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Fight Night 142] 리뷰 : 호주, 최악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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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2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2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UFN 142은 마지막까지 홈팬을 배신했다. 오프닝 매치에서는 짐 크루트(22, 호주)가 경기장을 가득 채운 고국사람들에게 승리를 선물했으나, 이후 이어진 모든 경기에서는 호주/오세아니아 파이터가 전패를 기록했다. 개최국 중국에 한참 웃어줬던 직전 대회 UFN 141와 상반되는 결과였다.

메인이벤트 : #7 주니어 도스 산토스 vs #11 타이 투이바사

“패기와 안일함은 다르다”
– 승리 문턱에서 회군한 투이바사
평점 : ★★★☆

헤비급 랭킹 11위 타이 투이바사(25, 호주)는 마크 헌트(44, 뉴질랜드)의 UFC 탈단이 확실시되는 현재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대주다. 흐물흐물한 몸매와 달리 뛰어난 운동신경과 유연한 움직임, 그리고 오세아니아 원주민 특유의 사기적인 내구도와 한 방까지. 충분히 컨텐더 라인까지 도약할 잠재력이 있고, 또한 고국 팬들은 그에게 박수쳐줄 준비가 돼있었다.

실제로 그는 승리 직전까지 갔다. 랭킹 7위 주니어 도스 산토스(34, 브라질)는 강력한 로킥 한 방에 무릎 부상을 입으며 패배 문턱에 놓였다. 말도 안 되는 파워로 상대 기동력을 묶어버린 투이바사는 어차피 도망가지 못하는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너무 급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산토스는 승리가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에서도 상대 움직임을 주시했고, 투이바사가 가드를 활짝 열고 덤벼들자 라이트훅을 다섯 차례 연달아 턱에 정확히 꽂아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 과정에서도 투이바사는 안일했다. 자기 턱을 과신했던 투이바사는 큰 충격을 받고도 더 쳐보라고 도발하며 더 과감히 들어갔고, 똑같은 펀치를 허용하며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산토스는 이후 풀마운트를 잡고 파운딩을 쏟아부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투이바사가 심판에게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항의했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일이었다.

그나마 투이바사가 체면치레를 한 건 경기 후 인터뷰였다. 투이바사는 “내가 못했다”고 털털하게 말하며 ‘큰 형님’ 마크 헌트를 도발한 저스틴 윌리스(31, 미국)를 저격했다. 그는 윌리스를 “X만이”라 부르며 덤비라고 전했다. 그래도 앞으로 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얼굴로 투이바사를 떠올리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물론 진정 오세아니아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침착함을 갖추는 게 우선일 듯하다.

준 메인이벤트 : #13 마우리시오 쇼군 vs #14 타이슨 페드로

“마음 아픈 쇼군의 투혼”
– 시대의 물결을 몸으로 버티는 쇼군
평점 : ★★★★

투이바사의 피붙이이자 라이트헤비급 랭킹 14위 타이슨 페드로(27, 호주) 역시 대역전패를 당했다. 투이바사가 안일함이 패인이었다면 이쪽은 경험부족과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페드로는 랭킹 13위 마우리시오 쇼군(37, 브라질)을 맞아 1라운드에 실신 직전까지 몰았으나, 노련한 쇼군의 대처를 뚫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무릎을 다치며 자멸했다.

경기 양상은 놀라웠다. 쇼군은 분명 긴 커리어 동안 누적된 데미지를 숨기지 못했다. 몸놀림은 한참 느려졌고 정타를 씹어먹던 맷집은 약해졌다. 페드로 전에서도 이젠 당연하다는 듯 큰 카운터를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완전히 실신하지 않는 이상 쇼군은 포기하지 않는 선수, 상대가 두 명으로 보일 법한 상황에서도 쇼군은 상대를 주시하며 가드를 바싹 올리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후속타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만 1라운드를 버텨내기에는 충분했다.

테이크다운 후 포지셔닝으로 전략을 바꾼 쇼군은 2라운드를 완벽히 점유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이 과정에서 페드로가 무릎 부상을 입으며 승부는 급격히 기울었다. 라운드 종료까지 페드로는 단 한 번도 유효타를 맞추지 못했다.

3라운드 페드로는 오른발의 데미지를 숨기지 못하고 비틀거렸고, 쇼군의 펀치가 들어오자 뒤로 물러서는 과정에서 완전히 자빠져버렸다. 이에 쇼군이 곧바로 달려들어 파운딩 연타를 날렸고, 페드로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다리 하나가 망가진 상태에서 더 버티기는 무리였다. 결국 심판은 경기를 중단했다.

이번 승리로 쇼군은 UFC/프라이드/WEC/스트라이크포스 통합 다승 랭킹 5위에 올랐으며(22승), 최다 피니시에서도 18승으로 4위에 올랐다. 지난 경기에서는 타이틀전 문턱에서 무너졌으나 다시 승전보를 알린 쇼군은 “한 번 더 이기면 타이틀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망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쇼군이 챔피언이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타이틀전을 치르더라도 그의 수명을 깎아먹는 경기만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올드팬 입장에서도 승리해도 패해도 두드려 맞는 그가 계속 싸우는 걸 보기 마음이 아플 뿐이다. 그럼에도 쇼군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4경기 : 마크 헌트 vs 저스틴 윌리스

“헌트의 불완전연소”
– 오세아니아 간판의 아쉬운 퇴장
평점 : ★★

오세아니아의 거목 마크 헌트도 대회에 드리운 먹구름을 피해가진 못했다. 랭킹 10위 헌트는 랭킹 15 저스틴 윌리스의 아웃복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며 무력한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3라운드 막판 갑갑해진 헌트가 신경질적으로 라이트를 휘두르며 걸어들어갔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윌리스는 화끈하진 않았지만 승리할 줄 아는 영리한 파이터였다.

그래도 경기 종료 후는 나름 훈훈했다. 싸늘하게 야유하는 객석을 인식한 듯 윌리스는 헌트에게 인터뷰 자리를 내주며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헌트는 작별인사만 직접 하지 않을 뿐 옥타곤 커리어 마무리를 암시하는 듯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너무나 아쉬운 ‘오세아니아 간판’의 퇴장이었다.

3경기 : 앤서니 로코 마틴 vs 제이크 매튜스

“새 부대엔 새 술을”
– 앤서니 로코 마틴, 개명뒤 첫 승!
평점 : ★★★

‘이름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토니 마틴에서 개명한 앤소니 로코 마틴(28, 미국)은 경기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승리했다. 제이크 매튜스(24, 호주)는 초반 탄력 있는 타격으로 다운까지 따내며 앞서나갔으나, 점점 타이밍을 읽힌 끝에 3라운드 1분 19초 만에 아나콘다초크에 실신했다.

슬로우스타터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마틴은 승자인터뷰에서 자신이 컨텐더로서 자격이 있다고 외쳤으며, 덤으로 UFC 데뷔를 앞둔 ‘재야의 강자’ 벤 아스크렌을 디스했다. 최근 전적 6승 1패, 과연 마틴은 멋있는 새 이름에 맞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은 꽤나 좋았다.

2경기 : 스키디 유서프 vs 수만 모크타리언

“오세아니안 연패의 시작”
– 우스만의 광채가 함께한 유서프
평점 : ★★★☆

오프닝에서 호주인의 승리로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이번 UFN은 스디키 유서프(25, 나이지리아)의 활약으로 시원하게 찬물을 뒤집어썼다. 배당률에서 압도적인 탑독을 차지했던 유서프는 실제로 수만 모크타리언(26, 호주)을 파워와 복싱싸움에서 그야말로 압살하며 1라운드 2분 14초 TKO 승을 거뒀다. TUF 8강 탈락의 고배를 딛고 옥타곤에 진출한 모크타리언은 데뷔전에서 압살을 당하며 순탄치 못한 앞날을 예고했다.

경기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터치글러브 없이 시작한 유서프는 타격이면 타격 클린치면 클린치 전방위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모크타리언이 동작도 없이 코너에서 두드려 맞자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했다. 왜 말렸냐고 항의하는 모크타리언이 안쓰러울만큼 할 말 없는 패배였다.

당연히 쏟아지는 야유에 유서프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주일 전에 큰 형을 잃었다. 형에게 내가 해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며 조용히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게 나이지리아의 피”라며 자부심을 보였고, 보너스까지 달라고 당당히 말했다. 원정에서 홈팬에게 주눅들지 않고 경기력으로 정면돌파한 그에게 그제서야 관객은 박수를 보냈다.

오프닝 매치 : 짐 크루트 vs 폴 크레이그

“처음이자 마지막 오세아니안의 승리”
– 스무스하고 조용했던 역전극
평점 : ★★

짐 크루트가 고국 팬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크루트는 폴 크레이그(31, 스코틀랜드)의 끈적한 그래플링에 한참 고전했지만 3라운드 4분 51초에 기무라로 탭을 받아내며 무패 전적을 이어나갔다.

초반 크레이그는 상위포지션을 잡고 점수를 쌓았으며, 불리한 포지션에도 유연한 움직임으로 서브미션을 버텨냈다. 그러나 잘 버텨낼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자 크루트는 마음 놓고 그를 눌러놨고, 결국 크레이그는 라운드 종료 30여 초를 남기고는 큰 파운딩도 수차례 허용한 끝에 결국 기무라에 탭을 쳤다.

경기 종료 후 크루트는 “X발 소리 질러!”라고 외친 뒤 “방송국에는 미안하다”고 말해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체급의 누구도 두렵지 않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어 두 마리가 싸우듯 찐득하고 루즈했던 이 경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이었다.

총평

“호주, 최악의 밤”
평점  : ★★☆

보통 대회는 개최지 홈팬을 상당히 배려하는 편이다. 오세아니아 대회 간판을 맡아왔던 헌트를 3순위로 내리면서까지 투이바사와 페드로를 밀어준 것도 그들이 현지에서 뭔가 보여주라고 판을 깔아준 격이었다. 상대도 각각 노쇠화와 펀치드렁크로 고생 중인 산토스와 쇼군이었다. 하지만 오세아니아 파이터들은 크루트를 제외하고 싹 쓸려나갔고, 경기력도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나마도 메인과 준메인에서 부상으로 선수들이 승패와 무관하게 제 기량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정말이지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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