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칼럼] 힐훅 ‘짜르’ 딘 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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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리스터 래시가드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딘 리스터(43, 미국)의 래시가드에서 ‘FOOTLOCK TZAR’라는 어구가 적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짜르’는 러시아어로 황제를 뜻한다. 즉 ‘하체관절기 황제’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딘 리스터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현재 모던 주짓수와 다나허 군단의 힐훅 게임이 흔히 말하는 “GAME CHANGER”가 되어 가고는 있지만, 이런 시기가 오기 전부터 딘 리스터는 본인만의 힐훅 게임을 구사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존 다나허의 힐훅 게임의 시발점이 된 사람이 바로 이 딘 리스터다.

존 다나허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느날 헨조 그레이시 아카데미에 딘 리스터가 놀러와 스파링을 하는 것을 구경했다고 한다. 딘 리스터가 계속 스트레이트 앵클락으로 탭을 받는 걸 보고 신기해서 딘에게 가서 물었다고 한다.

“와, 레그락을 엄청 잘하시네요? 보통 저희는 그런 걸 잘 안 쓰거든요”

그러자 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다리는 인간의 몸의 절반인데, 왜 간과하시나요?”

그 한마디는 현재 힐훅이 주무기인 다나허 데스 스쿼드가 탄생하도록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호돌포에게 힐훅을 잡아내는 딘 리스터>

분명 최근 유행하는 모든 힐훅 게임과는 차이가 있지만, 딘 리스터는 힐훅을 주특기로 ADCC 2회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 종합격투기에서 정말 잘 할 것 같은 주짓떼로로 언급한 적이 있던 호돌포를 유일하게, 정말 단 한 번 탭을 받아낸 사람도 딘 리스터이고, 그 서브미션 역시 힐훅이었다.

딘 리스터는 엄청난 방어력을 바탕으로 서브미션 위주의 레슬러들에게 유리한 룰이라고 할 수 있는 ADCC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왔다. ADCC뿐만 아니라, 종합격투기에서도 동시에 활약해왔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3승 7패의 전적을 기록했고 지금처럼 종합격투기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전 PRIDE FC와 UFC에서도 활약해왔다.

딘은 어렸을 때 파병 군인이었던 가족의 영향으로 베네수엘라와 파나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국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인해서 미국에서 온 어린 딘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싸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런데 성장을 하면서 팔다리가 긴 체형이 되고, 운동에 재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고등학교에서 레슬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레슬링 코치의 삼보 경력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레슬링뿐만 아닌 서브미션과 레그락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딘은 고등학교 졸업 후, 파비오 산토스의 아카데미에서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했고 8년간 갈 띠까지 수련했다. 본인의 인터뷰에서 이 시기에 엄청나게 가난했고, 대학 졸업, 집세를 내기 위해서 빵과 시리얼, 라면만 먹으면서 하루 종일 일하고 운동까지 병행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딘은 서브미션 레슬링이 본인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노기 기반인 종합격투기를 수련하거나 ADCC를 나가고 싶어 했는데, 스승인 파비오 산토스는 이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딘은 파비오 산토스의 산하에서 탈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파비오 산토스의 검은 띠이자 딘 리스터의 파트너였던 제프리 힉스가 검은 띠를 딘에게 수여했고 이로 인해 제프리 힉스 역시 파비오 산토스로부터 퇴출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 리스터는 노기 주짓수 기반인 ADCC로 출전하면서 활약하기 시작하고 두 차례나 우승을 하면서 본인의 선택을 증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서브미션 기반의 주짓수 대회에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

<싼데의 암바에서 탈출하는 딘 리스터>

이런 이야기와 별개로, 나와 딘 리스터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나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운동을 할 때 딘 리스터를 만났던 적이 있다. (머리가 커서 엄청 놀랐다) 딘에게 팬이라고 말하고 스트레이트 풋락과 이것저것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딘은 나에게 본인이 운동하고 있는 체육관인 빅토리 MMA에 놀러 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스케줄 상 놀러 가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로 좋은 이미지가 남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몇 년이 지난 뒤, 딘 리스터가 키난에게 리버스 트라이앵글로 탭을 쳤는데, 난 탭을 친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전에도 ADCC에서 같은 상황에 있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텨냈고, 싼데 히베리오의 암바에서도 팔이 펴진 상태에서도 살아나갔다. 십수 년의 세월 동안 조쉬 바넷을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탭을 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키난과 경기했을 때 사진을 올렸길래 순수하게 “부기맨, 저거 초크에 제대로 걸려서 탭을 친 거예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라고 물어보았는데, 어쩐 일인지 맥락이 악플로 읽혀버렸다. 아마 “너 부기맨이랍시고 저런 초크에 걸려서 탭을 치냐? ㅋㅋ” 정도였던 것 같다.

정성훈 칼럼과 딘 리스터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HATER’로 지칭하면서 욕을 하고, 심지어 딘 리스터도 내게 다이렉트로 “너 주짓수 수련자인데 그런 말 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너무나 당황에서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내고 나를 기억하는지 물어보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나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벌어진 일임을 열렬하게 설명했다.

다행히 나를 기억했는지, “어어 그럴 수 있어, 나도 다른 나라 말하다 그럴 때 많았어” 하며 한국어로 “너는 좋은 친구”라고 답장을 보내줬다. 그리고 키난에게 걸린 서브미션에 대한 대답도 같이 해주었다.

“그냥, 내가 이젠 너무 늙은 것 같아”

이런 해프닝이 있은 후에 나는 더욱 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직접 밝힌 것처럼 딘 리스터는 이제 40줄의 노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은퇴 계획은 없어 보이고 계속해서 시합을 할 계획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그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 시합에서도 FOOTLOCK TZAR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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