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Best & Worst] ① 옥타곤 최고의 명승부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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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다레이 실바 페이스북

[랭크5=유하람 기자] 모르긴 몰라도 ‘명승부’의 기준은 ‘주거니 받거니’다. 경기가 일방적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승부’가 주는 묘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양상은 팽팽하지만 큰 공격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야유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 기준에서 진짜 명승부라 할 수 있는 경기는 대체 무엇일까. 그래서 들고 왔다. 옥타곤 최고 명승부 5선이다.

5위. 반다레이 실바 vs 브라이언 스탠
UFC On Fuel TV 8(2013.03.03)
– 반다레이 실바 2라운드 4분 8초 KO승

냉정히 말해 반다레이 실바는 ‘명승부’와는 좀 거리가 있는 선수다. 압도적으로 이기면 압도적으로 이기고 압도적으로 지면 압도적으로 졌지 팽팽한 경합을 벌이는 경기는 커리어 전체를 돌아봐도 손에 꼽는다. 하지만 딱 한 경기, 브라이언 스탠 戰만큼은 달랐다.

‘도끼 살인마’로 불리며 폭군으로 군림했던 프라이드(PRIDE) 무대와 달리 옥타곤에서 실바는 유독 전적이 안 좋았다. 함께 프라이드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동료 마우리시오 쇼군,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그래도 오랜 기간 정상권에서 활약하며 벨트도 한 번씩 감아본 데 비해 실바는 퇴출을 면하면 다행인 신세였다. 스탠 전 이전까지 실바의 UFC 전적은 3승 7패. 심지어 상성 상 좋다던 크리스 리벤에게마저 27초 만에 실신하는 굴욕을 당한다.

하지만 실바에겐 아직 두 개의 카드가 남아있었다. 바로 동양인과 일본 무대. 실바는 일본에서 승률이 85%가 넘어가며, 특히 동양인 상대로는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이 강점은 UFC에서도 여지 없이 발휘됐다. 당시 기세 좋게 옥타곤에 넘어온 베트남계 스트라이크포스 미들급 챔피언 쿵 리를 2라운드 TKO로 제압한 실바는 부활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를 마주한 상대는 스트레이트 하나만큼은 미들급 최상위권이라 평가 받던 불주먹의 전쟁영웅 브라이언 스탠이었다.

훅 위주의 곡선형 타격가 실바와 원투 스트레이트 중심인 직선형 타격가 스탠의 대결. 뒷걸음질이란 없는 마초 대결답게 경기는 뜨거웠다. 당시 폼만 보자면 그래도 미들급 컨텐더 라인에서 경쟁하던 스탠이 더 좋아보였지만, 완전연소하는 타격전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는 법. 1라운드 시작부터 우당탕 다운을 주고 받으면서도 두 선수는 ‘너 죽고 나 죽자’ 파이팅으로 객석을 열광시켰다. 몸이 날아갈 정도로 큰 다운을 당해도 바로 회복하며 일어서 다시 펀치를 교환할 때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지금 봐도 일품이다.

하지만 신체조건이나 나이, 기량으로 우위에 있던 스탠이 한 발씩 앞서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던 1라운드. 라운드 종료 직전 실바는 먼저 다운을 따내고도 하위에 끌려가 파운딩을 맞는 등 유리한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2라운드 약간 소강상태가 되는 찰나 실바는 일발역전을 터뜨린다. 이제 서로 손 내길 아끼며 수싸움을 벌일 때 실바의 페인트에 이은 라이트 훅에 스탠은 다운된다. 실바는 바로 쫓아들어가 후속타를 던졌고 심판이 말리기 직전 끝났음을 직감한 듯 스스로 몸을 돌려 일어선다. 6년 반 만에 돌아온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이렇게 실바는 오랜 부진을 털고 부활

하는 듯 했으나 이후 TUF 코치 대결을 앞두고 약물 검사를 피해 체육관 뒷문으로 도망가는 추태를 부리며 이 경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긴 징계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벨라토르로 이적, 4년만의 복귀전에서 여지 없이 패하고 이어진 퀸튼 잭슨 4차전에서도 장렬히 실신한다. 현재까지도 스탠 戰이 통산 마지막 승리인 상황. 만일 이 경기가 끝나고 실바가 곧바로 은퇴했다면 이 경기가 순위가 5위까지 낮아지지도, 전설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의의가 사라지지도 않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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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 콩고 페이스북

4위. 칙 콩고 vs 팻 배리
UFC On Live 4(2011.06.26)
– 칙 콩고 1라운드 2분 39초 KO승

3분도 안 돼서 끝난 경기가 명승부가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이 경기는 두 선수가 제대로 타격을 주고 받은 시간이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직접 보자. 당신을 충분히 납득시킬 속도감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젠 ‘옛날 사람’이 된 팻 베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는 주짓수 바보로 유명한 그 크로캅에게 초크 승을 헌납할 만큼 그라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베리가 한동안 체급에서 꽤 ‘핫’한 선수였던 이유는 입식타격 경기를 방불케하는 살벌한 스탠딩 테크닉과 화력 때문이었다. 정작 K-1 무대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MMA 전향 후 베리는 그 어렵다는 로킥 KO만 UFC 데뷔전까지 무려 세 번이나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단점이 워낙 뚜렷한 덕에 옥타곤에선 전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누구든 이길 수 있고 누구에게도 질 수 있는’ 선수로 분류됐다.

한편 칙 콩고는 정말 웬만한 좋은 조건은 모두 갖춘 선수였다. 입식타격이 강세인 유럽(프랑스) 출신다운 탄탄한 킥복싱 스킬, 193cm라는 훤칠한 키, 몸매만 가꾸는 선수처럼 탄탄한 근육질과 흑인 특유의 탄력, 다른 타격가는 충분히 잡아먹는 레슬링 실력과 헤비급에서 보기 드문 훌륭한 체력까지. 그래서 그는 어중간한 선수에겐 절대 패하지 않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1류가 아니면)칙 콩고 선에서 정리된다’, 줄여서 ‘칙선정’이라는 말이 국내 커뮤니티에서 유행할 정도였다.

정말 날카로운 칼 하나를 든 베리와 창과 방패 모두 괜찮은 콩고의 대결. 경기장 안에서 둘은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모두 드러냈다. 스탠딩 타격만큼은 1류였던 베리는 일격에 콩고를 고꾸라뜨린다. 콩고는 다리가 크게 꺾일 정도로 정신줄을 놨고, 해설진조차 이때는 경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라운드가 없는 베리는 포지션을 잡고 파운딩을 쳐 상대를 끝낼 줄을 몰랐다. 콩고가 어영부영 일어나자 다시 한 번 ‘나가뒈져라 훅’으로 쓰러뜨렸지만 끝내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콩고가 또 비틀대며 일어나고 베리도 허겁지겁 쫓아가며 서로 자세가 뒤틀린 스크램블 상황. 이때 콩고는 이런 상황에 준비가 안 돼 두 팔 벌리며 달려드는 베리의 턱에 혼신의 어퍼컷을 꽂아넣는다. 예상치 못한 타격을 맞은 베리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고,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불과 27초 만에 일어났다.

사실 서로 한 방이 있는 선수끼리 만날 때는 실제 진검승부처럼 일격에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맞추는 순간 끝내지 못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KO율이 높은 헤비급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베리 대 콩고는 치명상을 입고 요단강 근처까지 갔던 피격자가 역으로 비수 같은 일격으로 끝내버리는, 정말 보기 드문 진귀한 경기였다. 그게 베리의 미숙한 그라운드 때문이었긴 하지만 그 역시 경기의 일부이며, 오히려 베리다운 장면 아니었을까.

여담으로 이후 베리가 하락세를 타며 2013년 은퇴한데 반해 콩고는 같은 해 벨라토르 이적 이후 ‘콩슬러’ 모드로 변환, 11승 2패라는 무시무시한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7연승을 달리며 여전한 ‘칙선정’의 위용을 뽑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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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그리핀 페이스북

3위. 포레스트 그리핀 vs 스테판 보너
The Ultimate Fighter 1 Final(2005.04.09.)
– 포레스트 그리핀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

정말이지 진부한 선정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경기가 없었으면 지금의 UFC도 없었다. 2000년대 중반 도산 위기에 몰린 UFC는 혼신을 담은 탈출구로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 TUF를 진행했고, 안 그래도 잘 되던 프로그램이 최종화로 방영된 결승전에서 초대박을 터뜨리며 수렁에서 빠져나온다.

전 상황을 살펴보자면 그야말로 하늘이 데이나 화이트를 도왔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한 명 한 명이 훗날 각 체급 디비전의 주요 스타로 성장하는 참가자가 찌그락째그락 하는 끝에, 그중에서도 훤칠한 체격과 호전성, 맷집을 모두 갖춘 미국 국적 백인 포레스트 그리핀과 스테판 보너가 결승에서 만났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시나리오가 TUF 1에서는 그대로 나왔다. 이후 십수년 간 TUF가 진행됐지만 시즌 1에 맞설 라인업, 스토리, 대진, 그리고 흥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사실 기술적 수준만 놓고 본다면 그리핀 대 보너는 이 리스트에 오른 다른 네 경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애초에 메이저에서 검증되기 전 풋풋한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유독 그리핀과 보너가 투박하게 싸우는 경향이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른 경기보다 최소한 6년은 먼저 치러졌다.

그럼에도 리스트에 선정된 이유는 역사적 의의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 본능적으로 사람 피를 끓게 만드는 투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1라운드 ‘싸대기’를 때리듯 달려드는 그리핀과 거기에 냅다 훅으로 응수하는 보너. 그리고 3라운드 종료까지 틈이 보여도 공격 틈이 안 보여도 공격하는 두 선수의 호전성과 정신력.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낮았던 당시 관객부터 현대 종합격투기 팬에 이르기까지 이 경기가 ‘싸움’이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찬성

2위. 정찬성 vs 더스틴 포이리에
UFC On Fuel TV 3(2012.05.15)
– 정찬성 4라운드 1분 7초 서브미션 승

‘국뽕’이 아니다. 숱한 명승부가 있지만 이렇게 테크니컬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경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봐도 숱한 명경기를 제치고 2012년 UFC 파이트 오브 더 이어에 선정됐으니 말 다했다. 전개 자체는 생각보다 원사이드했지만, 경기 내외적인 상황은 끝나기 전까지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일단 두 선수의 상성이 잘 맞았다. 정찬성과 포이리에는 온갖 신체능력 괴물이 득실거리는 경량급에서 생각보다 평범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키와 리치가 길다랗고 체력은 좋지만 스피드, 탄력, 한 방 파워, 반사신경, 밸런스 등이 조제 알도나 채드 멘데스 같은 괴물에 비하면 한없이 약했다. 대신 피지컬에서 오는 약점을 특유의 리듬과 정교한 테크닉, 특히 서브미션 스킬로 커버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두 선수가 만나자 경기장에선 테크닉의 향연이 펼쳐졌다. 정찬성의 플라잉 니킥에 데미지를 입은 포이리에가 카운터 태클로 역전을 시도하고, 정찬성은 그대로 받아 360도 구르며 상위를 차지했다. 트라이앵글초크-암바-트라이앵글초크 연계기를 선보이는 정찬성과 그를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견뎌내는 포이리에, 금세 회복해 다시 공포스럽게 밀고 들어오는 포이리에와 그를 플라잉 니킥에 이은 다스초크로 끝내버리는 정찬성. ‘인간계 최강’ 두 명이서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현란했다.

또 시기와 스토리도 적절했다. 당시 포이리에는 기계 같은 경기력으로 4연승을 거두고 있었고, 특히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파블로 가르자와 옥타곤 새내기였던 맥스 할러웨이를 농락에 가까운 서브미션으로 꺾으며 매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전적도 무려 12승 1패. 빈틈 없는 모습 때문에 오히려 저스틴 게이치와 에디 알바레즈를 때려잡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포스’를 자랑했다. 반면 정찬성은 WEC에서 큰 패배도 있었지만 옥타곤 입성 직후 트위스터와 최단 시간 KO 를 선보이며 ‘의외성’의 대표주자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정찬성이 정석적인 테크닉 싸움에서 포이리에를 압도하며 서브미션으로 꺾어버렸다. 난리가 안 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조제 알도 대 채드 멘데스 2차전, 도미닉 크루즈 대 드미트리우스 존슨, T.J. 딜라쇼 대 코비 가브란트 1차전 등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이 경기가 리스트의 유일한 경량급 명승부로 꼽힌 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이 경기처럼 ‘격알못’이라도 감탄하면서 볼 만큼 완벽하게 화끈했던 ‘싸움’은 없었다. 단 한 경기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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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 핸더슨 페이스북

1위. 마우리시오 쇼군 vs 댄 핸더슨 1차전
UFC 139(2011.11.19.)
– 댄 핸더슨 5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

의심의 여지가 없다. UFC 사상 이만큼 ‘승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경기는 없었다. 종합격투기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공격기술이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경기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있어도 별 의미 없다는 말이 맞겠다. 두 선수 모두 프라이드 시절 미들급을 호령하는 강호였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만나지 못했고, 결국 만났을 때 라이트헤비급 타이틀 도전권이 걸려있었다. 나름 이렇게 사연이 있었지만 둘의 승부는 그 모든 걸 잊어버릴 만큼 경기력 하나로 탄성을 자아낸다.

5분 5라운드 25분을 내내 완전연소하는 경기가 대체 어딨는가. 3라운드까지 핵펀치로 상대를 몇 번이고 때려눕히는 레슬러 댄 핸더슨, 통칭 ‘형님 살려주십쇼’ 싱글렉으로 테이크다운까지 따내며 꾸역꾸역 생존하는 타격가 쇼군. 중반후에 가서는 쇼군이 타격전에서 감을 잡기 시작하더니 최종 라운드에 가서는 끝내 체력전에서 앞서나가며 풀 마운트를 탄 채 마지막 공 소리를 들었다. 결과는 만장일치로 단 한 점 차이 48-47 핸더슨 판정승. 정찬성-포이리에만큼 테크니컬하지는 않지만 이 경기는 ‘승부’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애초에 화끈하기로 유명한 쇼군과 핸더슨이었지만 둘의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 경기를 감상하는 데 굳이 흠을 찾자면 2차전에서 쇼군이 이번엔 날카로운 복싱 운영으로 압도하다 단 한 방에 역전승을 헌납, 라이벌리가 맥이 빠졌다는 점이라 하겠다. 그나마도 경기 외적인 사족일 뿐 1차전으로 눈호강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할까. 백문이불여일견.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이 경기만큼은 두 눈으로 직접 보자.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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