠나는 것이 아닌 이상, 어렵더라도 솔직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짓수의 띠 승급 시스템은 제자가 스승을 떠나더라도, 스스로 띠를 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스승과 이어지도록 만들어준다. 주짓수의 띠는 인보증이 적용된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나이테가 남는 것처럼 팀을 옮겨서 수련을 계속하더라도, 새로운 띠로 승급할지라도 이전에 띠를 수여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주짓수를 계속 수련하다 보면 시합장에서든 매트 위에서든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스승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나는 제자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내기는 쉽지 않다. 반면 제자는 선택은 쉽지만 그 과정에서 스승에게 운을 떼기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도장에 들어가 처음으로 스승을 마주했던 날을 기억하자. 그리고 불가피하게, 혹은 본인의 선택으로 팀을 떠나게 되더라도 매트 위에서 다시 만나 웃으며 인사할 나중을 생각하여 올바른 끝맺음을 하도록 하자.

pivada87@naver.com

1개 댓글

  1. 저는 검도장을 다니는데,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정들었지만, 이사등으로 1시간 넘는 거리, 실력상승의 한계…등
    이 있어..옮기고 싶은데, 쉽게 옮기지 못하고, 지금 6개월깐 뜨믄뜨믄 가고 있습니다. 심지여 집근처에 전통과 시설 등이 좋은 도장이 있는데도…정과…인사하기 불편함으로…
    이참에…
    마음먹고, 선생님께 선물과 함께 인사드리로 가야겠습니다. 옮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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