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227] 리뷰 :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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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27

[랭크5=유하람 기자] 4일(미국시간) 두 최경량급 타이틀이 걸렸던 UFC 227이 종료됐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두 챔피언의 희비는 엇갈렸다. 슈퍼파이트까지 내다보고 있던 무적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경기력 자체에서 패배했고, 오히려 이제 다시 벨트를 탈환한 TJ 딜라쇼는 1라운드 KO로 압승을 거뒀다. 한편 3경기에서는 헤나토 모이카노가 쾌승을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다.

[밴텀급] TJ 딜라쇼 vs 코디 가브란트

“명불허전 화력의 딜라쇼”
– 펀치 한 방에 경기를 던져버린 가브란트

평점 : ★★★☆

스토리텔링이 현저히 부족한 UFC에서 팀 알파메일을 둘러싼 신경전은 보기 드물게 재밌는 대립구도다. 알파메일의 배신자(?) TJ 딜라쇼, 알파메일의 최종병기 코디 가브란트, 알파메일의 10년지기 앙숙 도미닉 크루즈는 나란히 밴텀급 랭킹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꺾고 타이틀을 차지했고, 그 과정에서 살벌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 UFC 227을 기점으로 이중 최종승자는 딜라쇼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이번에 벌어진 딜라쇼-가브란트 2차전은 1차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반 가브란트가 분위기를 타고 신을 냈고 딜라쇼는 허점을 찾아 날카로운 일격으로 그를 잠재웠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경기가 3분 30초 가량 일찍 끝났다는 점 뿐이었다. 가브란트는 1차전에서 저지른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고, 뻔한 대응으로 같은 훅을 세 차례 맞고 장렬히 산화했다.

삼대장 중 하나를 완전히 제거한 딜라쇼는 이제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던 도미닉 크루즈만 잡아내면 이제 남은 경쟁자는 랭킹 4위 말론 모라에스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반면 패기와 화력으로 순식간에 밴텀급 정상에 섰던 가브란트는 갑자기 몰락할 위기에 놓였다. 패배를 모르던 선수는 커다란 패배 이후 밑도 끝도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무패 신성 대결에서 가브란트에게 무릎 꿇었던 토마스 알메이다만 하더라도 이후 연패에 빠져있다. 이제 ‘밴텀급 삼국지’는 막을 내리고 있다.

[플라이급] 드미트리우스 존슨 vs 헨리 세후도

“세후도, 올림픽과 UFC를 모두 석권하다”
– 드미트리우스 존슨의 매너리즘?

평점 : ★★★

단순히 기량만 놓고 봤을 때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역대 최강의 챔피언이라는 점에 반박할 여지는 많지 않다. 종합격투기 역대 메이저 단체 중 타이틀을 11번이나 방어해낸 챔피언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도 상대가 전의를 상실할 만큼 압도적으로 제압한 선수는 더더욱.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변화는 갑작스레 찾아온다. 오늘 존슨은 2년 전 ‘3분컷’ 시켰던 상대에게 경기력 자체에서 밀리며 판정패를 당했다.

초반 도전자 헨리 세후도는 조심스러웠다. 1차전에서 테이크다운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니킥에 박살난 기억 때문인지 오히려 타격전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존슨의 움직임이 익숙해지자 세후도는 본색을 드러냈다. 도전자는 변화무쌍하고 날카로운 챔피언의 콤비네이션에 맞서 차분하게 상대 공격 타이밍에 받아치고 코너로 몰아 움직임을 제한하는 압박전략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존슨은 세후도의 흐름에 말려들었다.

세후도가 스플릿 판정승을 거두자 격투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다. 존슨의 패배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존슨이 질 경기는 아니었다는 반응도 다수 있었다. 유독 무력하고 타이틀을 잃고도 무덤덤하게 반응한 모습에 존슨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보인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화제 요소가 존슨일지언정, 세후도는 분명 박수 받을 자격이 있었다. 공략이 불가능하다던 존슨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읽어냈을 뿐더러 그를 제압하는 방법까지 가져왔다는 점에서 그의 준비성과 전략수행능력은 백번 칭찬 들어도 모자라다. 또한 존슨의 무적 신화를 깨트리고 플라이급 전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초로 UFC 정상에 올랐다. 그는 오늘 종합격투기 역사에 발자국을 깊숙히 찍었다.

[페더급] 컵 스완슨 vs 헤나토 모이카노

“모이카노의 킬러본능”
– 스완슨, 그도 때가 됐구나

평점 : ★★★☆

최근 체급을 불문하고 마우리시오 쇼군, 도널드 세로니 등 ‘올비’들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단 진작 ‘클래스’로 버티던 선수들이 갈 때가 돼서 가고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페더급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며 최두호 등 숱한 신성을 울린 컵 스완슨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UFC 227에서 그는 날카로운 잽 한 방에 나가떨어지며 결국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탭을 쳤다.

경기는 팽팽했다. 헤나토 모이카노는 큰 키와 긴 리치,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스완슨을 압박했다. 스완슨은 위빙과 더킹으로 콤비네이션을 죄다 피하는 관록을 보였다. 하지만 1라운드 종료 1분 여 경을 남기고 모이카노의 한 방이 터졌다. 턱 깊숙히 파고드는 긴 잽에 스완슨은 나동그라졌고, 모이카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데미지 입은 상대를 서브미션으로 끝냈다. 신예가 베테랑을 꺾고 올라가는 전형적인 그림이었다.

사실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멋있게 져서 평가절하당할 뿐 모이카노는 원래 강한 선수다. 큰 덩치에도 움직임이 뻣뻣하지 않고 빠르며,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 어차피 언제라도 치고 올라갈 선수였다 하겠다. 하지만 그 계기가 컵 스완슨이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페더급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 반가운 얼굴 채드 멘데스가 화려하게 돌아오긴 했지만, 그는 그저 예외에 불과할 듯하다.

[여성 스트로급] 폴리아나 비아나 vs JJ 알드리치

“판정머신과 판정머신이 만났다→판정경기가 나왔다→???→PROFIT!”
– 알드리치, 아주 스무스한 승리

평점 : ★★

폴리아나 비아나와 JJ 알드리치의 여성 스트로급 경기는 그냥 기본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알드리치는 보고 피하고 맞받아치는 단순한 타격 패턴만으로 비아나를 압도했다. 벽을 느낀 비아나는 셀프가드까지 동원해 그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려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레슬링에서도 그라운드에서도 알드리치는 비아나에게 밀릴 게 없었다. 전개가 평범해서 아쉬웠을 뿐, 알드리치의 실력을 감상하기엔 충분한 경기였다.

[미들급] 티아고 산토스 vs 켈빈 홀랜드

“중견급 강자의 중견급 경기”
– 홀랜드, 뭐했나

평점 : ★★

티아고 산토스와 켈빈 홀랜드의 오프닝매치도 평범하게 압도적이긴 마찬가지였다. 1라운드 켈빈 홀랜드는 서브미션을 걸며 셀프가드로 들어가 일격을 노렸지만, 이게 실패로 돌아가며 체력이 방전돼버렸다. 2라운드부터는 가드를 내리고 타격에 반응하지 못할 만큼 지쳐버렸다. UFC에서 나름 오랜 시간 중견급 강자로 활약했던 산토스는 이 상황에서 질 자신이 없었다. 산토스는 아주 무난한 운영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총평

“새로운 물결”

평점 : ★★★☆

이번 대회의 시사점은 ‘변화’였다. 모이카노는 랭킹 5위 스완슨을 때려잡고 돌풍을 예고했으며, 딜라쇼는 혼란스럽던 밴텀급 정상을 거의 완벽히 정리했다. 반면 가장 안정적으로 벨트를 지키던 존슨은 조용히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왔다. 초반 두 경기가 정말 평범했지만 후반 세 경기는 내용에서나 의미에서나 이 대회를 볼 가치 있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UFC 227 경기 결과
–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밴텀급] TJ 딜라쇼 vs 코디 가브란트
– TJ 딜라쇼 1라운드 4분 10초 TKO승(니킥과 펀치)

[플라이급] 드미트리우스 존슨 vs 헨리 세후도
– 헨리 세후도 5라운드 종료 판정승(2-1)

[페더급] 컵 스완슨 vs 헤나토 모이카노
– 헤나토 모이카노 1라운드 4분 15초 서브미션 승(리어네이키드초크)

[여성 스트로급] 폴리아나 비아나 vs JJ 알드리치
– JJ 알드리치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미들급] 티아고 산토스 vs 켈빈 홀랜드
– 티아고 산토스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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