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 대 김동현, 누가 이길까” 조성원에 물었더니 진땀만 뻘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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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은 것도 아니었다. “강정민과 김동현 중 누가 TOP FC 라이트급 토너먼트에서 우승할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TOP FC 페더급 토너먼트 준우승자 조성원(25,부산팀매드)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지난 5일 ‘TOP FC 6’ 라이트급 토너먼트 4강에서 강정민(29,동천백산 모스짐)는 황교평에 2라운드 3분 56초 펀치 KO승을, 김동현(26,부산팀매드)은 하라다 토시카츠에 1라운드 4분 51초 파운딩 TKO승을 거두고 초대 라이트급 타이틀이 걸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두 선수는 오는 7월에 열릴 예정인 ‘TOP FC 8’에서 격돌한다.

조성원은 지난 7일 전화인터뷰에서 “강정민은 친형 같은 존재고, 김동현은 가족 아닌가. 친가와 외가의 사촌형들이 싸우는 느낌이다. 둘 다 너무 좋은 형들이라 누구 하나를 응원하기 힘들다”며 허허 웃다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잘하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답으로 위기를 빠져나왔다.

조성원은 군 제대 후 2011년 동천백산에 들어갔고 여기서 강정민을 만났다. 코치 생활을 함께하며 하루 종일 형제처럼 지냈다. 2012년 11월 일본 ZST에 동반 출전하기도 했다. 이 경기가 조성원의 프로 데뷔전이었다.

당시 조성원은 다양한 상대와 스파링 하기 위해 선수층이 두꺼운 부산 팀매드를 주 1~2회 찾아가는 중이었다. 코치보다는 선수로서 성장욕구가 강했던 그는 고민 끝에 2013년 팀매드로 소속을 옮겼다. 이곳에서 군 제대 후 돌아온 김동현과 친해졌다. 그는 이번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김동현의 세컨드를 봤다.

지난 5일 경기장에서부터 조성원은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김동현의 출전을 위해 백스테이지 입장구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황교평에 승리한 강정민이 조성원을 보더니 “브라더! 봤나? 봤제?” 외치며 다가온 것. “때마침 김동현이 경기장으로 나가야할 타이밍이었다. 강정민을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곧 김동현과 동행해야 했다”는 조성원은 “아니나 다를까. 결국 둘이 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며 웃었다.

조성원은 대회가 끝난 후 팀매드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양성훈 감독은 농담 삼아 이제 동천백산으로 가서 훈련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김동현이 경기 하루 전 사우나에서 감량 도중 잠깐 정신을 잃어 머리에 상처가 났다. 그런데 동료들은 감량을 봐주던 내가 강정민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에 김동현을 옆에서 민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하소연했다.

“강정민은 센스가 좋은 천재형 파이터, 김동현은 머신과 같은 빈틈없는 냉철한 승부사”라고 표현한 조성원은 ‘스타일 상 누가 우위일까’라는 한 단계 수위를 낮춘 질문에도 “둘의 경기는 신경 쓰지 않겠다. 내 경기만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성원은 TOP FC가 발굴한 원석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TOP FC 페더급 토너먼트 8강에서 윤민욱, 4강에서 한성화를 연파하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2월 ‘TOP FC 5’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선 최영광과 TOP FC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판정패 직후, 승자 최영광을 향해 건넨 “초면이지만 행님 축하드립니다”는 말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명승부를 펼쳤다고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은 체육관 동료와 관원들뿐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 거 같다”며 웃은 그는 “그 경기에서 확실히 하나 배운 것이 있다. 의욕만 앞세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1라운드 막판에 최영광을 그로기로 몰고 간 후 마음이 급해져 2라운드 악수를 두고 말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해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고백했다. “승리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아 2라운드에 경기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모하게 덤벼들었다. 카운터가 나올 줄 알고도 ‘때릴 테면 때려 봐라’식으로 들어갔다가 제대로 두 방을 안면에 맞았다. 그때부터 기억이 조금 끊겼다. 순간 순간이 사진처럼 한 장면씩 머릿속에 남아있다. 무의식 중에 훈련으로 몸에 밴 동작이 나왔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다. 세컨드의 지시도 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3라운드가 끝나고 판정으로 넘어갈 때, 난 2라운드가 끝난 줄 알고 세컨드에게 ‘아직 할 수 있다. 왜 2라운드에서 끝내냐’고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판정패 후 바닥에 엎드려 운 것도 기억에 없다”고 밝혔다.

“2라운드부터 준비한 전략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 패배로 이어졌다. 큰 교훈을 얻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조성원은 “내 꿈 중 하나는 최장수 파이터가 되는 것인데, 이제부터 너무 대주는 건 자제해야 겠다”며 미소를 띠었다.

조성원은 오는 7월 출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원래 더 빨리 경기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최영광 전을 치르고 약 2주 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휴식기가 길어졌다. 다시 차분히 준비해 타이틀을 향해 가겠다는 그는 “김동규와 한성화의 경기 승자와 하반기에 싸우고, 그 전엔 해외강자와 경기하는 것을 그려봤다. 그러나 한성화가 부상을 당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김동규는 말이 너무 많다. 김동규와 싸울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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