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Best & Worst] ② 옥타곤 사상 최악의 악당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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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밀러 머그샷

[랭크5=유하람 기자] ‘악동’이란 무엇인가. 악동은 ‘장난꾸러기’의 성격이 강한 단어로, 격투기에선 온갖 트러블을 일삼으면서도 또 그만한 매력과 화끈한 파이팅을 자랑하는 미워할 수 없는 선수를 일컫곤 한다. 그렇다면 ‘악당’은 무엇인가. 악당은 문자 그대로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이다. MMA에서는 매력이고 무엇이고 일단 법이라는 가드레일을 부수고 나가 격투스포츠의 명예 자체에 먹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UFC에는 악동이 많았지만, 간혹 진짜배기 악당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까지도 팬들에게 전설처럼 내려오며 회자되곤 한다.

5위. 제이슨 밀러(37, 미국)
종합격투기 23승 10패 1무효(UFC 3패)

한때 밀러가 ‘악동’이던 때가 있었다. 희한하게 염색한 머리와 하체관절기가 잡힌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브이’ 사인을 보내는 똘끼, 그리고 끈질기게 상대에게 달라붙어 서브미션을 따내는 근성으로 그는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나름 실력도 준수해 중소단체 벨트도 있고 북미 2위 단체였던 스트라이크포스 미들급 타이틀전도 치러봤다. 사쿠라바 카즈시에게 최초로 서브미션패를 안겨줄만큼 상위포지션에서의 그래플링 능력은 탁월했다. 이를 바탕으로 데니스 강, 로비 라울러, 팀 케네디 등 굵직한 강자를 잡아낸 경험도 여럿 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사실 올드팬이라면 아직 밀러를 ‘유쾌한 돌아이’ 정도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웃음기를 잃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타이틀전에서 승리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제이크 쉴즈 인터뷰에 끼어들어 해맑게 “나랑 재경기는 언제 할 거야?”라고 말했다가 쉴즈의 팀원들에게 단체로 두드려 맞는 장면이 생중계 된 일이 대표적이다. 무릴로 닌자/아오키 신야 등 유명 파이터의 세미나에 신분을 감추고 참여하는 등 격투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유명했고, 그 밖에도 양아치 갱생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불리 비트 다운’에서 진행자를 맡으며 자연스레 선역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은퇴를 앞두고서부터 밀러는 본인 스스로가 ‘불리’로 변해버렸다. 나체로 교회에 뛰어들어 소화기를 분사하는 기행을 저지르지 않나, UFC 마지막 경기에서는 상대 코너맨과 싸움이 붙어 은퇴를 선언했음에도 퇴출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후 연이은 폭행/가정폭력/기물파손/스토킹/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르며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정상인이라면 한 번 찍기도 어렵다는 머그샷(체포 후 찍는 사진)만 버전이 5개가 넘어갈 정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2016년에도 경비원을 폭행하고 경찰에게 침을 뱉어 체포됐다.

현역 시절 그의 별명 ‘메이햄(대혼란)’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그의 파이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양아치 범죄자로 전락한 지금은 그냥 그의 정신 상태를 뜻하는 정도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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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엘 소넨 페이스북

4위. 차엘 소넨(41, 미국)
종합격투기 30승 16패(UFC 7승 7패)

차엘 소넨은 아직까지 ‘악동’ 이미지가 강한 편이고 이 리스트의 다른 인물들과 달리 폭력 전과는 없다. 하지만 그가 4위를 차지한 이유는 사무적으로 아주 악질이었기 때문이다. 본업이 부동산업자였고 공화당으로 국회의원 출마까지 준비할만큼 소넨은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검은 돈을 챙기는데도 아주 유능했다. ‘무례함은 컨셉’이라는 표면적인 캐릭터와 달리 그는 실제로 악당이었다.

원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소넨은 2009년 경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준수한 아메리칸 레슬러 중 하나일 뿐이었다. UFC에서도 이미 한 차례 1승 2패를 기록하고 중소단체를 전전한 바 있으며, 다시 옥타곤에 돌아왔을 때도 첫 경기부터 데미안 마이아에게 굴욕적인 초살 서브미션 패를 당하며 그대로 묻힐 뻔했다. 그러나 UFC 117 앤더슨 실바를 상대로 한 생애 첫 UFC 타이틀전을 앞두고부터 그는 정신이라도 나간 듯 미친듯한 트래시토킹을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깎아내린 끝에 그는 수많은 안티팬을 양산하고 브라질에선 국가의 주적(主敵)에 등극하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적을 많이 만든만큼 그의 경기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으며, 또 경기 직후나 사석에서는 평소의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흥행을 위해 자기 이미지를 희생하는 똑똑이’로 포지셔닝했다. 한편으론 본업인 부동산업에서도 승승장구하고 국회의원 출마까지 준비하며 커리어 정점을 찍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미국인의 유쾌한 대표’ 같은 캐릭터였다.

그리고 소넨은 2010년 하반기 부동산 사기 및 탈세, 돈세탁과 위증 혐의로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철회한다. 2011년엔 법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집행유예 2년, 부동산중개인 자격 박탈, 벌금 1만 달러를 선고 받았다. 종합격투기 선수로서도 무기한 출장 정지를 당하며 커리어가 박살날 위기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케이지로 돌아와 파이터 생활은 이어나갈 수 있게 됐지만 당시는 캘리포니아 주체육위원회에서 소넨의 라이센스 갱신을 거부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어떻게 선수로 복귀하긴 했지만 ‘피플스 챔피언’ 같은 기믹이 모두 깨져버린 상황. 소넨이 과연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역시 소넨은 소넨. 이후 그는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오며 위기를 정면돌파, 탈세범에 약쟁이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세탁하고 타이틀전까지 두 차례 받는다. 실상 진짜 ‘악당’이지만 언론플레이를 통해 유쾌한 ‘악동’으로 기가 막히게 포장해버린 셈이다.

그래서 소넨은 종합격투기의 흑역사 취급받으며 언급도 잘 되지 않는 리스트의 다른 인물과 달리 벨라토르로 이적한 지금도 단체에서 사랑받으며 중용되고 있다. 사실 영화에서처럼 정의의 사도 머리 위에서 놀며 웃는 악당이 있다면 바로 소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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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머신 페이스북

3위. 존 ‘워 머신’ 코펜헤이버(36, 미국)
종합격투기 14승 5패(UFC 1승 1패)

존 코펜헤이버, 통칭 ‘워 머신’은 꽤 괜찮은 중견급 파이터였다. UFC에서는 1승 1패를 기록했으며, 커리어 말기에도 벨라토르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는 등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14승을 모두 피니시로 장식할 만큼 경기도 화끈했다. 문제는 그의 성격이 케이지 바깥에서까지 심각하게 공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워 머신은 이력부터 포르노 배우 겸업 파이터로 범상치가 않다. 전과도 화려하다. 한 번은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되고, 워낙 격렬하게 반항해 경찰은 그에게 ‘스핏백’이라는 봉투를 씌워야만 했다. 다른 한 번은 혼자서 포르노 회사 파티에서 기도 11명을 모조리 때려눕힌 뒤 유유히 빠져나오는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결국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8월 8일 그는 포르노 배우이자 전 여자친구 크리스티 맥을 습격, 남자친구와 함께 있던 그를 무차별 폭행했다. 18곳의 골절과 간파열로 만신창이가 된 맥은 간신히 도망쳐 병원에 입원했고, 워 머신과는 법정에서 다시 만난다. 긴 공방 끝에 법정은 워 머신에게 폭행혐의 및 살인미수 혐의 기타 29개의 죄목으로 가석방 없는 36년형을 선고했다.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선수 커리어는 물론 사회인으로서의 생명도 끊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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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형민 머그샷

2위. 손형민(48, 미국)
종합격투기 4패(UFC 1패)

2위와 1위는 UFC가 아니라 종합격투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악당이다. 실제로 2012년 블리처 리포트에서 선정한 ‘종합격투기의 미친 범죄자’ 리스트에서도 나란히 2위와 1위를 차지한, 진정한 인간 말종들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먼저 소개할 2위는 한국태생 미국인이다. ‘조 선(Joe Son, Joseph Son)’이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더 유명한 손형민이 그 주인공이다.

손형민은 자신이 창시한 ‘조선도’라는 무술을 베이스로 한 헤비급 격투가였다. 헤비급이지만 163cm의 단신에 체중이 107kg인 짧고 굵은 비만 파이터로, 기술 자체는 준수했으나 워낙 체구가 작아 네 번 싸워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채 격투기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그가 아직도 격투가로서도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데뷔전, UFC 4에서 치른 키스 해크니 戰 때문이었다.

당시 UFC는 ‘무규칙 격투기’를 표방했기 때문에 반칙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끼리 싸우는 이상 지키는 ‘암묵의 룰’이라는 게 있었는데, 상대 해크니는 이를 과감하게 무시해버린다. 먼저 테이크다운으로 사이드포지션을 따낸 해크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형민의 국부(!)를 주먹으로 난타한다. 더 놀랍게도 손형민은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급소공격을 버텨냈다. 그러나 해크니가 트렁크를 벗기려고 하자 기겁한 손형민은 항복한다. 공식전에서는 초크패로 기록돼있지만 실상 승부를 가른 건 노출의 공포였던 셈이다.

이후 손형민은 ‘강철고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이렇다할 성과 없이 격투기에서 은퇴, 배우로 전향한다. 오히려 연기자로는 유명 코미디 영화 시리즈 ‘오스틴 파워’에도 출연하는 등 개성있는 캐릭터로 자기 자리를 찾았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아마 그는 실력은 부족했어도 데니스 강, 김동현보다 먼저 옥타곤을 개척한 한국 종합격투기 선구자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

2008년 처음 입건된 이래 손형민은 무려 도합 18건의 성폭행/납치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2011년 수감 중 동료 수형자를 형무소 안에서 살해하며 기존 275년 수감형에 가석방 불가 조건까지 추가, 감옥에서 나오려면 백골이 돼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그는 샐리나스 감옥에서 기약 없는 창살 생활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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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머레이 페이스북

1위. 리 머레이
종합격투기 8승 2패(UFC 1승)

2위도 2위지만 역대 1위는 재고의 여지가 전혀 없다. 다른 범죄자는 이 사람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로 그는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바로 한때 미들급 신성으로 주목 받았던 리 머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리 머레이가 격투가로서 정말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는 점은 그를 겪어본 파이터와 코치가 입을 모아 인정한다. 특히 UFC 챔피언만 여럿 배출한 명장 팻 밀레티치는 머레이를 두고 “진득이 훈련에 임했으면 세계 챔피언이 될 재목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머레이의 재능에 관한 일화로 내려오는 전설적인 실제 이야기가 있다. 머레이는 2002년 영국에서 열린 UFC 38이 끝나고 뒷풀이를 하고 있던,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무적의 챔피언으로 군림 중인 티토 오티즈와 시비가 붙었다. 당시 머레이의 종합격투기 전적은 7승 1무 1패 1무효. 그저 평범한 중소단체 신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티즈의 ‘선빵’을 가볍게 피한 뒤 카운터로 실신시키고 구둣발로 상대 머리를 자근자근 밟아버린다.

이에 충격받은 UFC는 그를 부랴부랴 영입하고, 머레이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이후에도 미들급 중견급 강자로 활약하는 호르헤 리베라를 불과 105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끝내버린다. 안타깝게도 과거 성추행 및 폭행 혐의 때문에 미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UFC 출전기회가 막혔어도 그는 낙담하지 않고 잠시 자국 단체 케이지레이지와 계약한다. 훗날 세계 미들급 정점에 오르는 앤더슨 실바와 판정경기 끝에 패했지만 제법 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의 손길은 그가 그렇게 건전하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2005년 칼부림에 휘말리며 죽기 직전까지 내몰린 머레이는 본격적으로 ‘흑화’한다. 네 차례나 소생술을 하는 대수술 끝에 살아난 머레이는 어릴 때부터 지역 갱단이 알아줬던 그 악한 본성을 깨워낸다. 2006년 그는 7인조 은행강도단을 꾸려 무려 1130억원을 턴다. 이는 은행강도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갈취액으로, 머레이는 이 거대한 작업을 전두지휘하며 돈을 챙겨선 혼자 유유히 사라진다. 인질극까지 벌이며 항전한 끝에 부하들은 모두 체포됐지만 머레이는 포위망을 뚫고 모로코로 탈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국과 범죄인도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모로코였기에 그가 바르게만 살았다면 그대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엔 모로코에서 마약소지로 체포되며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됐다. 또 도망갈 땐 혼자 도망갔지만 잡힐 땐 혼자 잡히지 않았다. 머레이는 물귀신처럼 연루자 30여 명을 함께 감옥으로 끌고 간다.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10년 형을 구형받은 머레이는 실톱으로 창살을 자르고 탈옥을 시도하다 적발, 25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머레이는 자유 외엔 아쉬울 게 없다. 같이 은행을 턴 동료들이 140년 형을 받을 때 그는 살아서 해를 볼 수 있으며, 은행에서 턴 돈 중 700억에 이르는 돈은 행방불명돼 그만 알고 있다. 또 감옥에서도 간수들을 매수해 인터넷이 되는 노트북과 마약을 즐기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범죄왕’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자신이 세상에 나가서 벌일 일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블러디 엘보와의 인터뷰에서 머레이는 “내가 수감된 2006년 이후 종합격투기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그때 누가 종합격투기로 이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전히 격투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말했다. 또한 그는 “자유의 몸이 되면 UFC 챔피언에 오르는 게 목표다. 내가 감옥에만 있지 않았어도 이 꿈은 현실이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읊기만 해도 장대한 그의 일대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싸이코 살인마 캐릭터 한니발 렉터의 가면을 쓰고 나오던 ‘악당’ 머레이는 여전히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격투기 선수로서의 재능과 커리어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그는 정말 경외감이 들만큼 사악한 ‘진짜 악당’이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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