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Best & Worst] ⑥ 옥타곤 사상 최악의 펑크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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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모두 읽고 나면 알게 될 미소의 의미 © 댄 핸더슨 페이스북

[랭크5=유하람 기자] 최악의 대회란 무엇인가. 끔찍하게 지루한 대회? 커다란 논란에 휩싸인 대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예 진행도 제대로 되지 않은 대회만큼 속 터지는 경우는 없다. 부상과 약물 적발로 인한 대진 폭파는 UFC를 오래 봐온 팬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악몽이다. 아마 이 리스트를 보고 나면 당신은 대회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하게 될 지 모른다. 갖은 사연으로 대진에 구멍이 난 UFC 이벤트 TOP 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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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두 빌런의 얼굴은 포스터에 없다

 

5위. UFC 175
–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두 코치(feat. 벨포트)

2017년 6월 21일 벨라토르 180 메인이벤트에서는 반다레이 실바(42, 브라질)와 차엘 소넨(41, 미국)의 대결이 펼쳐진다. ‘노인정 매치’라는 차가운 혹평에도 둘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렀고, 이때는 소넨이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다.

둘의 악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열린 TUF 브라질 시즌 3에서 실바와 소넨은 코치로 출연했다. 영업을 아는 사람들답게 둘은 열심히 으르렁댔고, 시즌 파이널에서 열릴 코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달궜다.

하지만 실바의 부상으로 일정이 UFC 175로 연기되면서부터 불안한 징조가 나타났다. 그리고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실바가 약물 검사에 탈락했다는 루머가 퍼진다. 알고 보니 실바가 당시 처음 도입된 불시 약물 검사에 놀라 체육관 뒷문으로 도망갔고, 당연히 검사에서는 탈락 처리 됐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경기가 펑크날 위기에 처하자 주최측은 부랴부랴 대체자를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하필이면 자원자가 비토 벨포트(41, 브라질)였다는 점. 벨포트는 원래 이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약물 복용 대체 프로그램인 TRT가 전면 금지되자 도전권을 반납하고 출전도 포기한 상태였다. TRT로 스테로이드를 쓰지 못해서 대회에 못 나온다는 사람이 갑자기 말을 바꿔서 다른 경기에 출전한다니. 무슨 황당한 말인가.

그리고 이때 소넨이 기막힌 해결책을 제시한다. 벨포트가 출전자격이 있는지가 논란이라면, 대진을 아예 없어버리면 되지 않는가! 소넨은 한 대회에서 두 번 연속 약물이 적발되는 진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UFC 175에서 이탈한다.

이후 중징계를 받은 소넨과 실바는 3년 동안 케이지에 나서지 못한다. 징계가 풀리는 2017년이 되자 둘은 나란히 벨라토르로 이적해 복귀무대를 가졌고, 눈에 띄게 저하된 경기력으로 조롱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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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았다

4위. UFC 146
– 오브레임이 쏘아올린 커다란 눈덩이

실바-소넨 커플이 그래도 자기 경기만 얌전히(?) 망쳤다면, 알리스타 오브레임(38, 네덜란드)는 혼자서 대회 하나를 통째로 박살내는 기염을 토한다. 때는 2012년 5월, 오브레임의 주가가 상한선을 달리던 시기였다. 2011년 오브레임은 K-1/드림/스트라이크포스 세 단체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다. 종합격투기 선수 최초로 입식격투기 정상에 올랐다는 데서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어마어마했다. 옥타곤 1차전에서 브록 레스너(41, 미국)와의 ‘괴수 매치’마저 1라운드 TKO로 끝내자 ‘오브레임의 UFC 정복이 멀지 않았다’는 설레발까지 일었다.

그렇게 오브레임은 5월 26일 UFC 146에서 챔피언 주니어 도스 산토스(34, 브라질)와 맞붙게 된다. 단 한 경기 만에 타이틀전으로 직행하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약물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상 최강 타격가를 가린다는 기대감에 대진 자체에 태클거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UFC 146은 ‘헤비급 대잔치’라는 초유의 컨셉으로 메인카드 전 경기가 헤비급 랭커로 채워지는 거대한 대회였다. 메인이벤트에 출전하는 오브레임이 짊어진 짐이 컸음은 물론이다. 대진은 아래와 같았다.

메인이벤트 : 주니어 도스 산토스 vs 알리스타 오브레임
준 메인이벤트 : 케인 벨라스케즈 vs 프랭크 미어
3경기 : 로이 넬슨 vs 안토니오 실바
2경기 : 셰인 델 로사리오 vs 가브리엘 곤자가
오프닝 매치 : 스테판 스트루브 vs 라바 존슨

그러나 4월 4일, 오브레임이 약물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분노하면서도 오브레임을 타이틀전에서 내리지 않고 청문회까지 기다리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4월 20일 PPV 광고 데드라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팽한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눈덩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한 체급의 주요 랭커가 모두 출전하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대체선수를 구해봐야 같은 대회에서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브레임의 빈자리는 미어가 채웠고, 미어의 자리는 안토니오 실바가 메꿨다. 실바가 빠진 구멍에는 가브리엘 곤자가가 올라왔고, 곤자가의 빈자리는 휴식을 즐기던 스티페 미오치치가 차지한다. 이 모든 일이 불과 2~3일 만에 일어났다. 대수술이 끝난 뒤 메인카드는 아래와 같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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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메인이벤트 : 주니어 도스 산토스 vs 프랭크 미어
준 메인이벤트 : 케인 벨라스케즈 vs 안토니오 실바
3경기 : 로이 넬슨 vs 가브리엘 곤자가
2경기 : 셰인 델 로사리오 vs 스티페 미오치치
오프닝 매치 : 스테판 스트루브 vs 라바 존슨

오프닝매치를 제외한 모든 대진이 뒤섞인 UFC 146은 무게감이 크게 줄어버렸다. 특히 메인이벤트와 3경기는 너무나 일방적인 경기가 나오면서 기대하던 팬들이 김빠지게 만들었다. 한창 ‘괴물 타격가’로 기대받던 오브레임마저 복귀 후 망가진 몸과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겨준다. 모두가 상처만 남은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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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망가져 화질 좋은 원본조차 찾을 수 없는 UFC 149

3위. UFC 149
– 돌리고 돌리고

UFC 149의 변천사는 요약으로 봐야만 한다.

메인이벤트 : 호세 알도 vs 에릭 코크
준 메인이벤트 : 마우리시오 쇼군 vs 티아고 실바
3경기 : 호드리고 노게이라 vs 칙 콩고
2경기 : 티아고 알베스 vs 추성훈
오프닝 매치 : 마이클 비스핑 vs 팀 보에치

1차 : 알도, 실바, 노게이라, 추성훈, 비스핑 부상

메인이벤트 : 헤난 바라오 vs 유라이아 페이버
준 메인이벤트 : 티아고 알베스 vs 시야르 바하두르자다
2경기 : 칙 콩고 vs 션 조단
오프닝 매치 : 팀 보에치 vs 헥터 롬바드

2차 : 알베스 아웃, 알베스 대체 선수로 크리스 클레멘츠가 들어왔으나 이번엔 바하두르자다가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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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같은 대회가 아니다

메인이벤트 : 헤난 바라오 vs 유라이아 페이버
준 메인이벤트 : 크리스 클레멘츠 vs 맷 리들
2경기 : 칙 콩고 vs 션 조단
오프닝 매치 : 팀 보에치 vs 헥터 롬바드

특히 티아고 알베스 대 추성훈은 크리스 클레멘츠 대 맷 리들이라는 아예 다른 대진으로 변하고 만다. 그나마도 기대를 모았던 벨라토르 폭군 헥터 롬바드(40, 쿠바)가 옥타곤 데뷔전에서 졸전 끝에 패하고, 메인카드 전 경기가 지루한 판정으로 끝나는 참사까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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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08은 아예 원본 포스터가 검색이 안 된다

2위 : UFC 108

역시 표로 정리하지 않으면 너무나 길어지는 UFC 108이다. 일단 시작은 초유의 트리플 타이틀전을 앞세운 중량급 파티였다.

메인이벤트 : 브록 레스너 vs 셰인 카윈 (헤비급 타이틀전)
준 메인이벤트 : 앤더슨 실바 vs 비토 벨포트 (미들급 타이틀전)
3경기 : 마우리시오 쇼군 vs 료토 마치다 2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2경기 : 케인 벨라스케즈 vs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헤비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
오프닝 매치 : 주니어 도스 산토스 vs 가브리엘 곤자가

1차 : 브록 레스너 게실염 발병 + 앤더슨 실바 팔꿈치 부상 + 료토 마치다 손목수술 + 노게이라 & 곤자가는 나란히 포도상구균  감염  → 메인카드 전 경기 취소

2차 : 타이슨 그리핀 vs 짐 밀러 → (그리핀 부상이탈) → 대타 션 셔크 vs 짐 밀러 → (션 셔크 부상이탈) → 대타의 대타 드웨인 루드윅 vs 짐 밀러

3차 : 카를로스 콘딧 vs 폴 데일리 → (콘딧 부상이탈) → 대타 더스틴 헤이즐넛 vs 폴 데일리

대회 자체가 만신창이가 된 UFC 108은 넘버링 대회 밖에 없던 시절에 ‘라샤드 에반스vs 티아고 실바’라는 기대되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은 경기를 메인이벤트로 걸어야만 했다. UFC 149가 망한 대회였다면, UFC 108은 그야말로 저주 받은 대회였다. 훗날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실바마저 부상이 있어서 이탈할 뻔했고, 실제로 레슬링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경기 내내 ‘바닥청소’하는 신세가 된다. 대회를 살리려 한 몸 희생한 실바의 프로의식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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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쓰이는 일은 없었다

1위. UFC 151
– 선수가 있는데 왜 대회를 못하니

물론 뭐니뭐니해도 최악은 대회 자체가 삭제되는 사태다. 최근 2019년 열릴 예정이었던 UFC 233이 그 예다. 타이론 우들리(36, 미국)가 이탈해 웰터급 타이틀전이었던 메인이벤트가 날아갔고, 대체 메인이벤트로 준비한 플라이급 타이틀전 헨리 세후도(31, 미국) 대 T.J. 딜라쇼(32, 미국)마저 UFC ESPN+1 첫 대회를 위해 빠지며 대회가 취소됐다. 그래도 UFC 233은 개최 한참을 앞두고 미리 취소됐기에 앞선 대회와 같은 파급효과를 낳지는 않았다.

하지만 UFC 151은 달랐다. 이쪽은 개최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대회가 폭파됐다. 본래 UFC 151은 메인이벤트 존 존스(31, 미국) 대 댄 핸더슨(48, 미국) 하나만 믿고 가는 대회였다. 팬들 역시 나머지 대진이 부실해도 메인에 존스가 나오니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대회를 9일 남기고 핸더슨이 “부상을 숨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못 버티겠다”며 이탈을 선언하며 파국이 시작된다. 이에 주최측은 료토 마치다(40, 브라질)에게 SOS를 보내지만, 이미 존스에게 분전 끝에 패했던 그는 “8일 준비하고 싸울 수는 없다”며 요청을 고사한다. 이에 방금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패한 차엘 소넨이 체급차를 감수하고 대체자를 자원했으나, 이번엔 존스가 준비기간 부족으로 거절해버린다. 이에 분노한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대회 자체를 취소해버리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취소 결정 직후 앤더슨 실바가 대회를 살려보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미 떠나간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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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당사자는 모르는 포스터

UFC 151의 여파는 다음 대회까지 이어진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UFC는 부랴부랴 UFC 존스와 마치다의 사진이 박힌 152 포스터를 발표한다. 하지만 “실제론 비토 벨포트 대 존 존스가 맞다”는 루머가 퍼졌고, 마침 마치다가 “난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다. 이에 주최측은 아직 합의는 안 됐지만 급해서 홍보했다는 놀라운 해명을 한다. 결국 선수 이탈 없이 포스터에서 메인이벤터가 변경되는 또다른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UFC 152는 존스 대 벨포트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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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51의 최종 종착지

이 사태로 UFC는 한화 약 450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며, 이어진 졸속행정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일주일 준비하고 들어오겠다는 도전자를 풀 캠프를 소화하고도 거절한 존스 역시 큰 비난을 받았다. 찰리 브레네먼(37, 미국)은 “난 하루 전에 오퍼 받고도 릭 스토리와 싸웠다”고 투덜거렸고, 팻 베리(39, 미국)는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챔피언이라면 모든 상황에 준비가 돼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는 악몽으로 남아버린 UFC 151이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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