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226] 리뷰 : 터지다 만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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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26 포스터. 무산된 준 메인이벤트 수정본이 나오지 못할 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랭크5=유하람 기자] 시작부터 김이 샜다. 메인이벤터이자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26, 미국)는 대회 개최 불과 이틀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알도 강점기’를 끝낸 챔피언과 무패 신인 브라이언 오르테가(27, 미국)이 만난다는 사실에 들뜬 팬들은 한 순간 찬물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까놓고 보니 대회는 그가 남긴 아쉬움을 제법 달랠 수 있을 만큼 화끈했다.

메인이벤트 : 스티페 미오치치 vs 다니엘 코미어

“더 이상 ‘비운의 강자’는 없다”

– 드디어 그늘에서 벗어난 코미어

다니엘 코미어(39, 미국)는 참 뭔가 잘 안 풀렸다. 굳이 구구절절한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아도 존 존스(30, 미국) 하나만으로 그는 안타까웠다. 끝내 적수가 없는 챔피언이 됐지만 ‘약쟁이’ 존스를 넘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는 끊임없이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자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체급에서 정상에 오르며 그 그림자를 털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 벨트는 존스와 상관 없는 업적”이라며 뿌듯해했다.

초반 압박하는 쪽은 역시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35, 미국)였다. 사이즈에서 압도하는 미오치치는 중앙을 잡고 긴 원투 펀치로 코미어를 몰았다. 코미어가 기동성을 살려 밖으로 돌자 미오치치는 클린치 레슬링 싸움을 걸었다. 미오치치 쪽에서 도망다닐 공간을 주지 않자 코미어는 빠른 속도로 상대 턱을 공략했다. 오히려 이때 미오치치가 흔들렸고,  코미어가 그림 같은 라이트 훅을 집어넣으며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도중 써밍이 있었지만 승패는 거기서 갈리지 않았다. 키워드는 ‘경험’이었다. 코미어는 거인 사냥 경험치로 미오치치를 찍어눌렀다. 반면 미오치치는 자기보다 배는 빠르고 레슬링은 먹히지 않는 선수를 처음 만났으나, 알아서 선제타를 맞아주고 클린치 싸움에 응해주는 등 안일한 플레이로 패배를 자초했다. 원거리 폭격이 최대 강점인 선수가 제 발로 코미어 거리에 들어가준 셈이다.

이로서 코미어는 헤비급 사상 두 번째 두 체급 동시 챔피언에 올랐다. 미오치치는 헤비급 타이틀 3차 방어라는 금자탑을 쌓고 아쉽게 무너졌다. 세대교체는 아니지만 역사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결과였으며, 경기 내용 역시 화끈했다. 기다림에 비해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단히 만족할 만한 싸움이었다.

준 메인이벤트 : #1 프란시스 은가누 vs #5 데릭 루이스

“헤비급 역사상 최악의 경기”

– 누가 더 양심 없이 파이트머니를 벌어갔는가

할러웨이가 찬물을 끼얹었다면 준 메인이벤트는 얼음 한 바가지를 더 얹었다. 프란시스 은가누(31, 카메룬)와 데릭 루이스(33, 미국)는 티켓 환불을 요구해도 할 말 없는 ‘양심 없는 경기력’으로 객석을 침묵시켰다. UFC 9에서 장장 30분 동안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기만 했던 댄 세번(60, 미국) 대 켄 샴락(54, 미국) 이후 최고의 명경기였다.

요약할 경기 내용도 없었다. 역대 UFC 3라운드 경기 중 두 번째로 유효타가 적었다는 통계로 대신하겠다. 가장 분전한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경기를 채점하는 판정단이었다. 세 심판이 투혼을 불살라 점수를 준 덕에 데릭 루이스는 15분을 조깅하고 1승을 챙겨갔다.

경기 종료 후 루이스는 “승리했지만 오히려 타이틀전에서 두 걸음은 물러서게 한 경기력”이었다며 자책했다. 이어 “나는 누군가를 불러낼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옥타곤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안타까웠지만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분석이었다.

제3경기 : 폴 펠더 vs 마이크 페리

“마이크 페리 생애 첫 판정승”

– 페리, 과연 무엇을 얻어갔는가

과거 크리스 리벤을 연상시키는 무식한 파이팅으로 인기를 끄는 마이크 페리(26, 미국). 리벤이 그랬듯 한계가 분명한 선수지만 11승 11KO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기며 분명 인상 깊은 행보를 걷고 있었다. 그런 그가 생애 첫 판정승을 거뒀다. 그것도 라이트급 출신 폴 펠더(33, 미국)를 상대로.

경기는 전형적인 ‘대 페리戰’이었다. 페리는 일단 때려눕히고 보기 위해 바싹 접근했고, 펠더는 그를 막기 위해 클린치와 원거리 싸움을 강요했다. 하위체급에서 올라왔음에도 오히려 훨씬 거대한 펠더는 갈이를 이용해 페리를 괴롭혔다. 이에 1라운드를 내준 페리는 ‘답지 않게’ 레슬링으로 승부를 걸어 2라운드를 따냇다. 어퍼컷으로 커다란 컷도 냈고, 3라운드에도 기세를 올려 좋은 싸움을 했다.

결과는 페리 스플릿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페리는 생각만큼 많은 것을 얻지 못했다. 연패 탈출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맞추면 이긴다’는 그의 필승 공식이 깨졌다. 퍼포먼스가 그렇게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패자인 펠더가 불사른 투혼이 더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보는 즐거움이 있는 선수지만, 앞으로 그의 미래가 마냥 밝을지 의문이 드는 경기력이었다.

제2경기 : #9 마이클 키에사 vs #12 앤소니 페티스

“It’s show time!”

– 드디어 체면 세운 쇼타임

앤소니 페티스(31, 미국)도 한 때 ‘무적 챔피언’ 분위기를 풀풀 풍길 때가 있었다. 로존, 세로니, 핸더슨, 멜렌데즈를 연달아 피니시 시킬 때만 하더라도 ‘드디어 라이트급도 최종병기가 등장했구나’하는 기대가 충만했다. 그러나 안요스라는 ‘깡패’가 등장하면서 그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전적 2승 5패. 퇴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이클 키에사(30, 미국)는 자신감이 있었다. 30초도 지나지 않아 첫 테이크다운을 따냈고, 이후에도 거대한 사이즈를 앞세워 그래플링으로 쏠솔한 재미를 봤다. 1라운드 막판부터 큰 타격을 맞을 때도 손가락을 흔들며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잠잠했던 페티스의 타격이 간만에 불을 뿜었다. 그는 장기인 킥으로 빈틈을 만들고 카운터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키에사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쫓아 들어가 그라운드에서 트라이앵글 암바로 끝내버렸다. 2라운드 52초 만에 벌어진 대역전 승이었다.

경기도 경기였지만 가장 눈에 띈 건 페티스가 드디어 자신감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페티스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안요스 전 참패 이후 상당히 기죽은 모습을 보였다. 원래 실력도 발휘 못한다는 인상이 진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경기 내내, 심지어 불리한 상황일 때도 자신감이 넘쳤다. ‘쇼타임’을 한 번 더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오프닝매치 : 구간 사키 vs 카릴 라운트리

“사키, 침몰하다”

– 96초 만에 추락한 입식 왕자의 위용

구간 사키(34, 터키)가 입식에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는 말하자면 입 아프다. 입식격투기가 한창 전성기였던 K-1 시절에도 ‘사키’ 하면 ‘테크닉’일 정도였다. 그런 그가 오로지 스탠딩으로 맞붙어 장렬히 실신했다. 카릴 라운트리(28, 미국)는 위축되지 않고 맞붙어 대어를 낚았다.

타격가 대전답게 두 선수는 라운드 시작부터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서로를 견제했다. 라운트리의 사우스포에 조금 말리는 것 같자 사키가 스위치를 했으나, 오히려 그 순간 카운터 원투 스트레이트를 맞고 쓰러졌다. 다운된 사키는 충격 때문인지 경험부족인지 움직임 없이 파운딩을 정면으로 허용하며 KO 당했다.

아무리 입식은 입식이고 MMA는 MMA라 한들 충격적인 결과였다. 더구나 사키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MMA식 타격에 꽤 적응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예상하기 어려웠던 패배였다. 반면 라운트리는 자기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며 3연속 KO승에 성공했다. 여러 모로 여운이 긴 경기였다.

총평

“터지다 만 잭팟”

분명 대회는 썩 훌륭했다. 라운트리의 화끈한 업셋, 페티스의 멋진 역전승, 코미어의 파워풀한 마무리 등 좋은 경기는 정말 강렬했다. 그러나 대회 전부터 빠진 김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페리는 기대 이하였고, 준 메인이벤트에서 벌어진 대참사는 다른 의미로 너무나 강렬했다. ‘수면제’가 속출하는 최근 대회 중에서는 두드러지긴 했지만 최고로 좋은 이벤트였다기엔 한참 모자랐다. UFC 226은 분명 훨씬 더 좋은 대회가 될 수도 있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 UFC 226 결과

메인이벤트 : 스티페 미오치치 vs 다니엘 코미어
다니엘 코미어 1라운드 4분 33초 KO승(펀치)

준 메인이벤트 : #1 프란시스 은가누 vs #5 데릭 루이스
데릭 루이스 3라운드 종료 스플릿 판정승(2-1)

제3경기 : 폴 펠더 vs 마이크 페리
마이클 페리 3라운드 종료 스플릿 판정승(2-1)

제2경기 : #9 마이클 키에사 vs #12 앤소니 페티스
앤소니 페티스 2라운드 52초 서브미션승(트라이앵글 암바)

오프닝매치 : 구간 사키 vs 카릴 라운트리
카릴 라운트리 1라운드 1분 36초 TKO승(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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