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Fight Night 141] 리뷰 : 훌륭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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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1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주최측 입장이라는 게 있다. 홈팬을 위한 경기, 올드팬을 위한 경기, 네임밸류에 기대는 경기 등 분명 대회를 여는 입장에서 특정 선수가 이기기 바라고 만드는 매치업이 있다. 물론 싸움을 주선하는 입장에서 공정해야하고, 이변이 꼭 흥행실패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 파서 장사하지 않는 이상 좀 원하는 대로, 예상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24일 베이징 캐딜락 아레나에서 열린 UFN 141은 꽤나 ‘바람직한’ 대회였다.

메인이벤트 : #3 커티스 블레이즈 vs #4 프랜시스 은가누

“은가누의 귀환”
– 블레이즈, 분루를 삼키다
평점 : ★★★★

헤비급 세대교체의 주역이라고 하면 보통 프랜시스 은가누(32, 카메룬)와 데릭 루이스(33, 미국)를 떠올린다. 커티스 블레이즈(27, 미국)는 이들보다 어리고 밸런스 있는 능력치를 가졌음에도 체급의 새 주역을 꼽을 때 잘 거론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저 둘에 비해 부족하고, 은가누에겐 1차전에서 투지만 남긴 2라운드 종료 TKO를 당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블레이즈에겐 이번 재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 더구나 은가누는 타이틀전 패배 후 무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타격공포증’ 논란까지 인 상황. 저평가를 만회하고 챔피언 로드를 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블레이즈에겐 아직 정상을 향한 도약이 허락되지 않았다. 1라운드 블레이즈는 테이크다운 모션을 섞어주며 수싸움을 걸었지만, 은가누는 그대로 라이트 훅을 상대 측두부에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쓰러뜨렸다. 완전히 나동그라진 블레이즈는 살아나려 몸부림쳤지만 후속타를 버티기엔 데미지가 너무 컸다. 불과 45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 종료 후 은가누는 침착한 목소리로 “내가 돌아왔다”고 말했으며, 다음 상대로 “주니어 도스 산토스, 알렉산더 볼코프, 스티페 미오치치 셋 중 하나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블레이즈는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그날 트위터에서 “오늘 밤은 턱에 한 방을 허용했지만, 다음엔 똑같은 자신감으로 돌아오겠다. 가끔 지기도 하는 거다. 난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말했다.

은가누의 폭발적인 경기력이 돌아온 건 반가웠다. 경기도 눈이 즐거울만큼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이미 한계를 한 번 보인 그가 좀 더 앞날이 창창한 블레이즈를 제물로 삼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연 은가누와 블레이즈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화끈하고 젊은 선수끼리 만나면 으레 느끼는 시원섭섭함이 남는 경기였다.

준 메인이벤트 : #6 알리스타 오브레임 vs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썩어도 준치”
– 오브레임, 적어도 신출내기에겐 안 진다
평점 : ★★★☆

알리스타 오브레임(38, 네덜란드)이 전성기가 지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USADA 도입 전 시대에 ‘약빨’을 어마어마하게 받았던 선수기도 하고, 오브레임이 자랑하던 테크닉을 씹어먹는 젊고 강한 ‘피지컬 괴물’들도 속속 등장했다. 이제 오브레임은 끝났다는 비관론도 충분히 납득 가능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대가 간다고 했던가. 오브레임은 12승 무패로 옥타곤에 상륙한 세르게이 파블로비치(26, 러시아)를 1라운드 4분 22초 파운딩 TKO로 제압했다. 경기 전 오브레임은 전적과 랭킹에서 한참 앞서고도 배팅 사이트에서 언더독으로 평가받는 굴욕을 겪었으나, 경기력으로 압살하며 자기 가치를 다시 증명해냈다.

역시 승부는 오래 가지 않았다. 1라운드 오브레임은 자세를 바싹 낮추고 상대의 펀치를 침착하게 바라봤다. 파블로비치가 원거리에서 좋은 펀치를 내자 오브레임은 이내 클린치로 붙어 강한 니킥을 수차례 꽂아넣었고, 이후 유리한 포지션에서 컨트롤을 이어나갔다. 3분 10초 경엔 넥클린치 후 자세가 흐트러진 파블로비치의 발목을 받쳐 테이크다운, 상위포지션을 잡고 안정적으로 압박했다. 라운드 종료 50초를 남기고는 완벽히 자세를 잡고 강한 해머링을 작렬, 의욕을 잃어버린 상대를 그 자리에서 끝내버렸다.

승자 인터뷰에서 오브레임은 “‘더 림(The Reem)’이 돌아왔다”고 짧게 환호하며 케이지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벨트를 찰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 아직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신출내기’에게 잡힐 레벨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증명해냈다.

2경기 : 송 야동 vs 빈스 모랄레스

“대륙의 미래, 빛을 발하다”
송 야동, 아시아에서만 3연승
평점 : ★★★

메인과 준 메인이 출전선수의 굵직한 이름값을 믿고 나갔다면, 오프닝과 2경기는 전형적인 홈팬을 위한 경기였다. ‘쿵푸 몽키’ 송 야동(21, 중국) 역시 오프닝에 출전한 선배만큼 화끈하진 않아도 특유의 빠른 손과 테크니컬한 타격으로 멋들어진 승리를 따냈다. 빈스 모랄레스(28, 미국)는 대체 선수로 들어와 분전했으나 단조로운 공격옵션과 체력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했다.

경기는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일방적이었다. 모랄레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야동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고, 3라운드에 기습 테이크다운을 손쉽게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라운드 막판엔 패배를 직감한 모랄레스가 이스케이프 후 펀치싸움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이 역시 지친 몸으로는 잘 되지 않았다.

이로서 야동은 UFC 데뷔 후 3연승을 거두며 컨텐더 진입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싱가폴, 중국에서만 싸워 ‘내수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앞날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오프닝 매치 : 리 징량 vs 데이비드 자와다

“중국의, 중국을 위한, 중국에 의한 경기”
– 홈팬에게 응원받을만 했던 리 징량
평점 : ★★★

‘대륙의 아들’ 리 징량(30, 중국)은 중국 간판 파이터다웠다. 데이비드 자와다(28, 독일)에게 1라운드 큰 다운을 당하며 위기에 몰렸으나, 특유의 괴물 같은 회복력으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결국 리 징량은 3라운드 4분 7초 사이드킥에 이은 파운딩 TKO로 승리하며 다시 연승궤도에 올랐다. 자와다는 대체 선수로 들어와 분전했으나 후반 체력난을 극복하지 못하며 연패에 빠졌다.

역시 빛난 건 리 징량의 무식할 정도로 뛰어난 맷집과 회복력이었다. 다른 선수였다면 진작 끝났을 상황에서 리 징량은 버텨내며 오히려 더욱 쌩쌩한 모습을 보였다. 3라운드 들어서는 얻어맞았던 리 징량이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상대를 케이지 중앙으로 불러내는 여유까지 보였다. 지친 자와다는 왼쪽 다리 바깥 허벅지가 붉게 물들었고 초반 우위를 점했던 원거리 펀치싸움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리 징량이 스위치 후 사이드킥으로 복부를 가격했고, 이미 체력난에 시달리던 자와다는 후속 파운딩에 그대로 TKO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 징량은 “MMA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 그게 묘미 아니겠나”라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자와다도 강했고, UFC 파이터라면 모두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하면서도 “누구와도 싸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로서 리 징량은 옥타곤 8승 3패를 기록했다. 비록 챔피언감이 되기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김동현처럼 오랜 기간 고국 팬에게 승리를 선물하며 사랑받을 인물이라는 건 충분히 증명해냈다.

총평

“훌륭한 선물”
– 현장 관객도, 주최측도 행복했던 대회
평점 : ★★★☆

UFN 141은 참 ‘바람직한’ 대회였다. 정말 돈 내고 대회를 연 주최측과 돈 내고 경기장을 찾은 현장 관객은 ‘오늘만 같아라’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했다. 결과는 물론 경기내용까지도 입가에 미소를 띄고 볼만큼 재밌었다. 어쩌면, UFC 차이나는 앞으로 좀 더 자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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