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FC 17] 리뷰 : MAX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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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17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최고 단체’라고 하면 그에 맞는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선수다운 선수, 챔피언다운 챔피언, 경기다운 경기, 진행다운 진행. 말하자면 ‘우리는 진짜다’라고 말할 빈틈 없는 ‘품격’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5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맥스FC 17 인 서울’은 주최측이 “우리는 한국 입식격투기를 대표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명품 대회였다.

정성직 © 정성욱 기자

5경기-[슈퍼 미들급 잠정 타이틀전] 장태원 vs 정성직

“클래스는 영원하다”
– 용기가 화를 부른 장태원
평점 : ★★★☆

챔피언 황호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성직(28, PT365)이 맥스FC 슈퍼미들급 잠정챔피언을 차지했다. 과거 입식무대를 호령하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복싱 싸움에서 자신은 맞지 않고 상대는 때리는 법을 정성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속칭 ‘빠따’가 강한 선수가 기술까지 좋아버리니 터프하기로 유명한 장태원(26, 마산 스타)이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경기는 7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성직은 무서울만큼 냉정히 뒷손 스트레이트를 하나하나 꽂아넣었다. 장태원이 버티고 버티며 근성으로 밀어붙였으나 정성직은 왼손 훅을 섞어주며 손쉽게 떨쳐냈다. 장태원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나 안면이 으스러지는 고통에 결국 무릎 꿇고 말았다. 장태원이 승자소감을 전할 때까지 누워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직전 경기에서 입은 안와골절이 재발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움직임만 놓고 봤을 때 장태원은 분명 큰 발전을 이뤘다. 우악스러운 펀칭 스타일을 말끔히 버리고 끊어치는 버릇을 확실히 들였다. 마지막 경기로부터 불과 4개월 지났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었다. 커리어 내내 싸우던 스타일을 한 번에 고쳤다는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장태원이 잘못한 건 단 하나, 정성직을 상대로 수락한 것이었다. 이 정도로 발전하고 경기장에선 부상재발만 얻어간 그 결과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정성직으로 돌아오자면 확실히 그는 통합 타이틀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장태원이 아니라 황호명이 누워있어야 했다. 이젠 진짜 챔피언을 가려보자”는 정성직의 도발과 “장태원한테 통한게 나한테 통하는지 해봐라”라는 챔피언의 대응은 둘 다 허세가 아님을 직감케 했다.

김진혁 © 정성욱 기자

4경기-[페더급 논 타이틀 스페셜매치] 김진혁 vs 파시블K

“명불허전”
– 맥스FC P4P 최강, 김진혁
평점 :★★★★

손오공 분장으로 도포 입고 봉을 들고 나와도 멋있어보이는 선수는 김진혁(27, 인천 정우관) 하나 뿐이리라. 김진혁은 뭘 해도 실력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강자 중 하나다. 이번 경기에서는 김진혁은 자신이 단순히 내수용 스타가 아닌 아시아 무대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체급도 하나 높은 슛복싱 강자 파시블K(27, 일본)를 깔끔한 넉아웃으로 잡아냈다.

그를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김진혁이 정말 무서운 점은 얼추 대등하게 싸운다 싶은 순간 비수를 꽂아버린다는 것이다. 파시블K 역시 1라운드는 오히려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좌우로 중심을 흔들며 상대에게 타점을 주지 않는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2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경기는 뒤집혔다. 김진혁은 탐색이 끝났다는 듯 달려들어 정확한 훅을 쌓아나갔다. 한 번 다운을 따내자 더 거세게 몰아붙여 경기를 끝내버렸다. 순간 왜 말리느냐는 제스처를 취하던 파시블K도 이내 웃으며 상대를 인정했다.

완벽했다. 정말 김진혁다웠다. 아무리 실력차가 나도 경기를 뻔하게 만들지 않고, 자신감으로 충만해도 오만함에 스스로 발목잡히지 않는다. ‘제천대성’은 허투루 붙은 닉네임이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맥스FC P4P 랭킹이 있다면 1위는 당연히 김진혁이 아닐까.

조산해 © 정성욱 기자

3경기-[초대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 4강전] 권기섭 vs조산해

“믿고 보는 권기섭”
– 승자의 자격이 있던 조산해
평점 : ★★★★

리뷰하는 입장에서 권기섭(20, 안양 IB짐)은 평점 내놓으라고 멱살 잡고 흔드는 선수처럼 느껴진다. 격투팬이라면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며, 심지어 그중 대부분은 이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공을 펼치는데다 체력과 정신력이 워낙 좋아 상대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만약 앞선 라운드에 조금만 점수를 내지 못했어도 조산해(23, 진해 정의회관)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조산해가 결승에 올라가서 아쉽다는 말은 아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체력은 아쉬웠지만 기량은 나왔던 것 같다”는 자평대로 막바지엔 좀 아쉬웠지만 2라운드 중반까지 보여준 테크닉은 정말 탁월했다. 카운터 운영으로 압도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어느 순간 작정하고 맞불을 놓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파이터의 피’는 권기섭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여러모로 조산해는 승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

트렌트 거드햄 © 정성욱 기자

2경기-[초대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 4강전] 트렌트 거드햄 vs 유시 오기노

“분노는 나의 힘”
– 맥스FC, 또다른 외국인 챔피언 탄생?
평점 : ★★★☆

4강전 반대편 블록에서는 트렌트 거드햄(21, 호주)이 승리했다. 조산해와 권기섭은 모두 유시 오기노(27, 일본)의 승리를 점쳤으나, 거드햄은 싸움꾼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2라운드 KO승을 거뒀다.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화가 나서 달려드니 더 잘 풀리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테크닉이 좋은 선수가 투견 기질까지 있다면 이보다 반가울 수는 없다. 결승전에서 KO로 이기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이승리 © 정성욱 기자

1경기-[웰터급] 최훈 vs 이승리

“경험을 넘어선 재능”
– 최선을 다한 최훈
평점 : ★★☆

오프닝매치에서는 전형적인 ‘신예 대 베테랑’의 싸움이 벌어졌다. 이승리(20, 부산 팀 매드)는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앞서나갔고, ‘코리안 마크 헌트’ 최훈(30, 군포 삼산)은 힘과 노련미로 추격했다. 하지만 후반 갈수록 이승리가 단순한 최훈의 리듬을 읽기 시작했고 격차는 좁힐 수 없을만큼 벌어졌다. 아직 ‘올드보이’ 소리 듣기에는 꽤 젊은 최훈이기에 이번 결과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이승리의 미래에 많은 기대를 걸게 됐다.

총평

“MAX의 품격”
– 국내 격투기 상반기 최고의 대회 후보
평점 : ★★★★

맥스FC는 17번째 정규 대회까지 개최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입식격투기 최고 단체로 자리잡았다. 그에 비해 ‘그래, 이 정도니까 넘버원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벤트는 떠올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맥스FC가 어떤 단체인지 알고 싶다면 맥스FC 17을 보라고. 출전한 전원이 프로파이터다운 기량을 보여줬으며, 타이틀에 도전하거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그에 맞는 경기력으로 자기 가치를 증명했다. 맥스FC는 진짜’ 입식격투기의 품격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비록 과감하게 ‘역대 최고’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이번 대회는 평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rank5yhr@gmail.com

맥스FC 17 인 서울
2019년 3월 15일(금) 컨텐더 리그 오후 4시/ 맥스 리그 오후 7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 볼룸
유튜브 생중계 YOUTUBE/녹화중계 IB-SPORTS

맥스 리그 경기 결과

5경기-[슈퍼 미들급 잠정 타이틀전] 장태원 vs 정성직
– 정성직 2라운드 1분 23초 KO승(펀치)

4경기-[페더급 논 타이틀 스페셜매치] 김진혁 vs 파시블K
– 김진혁 2라운드 36초 KO승(펀치)

3경기-[초대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 4강전] 권기섭 vs조산해
– 조산해 3라운드 종료 판정승(5-0)

2경기-[초대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 4강전] 트렌트 거드햄 vs 유시 오기노
– 트렌트 거드햄 2라운드 2분 58초 KO승(펀치)

1경기-[웰터급] 최훈 vs 이승리
– 이승리 3라운드 종료 판정승(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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