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Best & Worst] ⑤ 옥타곤 사상 최고의 2인자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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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하지는 않은 사진 © 홍진호 페이스북

[랭크5=유하람 기자] 흔히 3등보다 좋은 2등이라고들 한다. 3등까지는그래도 이만큼은 왔다 안도감이 든다면, 2등은 우승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먼저라는 것이다. 최강자가 이인자를 가장 직접적으로 찍어누르는 1:1 대결의 세계는 더욱 심하다. 선수나 팬이나 정점을 앞에 두고 벽을 느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인자에게는시대의 패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역사를 논할 그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비록 가장 명예로운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더라도, 엄연히 세계의 축이었기 때문이다. 종합격투기에서도 만일 선수들이 없었다면 분명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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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피치 페이스북

5. 존 피치(UFC 타이틀전 1전 1패)

종합격투기에서는 유독 ‘극강 챔피언’ 밑에 ‘극강 이인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존 피치(40, 미국)다. 피치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21승 1패라는 어마어마한 전적을 쌓는다. 2005년 옥타곤 입성부터 기준을 잡아도 13승 1패로, ‘극강 삼인자’ 티아고 알베스(35, 브라질)만 두 번 잡는 등 맹활약한다. 그렇다면 그 1패는 누구냐. 바로 은퇴할 때까지 웰터급 벨트를 놓지 않았던 조르주 생 피에르(37, 캐나다)다.

피치는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까다로운 선수다. 라이트헤비급으로 시작했을만큼 골격이 크고 평소체중이 무거우며, 레슬링과 포지셔닝도 좋아 상대를 그라운드에서 찍어누르는 데 능했다.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 소속답게 킥복싱 실력도 준수했다. 여기에 맷집, 체력, 정신력까지 체급에서 손꼽힐만큼 좋아 그야말로 난공불략이었다. 그가 세계 챔피언이 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모든 면에서 그보다도 뛰어난 생 피에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굳이 더 이유를 찾자면 ‘개비기’로 일관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받을 기회도 더 받지 못한 것도 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대놓고 싫은 티를 낼 만큼 피치는 지루한 파이터였다. 2011년 BJ 펜 전에서 다 이겨놓고 무승부 판정을 받아야 했던 이유도, 연패도 아니고 비연속 2패 한 번 기록했다고 퇴출됐던 이유도 달리 없었다. 암묵적으로 피치는 ‘재미도 없으면서 신예만 잡아먹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결국 피치는 마이너 무대를 전전하게 됐지만, 그의 기량은 여전히 뛰어나다. 2018년 만으로 40이 돼서도 벨라토르에 진출, 마이너 최강 타격가 중 하나인 폴 데일리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 선수가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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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히조(좌)와 피터 아츠(우) © 페드로 히조 페이스북

4. 페드로 히조(UFC 타이틀전 3전 3패)

페드로 히조(44, 브라질)는 등장할 때부터 기본기에 충실한 네덜란드 스타일 킥복싱으로 이름 높았다. 네덜란드 킥복싱 대표주자 피터 아츠와의 친분으로도 유명한데, 히조는 그처럼 단단한 원투와 살인적인 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데 능했다. 다만 히조는 아츠처럼 하이킥으로 KO를 노리는 대신 로킥으로 상대 의지를 꺾었다. 여담으로 훗날 페더급 폭군 조제 알도가 악마의 로킥으로 이름을 떨치는데, 그가 히조에게 타격을 배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피치가 단 한 명에게 막혀 정상에 오르지 못한 선수라면, 히조는 타이틀전만 아니면 챔피언도 잘만 잡는 기인이었다. 실제로 히조가 잡은 선수 중 UFC 헤비급 챔피언이었거나 챔피언이 되는 선수만 무려 다섯 명(댄 세번/마크 콜먼/리코 로드리게스/조쉬 바넷/안드레이 알롭스키)이었다. 특히 바넷과 알롭스키는 원투 한 방에 깔끔하게 실신했다. 바넷이 이후 10년 간 KO를 당하지 않았으며, 알롭스키는 직후 6연승을 달리며 UFC 헤비급 타이틀 1차 방어까지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히조는 유독 타이틀전에서 운이 없었다. 출중한 태클 방어와 그래플링 실력으로 유명한 그는 타이틀전만 가면 2% 아쉬웠다. 첫 타이틀전에서는 케빈 랜들맨의 폭발적인 레슬링에 끌려다니다 패했고, 두 번째 타이틀전에서는 랜디 커투어와 명승부 끝에 판정패했다. 편파판정 논란이 일어 곧바로 진행한 2차전에서는 깔끔하게 3라운드 TKO로 무너졌다.

이후 히조는 2년을 더 UFC 정상권에서 경쟁했지만 그가 다시 타이틀전을 받는 일은 없었다. 2005년 새로운 도전으로 선택한 프라이드FC 이적은 2전 2KO패라는 씁쓸한 성적표로 돌아왔고, 이후 승과 패가 비슷한 전적을 쌓다 2015년 은퇴를 선언한다. 그래도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헤비급 최고 타격가였던 선수답게, 은퇴전에서는 장기인 로킥으로 TKO를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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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베나비데즈(좌) © 조셉 베나비데즈 페이스북

3. 조셉 베나비데즈(WEC/UFC 타이틀전 4전 4패)

한편 조셉 베나비데즈(34, 미국)는 여우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 케이스다. 2006년 데뷔 이래 베나비데즈는 29전을 치르며 단 네 번을 패하는데, 이 모든 패배가 타이틀전이었다. 밴텀급에서는 밴텀급 챔피언에게 두 번, 플라이급에서는 플라이급 챔피언에게 두 번 패한 결과다.

2009년 무렵 베나비데즈는 UFC 초경량급의 전신인 WEC에서 활약했는데, 이때 밴텀급 타이틀전에 두 번 도전해 모두 도미닉 크루즈에게 패한다. UFC로 넘어와서도 크루즈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플라이급이 신설되자마자 체급을 내려 새 챔피언을 가리는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결승전 상대는 역시 크루즈에게 무릎 꿇었던 드미트리우스 존슨. 경기를 앞두고는 4강전에서 편파판정 논란으로 재경기까지 치르고 올라온 존슨이었기에 베나비데즈가 승리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일취월장한 존슨의 기량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2-1 판정으로 패한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존슨에게 도전하지만 이번엔 아예 128초 만에 펀치에 실신하는 굴욕을 맛본다.

이후 베나비데즈는 6승을 추가하며 ‘무적의 이인자’자리를 굳히지만 서지오 페티스에게 뜬금없이 논란의 판정패를 당한다. 그런데 그가 다소 황당한 패배에 발목 잡혀있는 사이 플라이급은 갑작스러운 대격변을 겪는다. 그가 이미 제압했던 헨리 세후도가 드미트리우스 존슨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챔피언은 그 길로 아시아의 원챔피언십으로 이적해버린다. 그런가 하면 플라이급 벨트를 뺐으러 내려온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에게 세후도가 패하면 플라이급 자체가 삭제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베나비데즈가 겪을 고난은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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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플로리안 페이스북

2. 케니 플로리안(TUF 준우승 1회 + UFC 타이틀전 3전 3패)

케니 플로리안(42, 미국)은 아예 ‘준우승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나이다. 플로리안은 무려 네 개의 체급에서 뛰며 네 번의 결승전을 치러 모두 패했다. 체급을 하나씩 내려가며 타이틀전을 받는 그의 모습에 반 농담 반 진담으로 “플로리안이 플라이급 신설 전에 은퇴해서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플로리안은 2005년 UFC의 신인발굴 서바이벌 프로그램 TUF 시즌 1에 출연, 미들급 토너먼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그 장대한 서막을 연다. 웰터급에서 라이트급까지 내린 끝에 타이틀샷을 받는 데 성공하지만 2006년 ‘근육상어’ 션 셔크에게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한다. 6연승을 기록하고 2009년 다시 타이틀에 도전하지만 이번엔 BJ 펜에게 체력난에 시달린 끝에 4라운드 초크패를 당한다. 이후 페더급까지 내리며(!) 2011년 마지막 타이틀전에 도전하지만 조제 알도에게 테이크다운을 19번 시도해 1번 따내는 경이로운 성공률을 보이며 여기서도 패하고 만다.

이 경기에서 패한 플로리안은 깔끔하게 은퇴를 선언한다. 서른 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기량의 한계를 자각한듯, 은퇴를 번복하는 일 없이 손을 털었다. 현재는 해설자로 맹활약하며 여전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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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이아 페이버 페이스북

1. 유라이아 페이버(2008년 이후 WEC/UFC 타이틀전 7전 7패)

하지만 UFC를 넘어 종합격투기에서 ‘2의 현신’을 꼽으라면 유라이아 페이버(39, 미국)가 꼽히곤 한다. 물론 아는 사람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WEC 최다 타이틀 방어 기록(5회) 보유자가 왜?’ 물론 이 시기 페이버가 막강한 경기력으로 북미무대에서 경량급 인기를 혼자 짊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라이아 페이버의 후반기 커리어가 남긴 임팩트는 그 사실을 잊게할 만큼 강렬했다.

2003년 데뷔 이래 페이버는 5년 동안 21승 1패라는 무시무시한 전적을 쌓는다. 그러나 2008년 WEC 페더급 타이틀 6차 방어전에서 마이크 토마스 브라운에게 TKO패한 이후로는 무려 6년 동안 논타이틀전 전승/타이틀전 전패라는 더욱 살벌한 기록을 남긴다. 논타이틀전 무패 기록은 2015년 5월 프랭키 에드가에게 패할 때야 비로소 깨진다. 브라운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그의 전적은 23승 9패로, 여기엔 7번 타이틀에 도전해 모두 패한 성적도 포함돼있다.

물론 페이버의 타이틀전 7연패는 다른 선수들의 2위 기록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시대를 풍미한 챔피언이 전성기가 끝난 후 급격히 몰락하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그러나 페이버는 타이틀을 내려놓은 후에도 벨트에서 한 발짝 이상 떨어지지 않으며 남은 커리어를 보냈고, 심지어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세계 랭킹 10위권에서 경쟁했다. 실제로 그는 마지막 타이틀전을 치른 지 불과 6개월 만에 글러브를 내려놓는다. 어쩌면 페이버에 있어서만큼은, 2위는 오히려 당당한 커리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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