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크론 그레이시 UFC 첫 승에서 바라보는 그레이시 주짓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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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 그레이시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올해 2월 17일 크론 그레이시(30, 브라질)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UFC on ESPN 1’에서 알렉스 카서레스를 상대로 1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많은 사람들이 크론의 UFC 데뷔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알렉스 카서레스는 유라이아 페이버 같은 톱클래스의 선수에겐 패배하긴 했지만, UFC에서만 무려 20전을 치른 베테랑이다. 흔히 말하는 ‘떡밥’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20전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면 크론은 이제 고작 4전을 치른 신예였다. 다른 신예들과 차이점은 있었다. 노장이긴 하나 한때 탑 클래스였던 가와지리 타츠야를 주짓수 하나만으로 잡아냈다는 것, 그리고 그레이시 주짓수의 전설적인 인물인 힉슨 그레이시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비록 ADCC 챔피언을 차지한 최고 수준의 그래플러라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UFC에서 쉽게 적응하긴 힘들다. UFC는 그만큼 적자생존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리그다.

그런 리그에서 크론은 매우 성공적인 전략으로 쉬운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내용은 ‘그레이시 주짓수’ 그 자체 였다. 아버지인 힉슨이 그랬던 것처럼 타격을 지양하고 압도적인 영역인 그라운드로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작년 ‘원 챔피언십’에서 승리를 따낸 삼촌 헨조 그레이시의 경기와 굉장히 닮았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다리를 거는 ‘훅’ 부터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탭을 받아내는 과정까지 거의 일치했다.

가와지리 다츠야를 제압하는 크론 그레이시 ©라이진FF

베림보로와 웜가드, 레그 드래그로 표방되는 화려한 ‘모던 주짓수’와는 판이하게 다른 심플한 주짓수 자체. 서브미션의 정수였다. ‘실전 지향’을 위해 ‘텐스 플래닛 주짓수’를 창시한 에디 브라보는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UFC에서 주짓수 블랙벨트는 100명이 넘기 때문에 주짓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 가운데 예외는 데미안 마이아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크론은 그런 에디 브라보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듯한 게임을 선보였다. 그레이시답게 클로즈가드 암바, 백 테이크 후 초크와 같은 흰 띠들이 배우는 기술을 계속해서 더 날카롭게 다듬고 또 다듬어 나갔으며 이를 대회에서도 증명했다. 아마 에디 브라보 역시 기립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물론 크론에게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과거 미르코 크로캅이 그랬던 것처럼 극단적인 테이크 다운 디펜스를 자랑하는 ‘타격가’나, 라이언 홀과 같은 부류의 까다로운 주짓떼로, 혹은 가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하프 가드에서 체력을 빼며 파운딩을 퍼붓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지닌 레슬러 등과 겨뤄 증명해야 한다.

한편으론 크론의 행보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필자 역시 같은 주짓수 수련자로서 크론이 UFC 데뷔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애니메이션 킹덤에서의 몽염 ©킹덤 캡쳐

진시황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킹덤’에는 위대한 장군 몽무의 아들 소년 장수의 몽염의 푸념 섞인 대사가 나온다.

“위대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것은…그런 거지”

힉슨 그레이시라는 전설의 파이터를 아버지로 둔 크론의 심정이 몽염과 같지 않을까? 몽염은 아버지와 더불어 진나라의 ‘육대 장군’에 오르기 위한 여정을 달리고 있다. 크론 역시 아버지의 위대함을 넘어서 다시 한 번 그레이시 주짓수의 위대함을 증명해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정성훈 칼럼니스트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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