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월드 주짓떼로 열전… ‘웰 라운더’ 루카스 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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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레프리 ©공식 홈페이지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UFC에서 선수가 케이지에 입장하면 선수에 대한 간략한 세 줄의 평가를 화면 밑에 적는다. 가령 반더레이 실바 같은 경우 VERY AGGRESSIVE(매우 공격적임) / BRUTAL KNEE(난폭한 니킥) 같이 상징적인 기술로 소개했다.

연승 여부 / 강점 / 특징 같은 여러 가지 사항으로 선수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루어지는 코멘트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조르주 생피에르가 유일하게 ‘WELL ROUNDED'(골고루 잘 하는 플레이어)라고 쓰여 있는 선수였던 점이다. 그만큼 종합격투기 선수들 개개인은 본인이 잘 하는 분야가 그라운드/타격에서 뚜렷이 갈리고, 대개 두 분야가 함께 압도적으로 강하기는 어렵다.

주짓수도 마찬가지다. 가드가 강하거나 탑이 강하거나. 아니면 선수들 본인이 장기로 삼는 가장 잘하는 기술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모든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탑과 가드에서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주짓수에서도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WELL ROUNDER’라고 느껴지는 선수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루카스 레프리(35, 브라질)를 뽑고 싶다.

루카스 레프리의 강점은 ‘밸런스’다. 여기서 말하는 ‘밸런스’는 두 가지의 의미이다. 첫째 어느 한 분야에만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 안정적인 밸런스이며, 두 번째는 발을 딛고 서있는 상황이나 탑 포지션에서의 안정적인 밸런스를 말한다.

체급 차이가 큰 사람과 스파링을 해보면 알겠지만 탑을 잡고 있더라고 붕 떠있는 것처럼 불편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루카스는 위 경기에서 보듯 오뚝이 같은 중심을 유지하며 상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본인의 영역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여 게임을 한다.

가드 상황에서 스윕으로 이어지는 움직임 또한 굉장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싯 업 가드에서 상대방 다리를 얽고 일어나버린다. 델 라 히바 포지션에선 싱글 레그 X로 전환해서 무게 중심을 눌러버리고자 하는 상대들을 무슨 수를 써서든 일어나 상대방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러한 ‘끈적한 스윕’은 다른 선수들이 발버둥 치는 듯한 전투적인 스윕과는 다른 그야말로 ‘루카스 레프리만의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쉬운 스윕이지만, 루카스는 다른 톱클래스 선수와의 싸움에서 안정감을 보인다. 이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합을 해도 루카스 레프리는 탑에서도, 가드에서도 본인만의 ‘끈적한 게임’을 안정적으로 구사해 나간다.

심지어 방어마저도 안정적이다. 2007년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루카스 레프리에게 도복 경기에서 탭을 받아낸 사람은 JT 토레스 한 명 뿐이며 최상위 월드클래스 검은 띠와의 살벌한 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에서도 4점 이상 실점한 경험이 없다.

또한, 한 번 백 포지션을 잡으면 경기를 마무리하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 루카스의 서브미션 승리 중 3분의 1은 백 포지션에서의 초크로, 그 경기를 보면 무언가 안정적이다 못해 편안한 느낌까지 들 때가 있다. 이러한 그의 주짓수의 강함을 IBJJF 월드 주짓수 챔피언십(문디알) 6회 우승, 팬 아메리카 5회 우승이라는 업적이 증명하고 있다.


루카스 레프리와 그에게 검은 띠를 받은 윤길상 루카스 레프리 코리아 관장(좌측부터)

한국에서는 최근 ‘루카스 레프리 코리아’의 윤길상 관장이 루카스 레프리에게 직접 검은 띠를 수여받았고, 박범준 선수는 UAEJJ 갈 띠 성인부에서 아시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번 아부다비 월드 프로에서 스승의 주짓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루카스 레프리는 85년생, 한국 나이로 35살, 어느덧 노장이다. 12년 전, 2007년에 IBJJF에서 처음 우승할 당시의 주짓수와 지금의 주짓수는 너무나 달라졌다. 허나 여전히 그는 한결같은 ‘웰 라운더’로 계속해서 경쟁해 나가고 있다. 다음 문디알에서 그의 자리를 다시 한 번 지켜낼지 주목해볼 만하다.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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