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앤 뮤직] AFC(엔젤스파이팅 챔피언십) 10으로 보는 히트곡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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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10 포스터

[랭크5, 하야로비 공동] 격투스포츠에서 선수 입장곡은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어떤 선수는 전용 입장곡을 정해 자신의 정체성처럼 삼기도 하고, 다른 선수는 경기에 따라 의미를 담아 곡을 선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수십년 전 노래가 나오기도, 때로는 최신 유행가가 나오기도 한다. ‘파이트 앤 뮤직’은 종합격투기에서 이 입장곡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 새로운 각도로 대회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에 자문을 받아 진행하는 콜라보 콘텐츠다.

‘파이트 앤 뮤직’이 첫 번째로 찾은 이벤트는 28일 종료된 AFC(엔젤스파이팅 챔피언십, 대표 박호준) 10 – Wave of Change’다. 이날 대회는 화려한 대진으로 꾸려졌고, 화끈한 명승부가 두 차례 터지며 전반적인 대회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선수들은 서로 색다른 입장곡을 선정해 경기 외적으로 재밌는 감상포인트를 남겼다.

1. 김상호 Duran Duran – The Wild Boys

8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록밴드 중 하나였던 듀란 듀란(Duran Duran). 1984년 발표한 ‘The Wild Boys’는 빌보드 싱글차트 2위까지 오른 대표 히트곡 중 하나로, 젊고 혈기 넘치는 청년이 세상과 거칠게 부딪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격투팬에게는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의 등장음악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전쟁의 포화를 뚫고 직접 운동기구를 만들어 훈련한 끝에 세계 최강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크로캅 인생사와 묘하게 겹쳐 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캡틴 코리아’라 불리며 역시 터프하기로 유명한 김상호에게도 제법 잘 어울린다.

한편 듀란 듀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90년대 중반 이후 히트곡이 뚝 끊겼다. 93년 발매한 정규 7집 “The Wedding Album”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로 듀란 듀란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앨범 차트에서는 2015년 발매한 정규 14집 “Paper Gods”가 빌보드 10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2. 장현지 Flo Rida – Going Down For Real Remix

2014년 발매해 빌보드 싱글차트 8위, 4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메가히트 싱글. 핏불(Pitbull)과 더불어 클럽튠 래퍼의 왕으로 불리는 플로 라이다(Flo Rida)의 글로벌 히트곡이다. 항상 곡이 똑같다며 ‘자기복제’ 소리를 듣지만 그런 뻔한 음악으로 번번이 빌보드에 올라가는 플로 라이다의 저력이 발휘된 노래 중 하나.

신나는 사운드와 별개로 가사만 놓고 보면 상당히 엄한(…) 노래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끈한 여자에 대한 묘사와 육체관계에 대한 암시가 가득하다. 제목 ‘Going Down For Real’은 “이제 진짜 내려간다!”는 뜻인데 어디로 내려가는 건 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3. 권기섭 Imagine Dragons – Thunder

싱글 ‘Radioactive’로 천만 판매고를 기록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또다른 히트곡이다. 정규 2집이 싱글차트에서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하면서 절치부심한 밴드의 변화가 한 눈에 담겨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2017년 발매한 3집 “Evolve”는 록에서 팝으로 노선을 갈아탄 이매진 드래곤스의 현재가 담긴 앨범이다. 대중성을 추구한 밴드의 선택은 먹혀들었다. 강렬하던 옛 이매진 드래곤스를 사랑하던 팬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감상포인트가 분명하면서도 듣기 편해진 “Evolve”는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록 색깔을 완전히 포기한 수록곡 ‘Thunder’는 빌보드 싱글 차트 4위,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를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길거리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였다.

내용을 살펴보자면 ‘Thunder’에서 화자는 “나는 천둥 전에 치는 번개였다(I was lightning before the thunder)”고 말한다. 천둥이 울리기 전 번개가 먼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듯, 다른 이보다 앞서 꿈꾸고 행동했다는 비유다. 보컬 댄 레이놀즈(Dan Reynolds)는 비웃음 당하면서도 꿋꿋이 꿈을 키웠다고 이야기하면서 “당신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말대로 권기섭은 AFC 10에서 누구보다 혈기 넘치는 파이팅을 선보인다. 3라운드 내내 영혼까지 불사르는 난타전을 벌인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KO 문턱까지 가더라도 내가 이긴다고 믿고 싸웠기에 낼 수 있었던 결과 아닐까.

4. 정철현 Dr. Dre – The Next Episode

‘떠그 라이프(Thug Life)’라는 개그 코드가 있다. 허세 가득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선글라스를 합성하며 누가 들어도 갱스터 냄새가 풀풀 나는 노래를 트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배경음악이 바로 닥터 드레(Dr. Dre)의 ‘The Next Episode’다. 닥터 드레는 물론 스눕 독(Soop Dogg), 네이드 독(Nate Dogg), 커럽트(Kurupt)라는 굵직한 라인업으로 채워진 이 곡은 90년대 서부 갱스터 힙합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다.

AFC 10에서는 다름 아닌 ‘올드보이’ 정철현이 이 노래를 틀고 나왔다. 정철현은 2007년 홀연히 등장해 최초의 국산 메이저 단체 스피릿 MC의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하고는 이듬해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10년에 가까운 공백 끝에 복귀한 뒤로는 아직 승리가 없는 상황. 그런 그였기에 이번 선곡은 유독 의미심장했다.

오리지널 갱스터를 뜻하는 약어 OG는 ‘대선배’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서부 OG의 상징과도 같은 ‘The Next Episode’만큼 2007년의 남자 정철현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까. 이번 경기에서 정철현은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신예 강지원을 KO 직전까지 몰아넣는 저력을 선보였다. 대선배의 위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선곡이자 경기였다.

5. 이도겸 Mark Ronson – Uptown Funk

이도겸은 2014년을 강타한 최대의 히트싱글 ‘Uptown Funk’를 틀고 나왔다. ‘Uptown Funk’는 빌보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싱글 4위에 선정된 노래로, 미국에서만 천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곡 주인 수준으로 참여한 게스트보컬 브루노 마스(Bruno mars)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준 트랙이었다. 평소 훈훈한 알앤비를 주로 부르던 마스는 ‘Uptown Funk’에서는 흥겨운 디스코 팝을 소화하며 ‘사랑 노래 밖에 못 한다’, ‘스펙트럼이 좁다’는 편견을 단숨에 뒤집어 엎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기는 곡의 스케일을 따라가지 못했다. URCC에서 억울하게 타이틀을 뺐기며 넘어온 이도겸은 ‘과연 AFC에서는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까’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경기에서는 불과 54초 만에 실신 KO 승을 거뒀으나, 상대가 워낙 약체였던 탓에 큰 감흥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제 타이틀전을 약속받은 만큼 다음 경기에서는 입장곡에 걸맞는 퀄리티의 싸움을 기대해본다.

그 외

안재영은 에미넴(Eminem)의 ‘Lose Yourself’ 리믹스 버전을 틀고 나왔다. 에미넴의 자전적인 영화 ‘8마일’ 주제곡이었던 ‘Lose Yourself’는 8개국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노래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곤 한다.

서진수는 바비 슈멀다(Boby Shmurda)의 ‘Hot Nigga’를 선택했다. 마약을 구매하고 사람을 총으로 쏜다는 내용의 흔한 트랩 힙합곡이었으나, 묘한 중독성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6위에 오르는 대박을 터뜨린다. 그러나 지나치게 구체적인 가사 내용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뒷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바비 슈멀다는 히트곡 하나만 남긴 채 100개 이상의 혐의로 25년 옥살이를 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편 이도겸의 상대였던 후미야 사사키는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의 ‘Fantastic Baby’의 일본어 버전을 틀고 나오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격투기 전문 웹진 RANK5,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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