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칼럼] 주짓수 수련과 부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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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는 상대방의 관절을 꺾고 졸라 항복을 받아낸다. 부상은 어찌보면 필연이다.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나는 주짓수와 종합격투기, 기타 무술, 러시아 생활 등에 관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짓수 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맨 처음 촬영한 콘텐츠가 무릎 수술 이야기였다. 나는 2012년도에 우크라이나에서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반월판 연골이 찢어졌지만 인대는 파괴되지 않았다. 약간 손상이 갔다. 당시에 교환학생을 하던 터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앞으로의 계획이 틀어진다는 생각에, 스스로 붓기를 가라앉히고 재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도 그리고 나서 통증이 사라졌고, 나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전에 오른쪽 무릎도 다쳐서 수술을 한 경험이 있지만 주짓수로 인해서 다쳤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오른 무릎에는 큰 무리가 느껴지지 않았었다. 수술 없이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수련을 계속했다. 7년이 지나, 무릎 안에서 계속되는 이물감과 마찰로 인해 무릎이 붓는 증상이 계속되자 결국 수술을 택하게 되었다. 수술 시기는 작년 10월이었고, 어느덧 반년을 훌쩍 넘긴 지금, 나는 왼 무릎 연골의 80퍼센트를 절제했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주짓수, 크로스핏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

유튜브에 무릎 수술에 관련된 영상을 올리고, 그 이후에 내가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꾸준히 올리자 많은 구독자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가장 많이 물어보는 이야기는 “주짓수가 정말 재미있지만,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서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됐다.

무릎 부상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아토스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수련했던 나는, 당시 같이 있었던 한국 사람들과 피자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릎 부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놀랍게도 그때 함께 수련하던 5명 중 한 명, 성기라 선수를 제외하고 4명 모두 무릎 수술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성기라 선수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성기라 선수의 무릎 부상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주짓수를 하면서 부상을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구나.”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주짓수를 하면서 부상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벼운 롤링이라 해도 부상의 가능성이 있다.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가벼운 롤링만 할 수 없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훈련을 하다 보면 테이크다운이 동반되고, 평소에 제대로 연습했던 낙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방어를 위해 팔을 짚다가 어깨 탈골에 팔꿈치 골절이 되기 일쑤다.

대회에 나간다면 서브미션에 걸린다고 해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가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시합에서는 비교적 부상에서 안전한(?) 자세라고 생각해왔던 50/50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심각한 무릎 부상에서도 성공적으로 복귀한 부셰샤>

부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부상을 덜 당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 원칙을 세웠다.

첫째로, 몸을 확실하게 풀기 시작했다. 특히 무릎을 다쳤던 날을 되짚어보면 경기 직전 몸에 열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매트에 올라갔다. 몸의 근육은 동작을 기억한다. 그렇지만 반복해왔던 동작이라도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면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리하게 힘을 쓰다 보면 부상의 발생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대회 준비 외의 스파링 때는 절대로 모든 힘을 쏟지 않기로 했다. 이런 경우가 있다. 스파링을 할 때 상대의 스윕 시도를 무리하게 버티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된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다. 중간/기말고사가 있고, 그 후에 모의고사를 보고, 그 이후 수능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스파링을 할 때는 중간/기말고사처럼 페이스를 유지하는 느낌으로 차근차근히 수능을 준비하고, 이후 대회를 대비한 훈련에 있어서는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수능과 같은 페이스, 즉 시합과 같은 페이스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버틸수 있는 느낌이라도 적당히 스윕을 당하고, 참을 수 있는 느낌이라도 탭을 치면서 공부량을 늘리며 다가올 모의고사와 수능에 대비하는 셈이다.

셋째로, 부상부위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시작했다. 한번 부상당한 부위는 절대로 예전처럼 돌아올 수 없다. 본인의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몸은 정직하다. 때문에 선수들은 재활훈련을 하고 최대한 예전과 같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아무리 재활을 하더라도 같은 부위에 같은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따라서 운동 전, 후로 부상 부위에 대한 스트레칭과 아이싱을 생활화 함으로서 부상 재발 여부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해야 하고, 상대방의 무게를 관절의 구조적 힘으로 버텨내야만 하는 주짓수는 부상을 피할 수 없다. 회사원으로서 주짓수를 수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다보면, 부상을 당한다고 해도 회사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편이다. (일부 심각한 부상을 제외하고) 다만 전업으로, 생업으로 주짓수에 종사하시는 관장님들께는 작은 부상이라도 곧장 수업에 영향이 갈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모든 주짓수 수련자들이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항상 상대방과 자신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상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보자.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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