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앤 뮤직] 영웅이 되고픈 악당, ‘챔피언의 노래’ 속 존 존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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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존스 인스타그램

[랭크5, 하야로비 공동] 종합격투기 사상 존 존스(31, 미국)만큼 ‘정의로운 챔피언’에 집착하는 선수는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강조하고 언제나 ‘자랑스러운 크리스찬’을 자처한다. 상대와 수틀려도 이긴 직후만큼은 점잖은 체하고 미디어에는 항상 ‘피플스 챔피언’이라 부르길 요구한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은근히 악역을 강요할 때도 꿋꿋이 ‘캡틴 아메리카’ 기믹을 유지했다.

동시에 종합격투기 사상 존스만큼 인격 자체가 파탄난 선수 역시 손에 꼽는다. 코카인부터 스테로이드까지 마약과 경기력 향상약물을 가리지 않고 5회 이상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그럼에도 결백을 주장하고 엉뚱한 선수를 약쟁이로 몰아가는 철면피다. 임산부를 뺑소니 치고 도주했고 과속운전을 잡으러 온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실력이 조금만 안 좋았어도 업계에서 퇴출되고도 남았을 전력이다.

지난 3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35에서도 챔피언 존스의 양면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 내내 존스는 상대 무릎만 걷어차며 클린치로 비비기만 했다. 후반에 가서는 대놓고 반칙 니킥을 가격하기도 했다. 태업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놓고 인터뷰에서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며 엄살을 피웠다. 또한 UFC에서 미국인 영웅의 대표 격인 랜디 커투어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처럼 오래 싸우며 많은 도전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멘트를 마치고는 패자에게 다가가 손등에 키스하는 장면은 화룡정점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귀가 밝은 시청자였다면, 존스가 입장식부터 ‘챔피언’의 두 얼굴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포착했으리라. 약물 스캔들에서 돌아온 직후 경기인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2차전부터 존스는 노래 두 곡을 섞어서 입장곡으로 사용했다. 전반부는 퀸(Queen)의 ‘We Are The Champion’이며, 후반부는 제이다키스(Jadakiss)의 ‘The Champ Is Here’다.

▲ 퀸 ‘We Are The Champions’ 뮤직비디오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있다시피 ‘We Are The Champion’은 ‘죄는 짓지 않았지만 실수가 있었고, 역경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이겨냈다’는 내용의 희망찬 록 발라드다. 인생에는 당연히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그것을 이겨내기에 우리는 아름답다는 ‘인간승리’의 상징과도 같다. 반면 ‘The Champ Is Here’는 철저히 지독한 악당을 그리는 갱스터 힙합 트랙이다. 화자는 ‘어딜 챔피언에게 덤비느냐’는 고압적인 태도로 마약상 경력과 폭력전과를 과시한다.

아마 존스의 의도는 무고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이겨냈으니 다시 위엄 넘치는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실제로 존스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모든 챔피언은 각자 사정이 있지만 난 특히나 힘겨웠다”며 “오늘에서야 그 어떤 파이터도 내가 겪은 역경보다 강하게 날 때릴 수는 없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난 31살이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믿는다”며 “50승 무패를 달성하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4년 만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등장했으니 본인으로서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존스가 보여준 모습은 입장곡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챔피언이 방어전을 앞두고 약물이 적발되고도 기준치 미달이라는 비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나서며, 그 어떤 챔피언이 스파링하듯 설렁설렁 싸우며 대전료를 날로 먹는가. 또 도대체 어떤 챔피언이 자기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법을 어겨 받은 처벌을 ‘시련’이라고 포장하는가. 이날 존스의 입장에서는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악당임을 스스로 수긍해버리는, 그런 모습에 가까워보였다.

▲ ‘The Champ Is Here’ 팬 메이드 뮤직비디오

어쨌거나 존스는 승리했다. 온갖 악행과 위선에도 주최측과 적지 않은 팬이 그를 비호하고 있는 이상 좋으나 싫으나 벨트를 든 그를 우리는 지켜봐야만 한다. 역사가 그를 심판하리라는 허황된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약물이 적발됐어도 전설로 추앙받는 전례가 수두룩한 종합격투기에서 존스라고 위대한 챔피언이 아닐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점 한가지는 분명하다. 존스는 퀸의 챔피언이 아닌, 제이다키스의 챔피언이다. 옹호하든 비판하든 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부정할 수 없으리라.

격투기 전문 웹진 RANK5,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

* ‘파이트 앤 뮤직’은 종합격투기에서 이 입장곡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 새로운 각도로 대회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에 자문을 받아 진행하는 콜라보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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