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Fight Night 134 리뷰 : 야속한 세월, 아쉬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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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N 134

[랭크5=유하람 기자] 지난 23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UFN 134는 세월의 야속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대회였다. 종합격투기는 온 몸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스포츠다. 때문에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선수생명을 빠르게 잡아먹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베테랑 파이터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렸다. 올드 팬에게는 뼈 아팠던 지난 파이트 나이트를 되짚어보도록 하자.

메인이벤트 : #8 마우리시오 쇼군 vs 앤소니 스미스

“쇼군, 아 쇼군!”
– 너무나 손쉽게 스러진 마지막 기회

전성기 쇼군만큼 큰 사랑을 받은 선수는 보기 드물다. 최정상권에서 활약하면서도 KO율 9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유지했고, 경기 외적으로도 별다른 구설수도 없었다. 링에서는 맷집과 펀치력으로 ‘내가 맞아도 넌 때려눕힌다’는 듯 싸우고, 경기장 밖에서는 변명이나 허세 없이 결과에 승복하는 그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이미 벨트와는 한참 멀어진 지금도 많은 팬들이 그를 지켜보는 이유는 달리 없었다.

그러나 ‘그때 그 쇼군’은 UFN 134에 없었다. 젊고 빠르고 단단하며, 정확하고 터프하기까지했던 옛 모습은 오히려 상대 앤소니 스미스에게 있었다. 쇼군은 예전처럼 싸우려 전진했지만 너무나 느리고 약해져 있었다. 쇼군은 단 89초 만에 스탠딩에서 실신했다. 제대로 된 정타는 단 한 대도 맞추지 못했다. 유일하게 꺾이지 않은 투지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서 있고, 심판이 말린 후에도 일어서려 할 뿐이었다.

사실 전성기가 지난 선수가 다시 정상에 오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쇼군 역시 옥타곤으로 넘어온 이후 신체 노화와 연이은 부상으로 쇠락기를 거쳤다. 그럼에도 UFC에서도 벨트를 들어올렸고, 이번 패배 직전에도 3연승을 기록하며 챔피언십 문턱까지 도달했다. 당연히 이 정도만 해도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놓쳐버린 마지막 타이틀전 기회가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준 메인이벤트 : #3 글로버 테세이라 vs #9 코리 앤더슨

“테세이라 너마저!”
– ‘믿고 보는 테세이라’의 몰락

쇼군이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말년에 불꽃을 불태우는 중이라면, 테세이라는 등장부터 대기만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옥타곤을 처음 밟았을 때도 서른 두 살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고, 타이틀전에서 존 존스에게 막힐 때부턴 ‘하락세만 남은 나이에 정점도 찍지 못한다’는 동정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테세이라는 떨어지는 신체능력을 기술과 노련함으로 커버하며 오랜 시간 컨텐더 자리를 안정감 있게 수성했다.

UFN 134 준 메인이벤트는 ‘그런 테세이라마저도 끝’이라고 선언하는 듯했다. 구스타프손, 앤소니 존슨 등 최강자를 제외하면 모두 이겨왔던 테세이라가, 대체 출전한 데다 기량도 훨씬 아래라 평가 받던 코리 앤더슨에게 완봉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레슬링은 물론 자부심을 가지던 복싱에서마저 전방위로 밀렸다. 도중 날카로운 스트레이트에 휘청이기도 했다.

판정단은 만장일치 30-27로 코리 앤더슨 손을 들어줬다. 항상 중요한 고비마다 허무하게 무너졌던 앤더슨은 짧은 준비기간에도 꼼꼼하게 준비해 드디어 대어를 낚았다. 반면 테세이라는 승패 반복을 이어나가는 한편 커리어에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다른 무엇보다 스타일을 완벽히 분석당했다는 점이 큰 악재다.

제3경기 : 아부 아자이타르 vs 비토 미란다

“괜찮은 승부, 그런데?”
– 아자이타르 의문의 판정승

3경기에선 흡사 ‘맹수와 조련사의 싸움’이 벌어졌다. 아부 아자이타르는 엄청난 탄력과 속도로 정말로 화가 나서 공격하려 들었고, 비토 미란다는 경험과 침착함으로 그를 잠재우는 운영에 나섰다. 초반 아자이타르는 빠른 양훅으로 미란다의 바디와 안면을 번갈아 두드렸다. 미란다는 가드를 바싹 올리고 침착하게 킥으로 대응하며 거리를 찾았다. 지키는 운영으로 기회를 노리던 미란다는 라운드 후반 기습 카운터 테이크다운으로 활로를 찾았다.

이후엔 미란다의 그라운드 운영이 주를 이루고 빈틈이 생길 때마다 아자이타르가 역습하는 그림이 이어졌다. 아자이타르는 포지션을 역전하거나 스탠딩이 되는 순간마다 뛰어들어가며 미란다를 공격했다. 3라운드에는 역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그러나 번번이 미란다가 큰 데미지를 입지 않고 오히려 리버스 암바 등으로 위기를 선사하는 등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판정단은 아지아타르 손을 들어줬다. 세 심판 통틀어 단 한 라운드만 미란다에게 돌아갔다. 이로서 아지아타르는 데뷔전 승리, 미란다는 3연패를 기록했다. 여러모로 맥빠지는 결말이었다.

제2경기 : #9 마르신 티부라 vs #13 스테판 스트루브

“스트루브, 이제 더는…”
– 투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몸

스테판 스트루브가 한때 헤비급의 미래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거대한 키와 그에 맞지 않는 탁월한 그라운드, 미칠 듯한 공격성과 뛰어난 회복력,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나이까지. 분명 당시 스트루브는 못해도 UFC 다승왕이나 보너스 머신 정도는 될 수 있는 재목이었다. 비록 안면을 내주는 타격폼 때문에 한 방이 강한 선수에게 번번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타이틀전까지는 가볼 선수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턱 골절과 심장 수술 이후 신체가 급격히 망가지며 스트루브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투지는 여전했지만 죽어라 덤벼들자는 머리와 달리 몸은 아예 움직이지를 않았다. 연타를 낼 수 없을만큼 타격 스피드가 떨어졌고 상대를 잡아먹는 날카로운 서브미션도 많이 무뎌졌다. 티부라 전에서도 그는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전진에 전진을 거듭했지만 주먹과 발이 나가질 않았다.

반면 오직 승리만을 위해 모든 리스크를 거부했던 티부라는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2연패 중인 선수끼리 만난 단두대 매치에서 일단 살아남았으니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재미 없는 승자와 안타까운 패자만 남은 대결에서 누가 득이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프닝매치 : 대니 로버츠 vs 데이빗 자와다

“피를 뿌려야만 명경기는 아니다”
– ‘졌잘싸’의 본보기

대니 로버츠 대 데이빗 자와다는 타격가 대결다운 화끈한 난타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두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시종일관 뒤집고 또 뒤집는 또 다른 형태의 명승부를 펼쳤다. 15분 내내 역전에 역전이 거듭된 끝에 승리한 쪽은 로버츠였다. 로버츠는 부지런히 싸우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운영으로 한끗차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빛난 건 자와다였다. 자와다는 근래에 보기 드문,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관중을 열광시켰다. 자와다는 발목 받히기 등 큰 테이크다운과 서브미션 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불리한 포지션을 수도 없이 내줬으나 그는 ‘다시 뒤집으면 된다’는 듯 기죽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매분 뒤집히는 경기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너무나 치열한 경기에 판정단도 의견이 갈렸다. 두 심판이 손을 들어주며 승리한 로버츠도 자와다를 향해 “당신이야 말로 위대한 사람”이라며 극찬할 정도였다. 베테랑의 몰락과 졸전으로 씁쓸했던 대회에서 유일하게 근심 없이 즐길 수 있는 명승부였다.

총평

야속한 세월, 아쉬운 결말

UFN 134는 분명 나쁘진 않은 대회였다. 흥미진진한 명승부로 시작해 화끈한 실신 KO로 막을 내렸으니 분명 즐길 거리는 있었다. 그러나 연이은 베테랑의 패배와 명경기-졸전 간 온도차, 편파판정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대교체’라는 의의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하겠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 UFN 134 결과

메인이벤트 : 마우리시오 쇼군 vs 앤소니 스미스
앤소니 스미스 1라운드 1분 29초 KO승(엘보우)

준 메인이벤트 : 글로버 테세이라 vs 코리 앤더슨
코리 앤더슨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

제3경기 : 아부 아자이타르 vs 비토 미란다
아자이타르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

제2경기 : 마르신 티부라 vs 스테판 스트루브
마르신 티부라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

오프닝 매치 : 대니 로버츠 vs 데이빗 자와다
대니 로버츠 스플릿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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